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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페이트: 그랜드 오더', 스토리는 잡았지만 게임성은...

2017-11-24 17:57:18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페이트/그랜드 오더'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넷마블TV 공식 유튜브 채널)
※ [앱셔틀]은 새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바일게임을 바로 플레이하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화제의 모바일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그랜드 오더)'가 21일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국내에서도 '그랜드 오더'는 출시 3일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8위에 오르는 등, 쟁쟁한 게임들이 버티고 서 있는 가운데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는 '그랜드 오더', 직접 해보니 과연 스토리는 그 어떤 모바일게임보다 방대했다. 설정 또한 원작 '페이트' 시리즈에서 언급만 됐던 부분들을 실제 등장시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정작 플레이 측면에서는 어딘가 허전하다. 그렇게 유명한 게임이라면 분명 즐길 거리도 풍성하고 다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 하니 콘텐츠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PvP도, 레이드도, 도전의 탑도 없다, 하나뿐인 게임 모드

▲ 게임 모드는 횡스크롤 턴제 전투 하나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국내 모바일 RPG에서 흔히 나오는 3대 콘텐츠가 있다. 바로 PvP, 레이드, 도전의 탑이다. 이제 조금 식상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방식의 도전과 보상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도전욕구와 성취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싱글 캠페인 모드까지 있으므로, 대부분의 국내 모바일 RPG는 즐길 거리를 최소 4개는 갖춘 채 출시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랜드 오더'는 즐길 거리가 싱글 캠페인 모드 단 하나다. 캐릭터 강화 재료를 얻는 요일 던전과 이벤트 때마다 열리는 이벤트 던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진행 방식은 캠페인 모드와 똑같다. 여타 모바일 RPG에 비해 즐길 거리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일본도 매달 이벤트 던전을 열 뿐 아직 기본 콘텐츠가 추가된 적 없으므로, 국내 버전도 지금 상황에서 개선될 여지는 적다.


▲ 세 개의 공격 커맨드와 '체인' 시스템이 전투의 기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투 방식도 꽤 단순하다. 적에게 높은 피해를 주는 '버스터' 공격, 중간 피해를 주는 대신 보구(필살기) 게이지도 함께 채워주는 '아츠' 공격, 낮은 피해를 주지만 치명타 확률을 높여주는 '퀵' 공격 중 세 개를 상황에 따라 골라 쓰는 방식이다. 여기에 세 공격을 같은 타입으로 통일시키면 모든 공격 효과가 증대되고, 한 캐릭터로 세 번 공격하면 추가타가 한 번 더 들어가는 '체인'이 있다. 또한 각 캐릭터마다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유 스킬로 각종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도 적고, 전투 방식도 단조로운데, 여기에 더해 게임 내 그래픽과 연출도 열악하다. 최근 '오버히트'나 '엑스' 같은 모바일 RPG가 우수한 그래픽과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그랜드 오더'는 좋게 말해도 절대로 좋은 그래픽은 아니다. 여기에 보구나 스킬을 사용할 때의 연출도 뒤에 캐릭터 일러스트가 한 번 뜨고 투박한 2D 특수효과가 잠깐 나오는 정도라 상당히 조촐하게 느껴진다.




▲ '보구' 연출도 이 정도가 끝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갖고 싶은 매력적인 영웅들, 그러나 그 뒤에는 지옥 같은 가챠와 육성이 기다린다


▲ 갖고 싶게 만드는 캐릭터는 참 많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수집 RPG의 꽃은 '수집'과 '성장'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얻어서 이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강해진 모습을 확인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랜드 오더'는 이 중 '수집' 측면에서는 절로 물욕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다수 갖추고 있다. '그랜드 오더'는 실제 역사와 전설에 나오는 다양한 영웅을 흥미롭게 재해석해 캐릭터로 만들었다.

실제로 캐릭터들 이름을 보면 '잔 다르크', '메데이아', '알렉산더' 등 친숙한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밀리터리 취향만 알 수 있는 총기나 전함을 '모에화'한 것에 비해서 훨씬 접근성이 높은 셈이다. 또한 단순히 일러스트만 만든 것이 아니라, 해당 영웅과 관계된 일화들을 스킬로 만든 등 세부 설정에도 '덕질'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한편 캐릭터 수집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우선 여느 캐릭터 수집 모바일 RPG들과 마찬가지인 부분이지만, 일러스트가 예쁘고 성능이 강한 캐릭터는 극도로 얻기 힘들다. 무작위 뽑기 식으로 캐릭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랜드 오더'는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캐릭터 뽑기와 아이템 뽑기의 구분이 없는 탓에, 뽑기를 하면 캐릭터와 아이템이 같이 나온다는 것이다.


▲ 캐릭터와 아이템이 뒤섞여 나오는 뽑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와 아이템이 함께 나오는 탓에 결과적으로 뽑기 상품에서 원하는 물건이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일본 서버 기준으로 뽑기에서 최상급 희귀도인 5성이 나올 확률은 5%인데, 이 중 5성 캐릭터가 나올 확률이 1%, 5성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4%다. 즉 캐릭터를 원하고 상품을 샀는데,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희귀한 5성 물건을 얻어도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이다. 이는 안 그래도 '자신이 사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랜덤 박스의 문제를 두 배로 가중시킨 상품이다.

운이 좋아 원하는 캐릭터를 얻었다고 해도, 이를 성장시키는 과정도 그리 녹록하지 않다. 대개의 게임과 달리 '그랜드 오더'는 던전을 돈다고 캐릭터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캐릭터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요일 던전에서 강화재료를 모아 소모시켜야 하는데, 레벨 업에 요구되는 경험치에 비해 강화재료로 얻는 경험치가 매우 적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료를 대량으로 얻기도 힘들다. '그랜드 오더'는 던전에 입장할 때마다 스태미나 점수인 'AP'를 소모하는데, 요일 던전에 입장할 때 소모되는 AP 양이 커서 여러 번 연달아 돌기 힘들다. 국내 서버 기준 플레이어 최대 레벨인 130에서 최대 AP는 130 전후로, 최고등급 요일 던전 입장 AP가 40임을 감안하면 한 번에 4번 정도밖에 돌 수 없다. AP는 5분에 1씩 회복되는 것을 감안하면, AP 소진 후 다시 입장할 때까지 3시간 20분을 대기해야 한다.

이처럼 캐릭터 습득 및 성장이 힘들고 돈도 많이 들다 보니, '그랜드 오더'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얻고 키워나간다'는 캐릭터 수집 RPG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더딘 성장 탓에 성취욕도 줄어들고, 레벨 업 과정 또한 즐거움 보다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자동 모드도 없는 이 게임에서 이러한 과정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고가 들기 때문이다.

스토리 분량과 방대한 설정 만큼은 최고


▲ 시공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은 물론, 기승전결 구조까지 갖춘 스토리가 특징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랜드 오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스토리다. '그랜드 오더'는 스토리를 가벼이 여기는 여타 모바일 RPG들과 달리 스토리에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그랜드 오더'는 스토리 분량부터 100만 자에 이르는 방대함을 자랑한다. 여기에 메인 스토리뿐 아니라 캐릭터마다 있는 개별 스토리도 충실히 지원된다. '칼데아 게이트' 메뉴로 들어가면 '요일 퀘스트' 항목 아래 '막간의 이야기'라는 탭이 있는데, 여기서는 특정 조건을 클리어할 시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전용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뒷이야기와 상세한 설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조금이나마 스토리에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 소소하나마 선택지도 제공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인공 행보를 감상할 수밖에 없는 여느 모바일 RPG와 달리, '그랜드 오더'는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방식은 비주얼 노벨 장르가 흔히 채택하는 분기점 시스템이다. 스토리 진행 중 특정 분기점에 선택지가 뜨고,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서 이후 스크립트가 조금 달라지는 식이다.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가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다만, '그랜드 오더' 스토리는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내용이기는 하다. '그랜드 오더' 스토리는 일본 성인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및 장르소설들이 모여 공동집필하고, 그 중에서도 '페이트' 시리즈 원작자인 나스 키노코가 감수를 맡는 식으로 작성됐다. 덕분에 원작의 감수성을 살릴 수 있었지만, 그 특유의 '중2병' 스타일도 문체와 대사 곳곳에 짙게 남아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만 보고 하는 게임


▲ '이 캐릭터 갖고 싶다' 말고는 게임을 계속 할 동인이 적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랜드 오더'는 유명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팬들이 원했던 다양한 영웅 캐릭터들, 소설 같은 스토리,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한 정통성 등, '페이트' IP의 정수를 뽑아냈다고 할 만하다.그러나 게임성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캐릭터 수집이 용이하거나, 성장 시스템이 적절한 도전욕구와 성취감을 주지도 못한다.

사실상 이 게임의 진정한 가치는 '가챠', 그리고 원작자가 쓴 방대한 스토리와 설정에 있지 않나 싶다. 만약 '페이트' 시리즈의 팬이거나, 여러 영웅을 소환해 시공을 오가는 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그랜드 오더'는 꼭 한 번쯤 해볼 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직접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조작하고,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는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솔직히 '그랜드 오더'는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