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소울 3, 마침내 완성된 궁극의 '유다희'
2016.04.21 19:49 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다크 소울 3'가 지난 12일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다크 소울’하면 가장 먼저 살인적인 난이도가 생각난다. 뒤통수를 날릴 만반의 준비를 한 몬스터, 게임 속에서 미아가 될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던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수많은 함정까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다. 실제로 ‘다크 소울’ 평균 사망 횟수가 750번이나 된다는 발표가 있을 정도로 혀를 내두를 만큼 어렵다. 이토록 어려운데도 많은 인기를 얻은 비결은 시작부터 끝까지 점진적으로 실력을 쌓아 게임을 정복해나간다는 짜임새 있는 ‘레벨 디자인’을 가졌기 때문이다.
소위 파고드는 맛을 살린 매력 덕분인지, 지난 4월 12일(화) 출시된 최신작 ‘다크 소울 3’에도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이 모였다. 과연 어떤 세계를 그려냈을까? 새로운 장비와 특수기는 전투에 어떠한 변화를 줄까? 그리고 그 ‘흉악한’ 난이도는 여전할까? 수많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에 게임메카가 직접 ‘다크 소울 3’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 '다크 소울 3'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빠져드는 묘미가 있는 스토리
다크 판타지를 표방하는 ‘다크 소울’ 시리즈는 암울한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세상을 밝히던 불이 수그러들고, 망자들이 세상을 떠돈다는 주요 설정에서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그리고 그 ‘암울함’은 이번 ‘다크 소울 3’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무덤에서 일어난 ‘재의 전사’가 되어, 강력한 ‘장작의 왕’들을 쓰러뜨리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다만, 모험 도중에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에 따라 세부적인 스토리나 결말이 달라진다. 전작 역시 이런 서브 스토리가 있었으나, 내용이 납득이 안가거나 난해한 경우가 많았다.
▲ 무덤에서 망자가 일어난다... 더 암울해질 수가 없다
▲ 자, 이런 녀석들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 시작지점부터 무덤... 고난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보다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가령, 서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발견하는 아이템에서 스토리를 보충해주는 텍스트를 볼 수 있거나, NPC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하는 대화에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처럼 구체적인 사연이나 이유를 자세히 알려주는 여러 요소가 더해져 보다 깊게 ‘다크 소울 3’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와 함께, 세계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한층 늘었다. 전작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곳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배경이 다양해졌다. 또한, 방문하는 지역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가령, 장엄한 성채들이 펼쳐진 ‘로스릭의 높은 벽’, 끈적한 늪지로 이루어진 ‘팔론의 성채’ 그리고 눈 내리는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 등 여러 환경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1편과 동일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작을 즐긴 유저라면 ‘여기가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보기만해도 웅장한 성채부터...
▲ 눈발 휘날리는 도시까지 거침없이 간다!
▲ 여기가 어디인지 안다면, 당신은 '다크 소울' 팬!
속도감 있는 액션에 고르는 재미까지 더했다
‘다크 소울 3’에서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전투다. 기존 '다크소울' 시리즈는 묵직한 전투를 내세웠다. 특히 캐릭터 움직임이 느린 편이라 답답함을 호소하는 유저도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은 캐릭터는 안 그대로 어려운 게임을 더 까다롭게 만들어버렸다.
반면, ‘다크 소울 3’는 전작과 비교하면 한층 빨라졌다. 기본 공격 속도가 올랐으며, 모션도 직관적으로 바뀌면서 찌르고 피하는 박진감 넘치는 공방전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이제는 몬스터가 어느 정도 몰려와도 침착하게 대처하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즐거움은 전보다 늘었다
▲ 속도감이 빨라지니, 때리는 맛도 좋다!
액션도 다양해졌다. 새롭게 도입된 특수기 ‘전투 기술’은 전략성을 높여줬다. ‘전투 기술’은 무기에 붙는 고유 스킬이다. 한 예로, ‘도적의 단검’을 들면 신속하게 피할 수 있는 ‘퀵 스텝’을 사용할 수 있고, ‘롱소드’로는 빠른 반격이 가능한 ‘준비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무기마다 고유한 ‘전투 기술’이 붙으며, 고르는 재미가 늘었다.
마지막으로, 마법, 주술, 기적, 암술을 포함한 ‘주문’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주문마다 사용 횟수가 정해져, 매번 세이브 지점 ‘화톳불’에 들러 충전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횟수 제한 대신 ‘FP’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RPG의 ‘마나’처럼 ‘FP’를 소모하는 방식은 기존 시리즈를 안 해본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여기에 전보다 마법을 쓰는 횟수가 늘어났기에 색다른 전술을 펼칠 수 있다.
▲ '전투 기술'인 연사로 뾱뾱!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주문'도 이제는 여유롭게 써보자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극악한 난이도? 도전적인 난이도!
‘다크 소울’에 ‘유다희’라는 별명을 붙여준 난이도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이도는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공략하는 재미를 살린 ‘도전적인 방향’으로 개선됐다.
일단 시작부터 다르다. 전작에서는 시작 지점에 쓰러뜨릴 수 없는 적을 배치해 단번에 압도했다. 반면, 이번에는 ‘레벨 디자인’이 단계적으로 난이도가 오르는 느낌이다. 우선, '다크 소울 3'의 모든 지역에는 특정한 '함정'이 있다. 그리고 이 함정이 점점 발전한다. 예를 들어 '슬라임'이 머리 위로 떨어지며 피해를 입히는 함정이 있다. 그리고 이 함정은 '보물' 혹은 '보물상자'처럼 중요한 오브젝트가 있는 곳에 계속 배치된다. 즉,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당했다면 나중에는 '이쯤에서 슬라임이 떨어질테니 조심하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함정은 앞서 말했듯이 지역마다 바뀐다. 즉, 한 구역에서 새로 접한 함정이 그 지역의 다른 곳에 응용되어 나타나는 방식이다. 따라서 처음 당한 함정에게 당한 ‘경험’을 잊지 않고 활용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피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 야... 야매로! 이런 죽음은 모 야매룽다!
▲ 한번 겪어봤다면, 두번은 안 당한다!
여기에 난관을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이 존재한다. 만약에 정면에 몬스터가 몰려 있어 곤란하다면 주변 우회로를 이용해 하나씩 유인해 처치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는 수없이 몰려오는 해골 전사를 흔들 다리로 유인한 뒤 다리를 끊어 일망타진했던 적도 있다.
이 점은 보스전에서도 이어진다. 대부분의 거대 보스는 ‘명확한 공략 포인트’가 제시된다. 가령, ‘저주를 품은 거목’처럼 특정한 부위에 있는 포자덩어리를 파괴하거나, 특정한 무기로 내려치면 쉽게 잡을 수 있는 ‘거인 욤’처럼 약점이 분명히 드러난 보스들이 등장한다. 수만 번의 죽음 끝에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풀었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 교훈 하나, 뒤를 보자
▲ 노려야할 공략 포인트... 보이시나요?
함께해도 즐거운데... 불안정하다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 ‘다크 소울 3’는 기존작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역작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아예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에서 의외의 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크 소울 3’의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유저를 불러 협동하거나, 반대로 다른 유저 게임에 난입하는 ‘암령’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기본 전투 재미가 상승하면서,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았다.
▲ 입장은 역시 '태양 만세'
▲ 어서와, 낫은 처음이지?
문제는 서버다. 서버가 불안정해 게임에 뚝뚝 끊기는 것이다. 이에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타격이 한 타이밍 늦게 들어가거나, 갑자기 적이 순간이동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다크 소울 3’는 한끝 차이로 생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버 불안으로 흐름이 끊기면 전투 전체에 큰 문제가 생긴다. 빨라진 전투를 바탕으로 유저와의 대결 역시 만족도 자체는 올랐으나 네트워크가 불안해 감점을 먹은 셈이다.
▲ 보스전에서 이러면 그야말로 허망...
▲ 억울하게 죽을 때야말로 패드를 던질 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바뀐 역작
전반적으로 ‘다크 소울 3’은 시리즈의 기본을 잘 다듬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진행 방식이나, 전투, 난이도의 완급조절은 이전보다 훨씬 섬세해졌다. 특히 빨라진 전투는 ‘다크 소울’을 꺼렸던 게이머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만큼 확 바뀌었다. 이 점은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가 ‘블러드본’을 만들며 습득한 개발 노하우를 제대로 녹여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이야말로 ‘다크 소울’ 시리즈의 재미를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 게임을 하다보면, 다양한 즐길거리가 그야말로 쌓여있다
▲ 난이도가 두렵다면, 3편의 문 지금 두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