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해킹됐다고 보안 풀고 배포한, 황당한 개발사
2017.06.02 11:43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어드벤처 퍼즐 게임 'RiME'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스팀으로 5월 26일 발매된 어드벤처게임인 ‘RiME’의 제작진은 출시 며칠 전 “게임이 한 번 크랙 되면 보호체계를 제거한 버전을 배포하겠다”는 황당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게임이 발매 일주일 만에 해킹됐고, 제작사는 정말로 보호체계를 제거한 버전을 배포했다. 사실상 게임 불법복제를 장려한 결과이며, 동시에 정식 구매자들을 우롱한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RiME’ 발매 하루 후인 5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스팀 포럼에서 ‘RiME’ 개발진 다리우아스(Dariuas)는 안티-탬퍼(Anti-Tamper)를 주제로 화두를 꺼냈다. 안티-탬퍼란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디지털 권리 관리 프로그램을 보호해주는 소프트웨어로, 쉽게 이야기하면 크랙방지 보안 강화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데누보의 안티-탬퍼는 매우 보안성이 뛰어나서 사실상 불법복제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데누보 안티-탬퍼도 파해법이 고안되어, 점점 더 많은 게임들이 불법복제 되고 있는 상황이다.
▲ 크랙되면 데누보 안티-탬퍼를 제거하겠다는 다리우아스 (사진출처: 스팀 포럼)
다리우아스는 처음에는 바로 이러한 안티-탬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크랙에 대한 결론으로 낸 해결책은 다소 극단적이었다. ‘RiME’이 크랙되면 아예 안티-탬퍼 제거 버전을 공개하겠다 선언한 것이다. 다리우아스는 스팀 포럼에서 어차피 언젠가는 크랙될 수밖에 없으니, 한 번이라도 크랙되면 아예 안티-탬퍼를 제거한 버전을 배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RiME’은 데누보사의 안티-탬퍼로 보호되고 있는 상태였다.
▲ 안티-탬퍼가 적용된 게임을 해적질하면 게임을 즐기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
안티-탬퍼를 제거해주겠다는 다리우아스 (사진출처: 스팀 포럼)
여기서 더욱 황당한 점은 안티-탬퍼를 제거하는 이유다. 다리우아스는 같은 게시물에서 “우리는 RiME을 플레이 하는 모두에게 최상의 게임 경험을 보장하고 싶다. RiME은 시각과 음향을 통해 개인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크랙된 게임은 시각과 음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으므로, 우리는 게임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즉 불법복제 게임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불법복제를 막는 안티-탬퍼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게임 불법복제 사이트에 ‘RiME’ 불법복제판이 발매일로부터 일주일만인 6월 1일 올라왔다. 즉 ‘RiME’이 크랙 된 것이다. 이에 제작사인 테킬라웍스는 정말로 데누보 안티-탬퍼를 제거한 버전을 공개했다.
이러한 테킬라웍스의 파격적 행보는 유저들 사이에게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구매자들은 불법복제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제공하기는커녕, 스스로 보안 프로그램 제거 버전을 배포한 테킬라웍스에게 몹시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테킬라웍스가 불법복제 이용자를 배려해 안티-탬퍼를 제거한 데 반해 기존 구매자에게 어떤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은 전한 바 없다. 이러한 테킬라웍스의 정식 구매자를 우롱하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정말로 안티-탬퍼를 제거한 'RiME' (사진출처: 스팀 'RiME'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