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율규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2017.07.04 15:22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자율규제가 화두로 올랐던 '게임콘텐츠 생태계 진단과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 현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속는 것이다. 남을 반복해서 속이는 사람은 나중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도통 믿어주지 않는다. 또 다시 속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쉽게 보여주는 동화가 ‘양치기 소년’이다. 7월부터 막을 올린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게이머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는 지난 2년 동안 자율규제를 방치해온 게임업계를 봐왔기 때문이다. 모든 업체가 전력투구하지도 않았으며, 확률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에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는 법하고 달라서 빠르게 부족한 점을 채워 넣을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게이머와 함께 발전하는 자율규제’는 없었다. 그 사이에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이머와 게임사의 갈등의 골은 더더욱 깊어졌다.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업계는 본인이 책임지지 못할 말만 늘어놓는 양치기 소년과 다름이 없었다. 기자 머릿속에 지금도 남아 있는 기억은 확률 공개는 하지 않고, 다른 곳은 어떻게 하나 눈치만 살피던 게임사들의 모습이다.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 들쭉날쭉한 모습으로는 게이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었다.
올해 7월에 시작된 ‘새로운 자율규제’, 그 내용은 좋다. 법으로 ‘확률 공개’를 진행하는 중국과 비교했을 때 유저들이 가지고 싶은 ‘특정 아이템’ 확률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여기에 사용한 금액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도 중국에 없는 한국 ‘자율규제’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번에 시작된 ‘자율규제 2탄’도 다른 회사의 움직임을 살피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리니지M’처럼 6월 말에 미리 확률을 공개해놓은 게임도 있지만 아직 아무런 액션이 없는 게임도 있다.
이번 자율규제의 경우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서 ‘7월 1일 동시 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대기업보다 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에게는 더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자율규제 평가위원회’가 7월 중에는 ‘준수율’ 발표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한 이유 역시 중소 게임사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최대한 많은 게임사가 참여하면 좋은 것이 자율규제인데 여유가 없는 업체를 시작부터 강하게 몰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준비를 마쳐 ‘자율규제’에 달려들어야 한다. 게이머가 ‘이제야 제대로 하네’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게임사가 ‘마지막이다’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가장 큰 부분은 ‘법’이다. 현재 국회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3개나 발의되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본인에게 표를 주는 여론이다.
즉, 두 번째 자율규제에서도 게이머 믿음을 사지 못하면 결국 법으로 확률 공개를 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법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한 번 만들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율규제’는 유행에 맞춰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가능한데 법은 ‘개정안’을 만들고, 이를 또 국회에 통과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여기에 ‘확률 공개’가 법이 되어버리면 이를 뿌리 삼아 제 2, 제 3의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대표 규제는 ‘셧다운제’인데, 이를 시작으로 ‘손인춘 게임규제법’, ‘게임중독법’이 등장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015년에 경기도의회가 발의한 ‘저소득학생 정보화 지원 및 역기능 예방에 대한 조례안’에도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셧다운제를 뿌리 삼아 새로운 규제가 연이어 등장한 셈이다. ‘확률 공개’가 법이 되면, 시작은 ‘확률 공개’지만 어디로 규제가 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말고도 다양한 자율규제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인 월 결제한도’다. 업계가 월 결제한도를 스스로 관리하고 싶다면 그 전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본인들이 하겠다고 밝혔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도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월 결제한도를 스스로 관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뛰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 새로 온 문체부 도종환 장관은 취임 후 얼마 뒤에 게임업계와 간담회를 가지며 ‘친 게임 이미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업계 스스로가 자율규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자율이라는 말에는 본인이 한 일을 책임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말만 해놓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자율’이 아니라 ‘방임’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