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버서스, DLC에 갇혀 출전 못한 건담들이 아쉽다
2017.07.13 09:21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건담 버서스' 소개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기동전사 건담’ IP를 활용한 게임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다. 그 중에서도 ‘건담 VS’ 시리즈는 ‘철권’이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와 같은 대전액션 게임이다. 즉, 플레이어가 자신의 선택한 캐릭터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담’ IP를 활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이미 게임의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캐릭터에 애착을 품은 팬층이 두텁게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멋진 건담을 조종해 전투를 벌인다고 한다면 팬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기 마련이다. 이를 기반으로 '건담 VS' 시리즈는 오락실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건담 버서스’는 15년에 걸친 시리즈 중에서도 색다른 도전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아케이드로 신작을 내고, 추후 콘솔로 이식 버전을 출시했다. 그러나 신작 ‘건담 버서스’는 콘솔에 특화되어 만들었다. 아케이드보다 접근성이 높은 콘솔에서 게이머를 사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요 기체 빠진 ‘건담’ 올스타 배틀?
‘건담 버서스’를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여러 작품의 ‘건담’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이 기체를 조종하여 전투를 벌이는 격투게임이다. 물론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와는 다르다. 건담답게 모든 플레이어가 부스터를 뿜어내며 종횡무진 하늘을 누비고, 빔이나 바주카같은 원거리 병기가 흩날리는 살벌한 전투를 펼친다. 이런 곳에서 마치 에이스 파일럿이 된 것 마냥 현란한 움직임으로 적을 농락하고 처치하는 것이 목표.
▲ 시리즈 특유 게임성은 여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당연히 건담의 존재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다양한 기체를 플레이한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에 개발사에서도 좀 더 많은 기체를 담아내며 원작 팬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전작인 ‘기동전사 건담 익스트림 버서스 맥시 부스트 온’에는 총 35개 작품 속 160여 개 이상의 기체가 등장했다.
개중에는 주인공이 타서 엄청난 활약을 벌인 인기 기체가 있는가 하면, 이름없는 병사들이 애용하는 양산기도 있었다. 또한,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원작에서 특별하게 사용한 무기나 기술도 적극 반영했다. 이를 통해 건담 마니아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기체를 찾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건담 버서스’는 다른 선택을 내렸다. 등장하는 기체를 크게 줄인 것이다. 숫자만 봐도 차이는 확연하다. ‘건담 버서스’에는 100여 개 기체가 등장한다. 참전작이 20개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 팬층은 우수수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격투를 벌이는 건담으로 유명한 ‘기동무투전 G건담’나 훌륭한 메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엔들레스 왈츠’ 등은 건담 관련 게임에서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는 인기작이다. 이런 작품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에 어리둥절할뿐이다.
▲ 일견 많아보이지만 주요 기체가 많이 빠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실렸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있다. 해당 작품의 핵심 기체들이 듬성듬성 빠져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동전사 더블오 건담’에서는 초반의 주역 4인방 중 ‘건담 버체’는 본편에서 제공되지 않고, 별도 DLC로 나올 예정이다. 또한, 원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더블오 건담’도 ‘건담 버서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더 어웨이크닝 오브 트레일블레이저’는 아예 참전작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결국 ‘기동전사 더블오 건담’ 팬이라면 기대한 것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하는 빈약한 기체 라인업을 만나보게 될 뿐이다.
비단 ‘더블오’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이게 왜 없지?’ 싶은 기체들이 많다. 특히 건담 팬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애착을 품어오던 기체가 하나 둘은 있기 마련이다. 전작에서도 함께 했던 그 기체들이 신작에서 사라졌으니 실망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숫자로 보자면 여전히 100여 개로 여느 대전게임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전작에 있던 주 기체를 잃은 유저는 실망할 수 밖에 없다.
▲ 물론 양산기를 좋아하는 유저도 있지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식 아닌 콘솔 특화, 만듦새는 상당히 좋다
캐릭터를 떼어 놓고 본다면 ‘건담 버서스’ 완성도는 상당히 훌륭하다. 아케이드에서 콘솔로 옮겨왔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대전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컨트롤러다. 아케이드게임은 대부분 스틱 컨트롤러를 사용한다. 지금까지의 ‘건담 VS’ 시리즈 역시 그래왔다. 그러나 콘솔에서는 별도로 스틱을 구매하지 않는 이상, 게임 패드를 사용한다. ‘건담 버서스’가 콘솔, 그것도 PS4에 특화되었다면 기본적으로 듀얼쇼크4로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야 한다.
▲ 아케이드 스틱 없이도 화려한 기동을 보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건담 버서스’는 조작법에 대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기본적인 조작 체계는 듀얼쇼크4에 딱 맞아 떨어진다. 격투, 사격, 점프, 부스터, 특수 사격, 특수 격투 등 다양한 액션이 버튼마다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버튼 여러 개를 동시에 누르는 등 복잡한 조작은 없다. 여기에 기본 설정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키 설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조작 측면에서 ‘건담 버서스’는 확실히 콘솔에 특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대전게임의 꽃인 멀티 플레이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건담 버서스’는 전세계 유저들과의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의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어 매치 메이킹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또한, 게임 중에도 통신 환경이 나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게임 중 랙이 걸리거나 튕기는 일은 경험하지 못했다.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통신 에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극심하지는 않았다.
▲ 통신 장애도 가끔 발생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초보자를 위한 독특한 게임 모드, ‘얼티밋 배틀’
아케이드보다 접근성이 좋은 콘솔로 출시된 만큼, ‘건담 버서스’를 통해 시리즈에 입문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전게임 특성상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실전에 나섰다간, 손 쓸 새도 없이 패배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에 ‘건담 버서스’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 초심자들도 게임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일환이 바로 싱글과 멀티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얼티밋 배틀’이다. ‘얼티밋 배틀’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적과 싸우는 웨이브 형식의 게임모드로, 최종적으로 30라운드까지 생존하면 승리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AI 동료와 함께 적을 물리치고, 포인트를 얻어 기체를 성장시키게 된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적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능력치를 올리는 재미가 쏠쏠해, ‘얼티밋 배틀’ 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밀려드는 적을 쓰러트리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능력치를 올리며 진행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무작위로 발생하는 ‘엑스트라 배틀’이 더해지며 ‘건담 버서스’ 매력을 전달한다. ‘엑스트라 배틀’은 ‘얼티밋 배틀’ 중에 멀티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는 짧은 번외 경기에 해당한다. 최대 4명이 협력하여 거대 보스를 사냥하는 ‘보스 헌터’나 치열한 ‘3 대 3 대전’, 무수히 많은 적기를 가장 많이 격파하면 승리하는 ‘디스트로이어’ 등 다양한 엑스트라 배틀이 준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지루해질 수 있는 AI대전에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멀티 플레이를 체험하며 보다 쉽게 게임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 거대한 적과의 전투도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콘솔 특화는 성공, 유저 마음 잡기는 실패
‘건담 버서스’ 완성도가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제작진이 콘솔게임에 특화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을 기울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걱정이 되던 조작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콘텐츠 면에서도 대전 외에 즐길 거리를 가득 담아냈다.
하지만 ‘건담’ 팬 입장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건담 게임에 으레 기대할 법한 기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심이 크다. 대전게임으로서 콘텐츠 양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기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물론 추후 많은 기체가 DLC로 나올 것이다. 실제로 ‘건담 버서스’는 ‘건담 바르바토스 루프스’를 DLC로 배포했고, 앞서 말한 ‘건담 버체’ DLC도 나올 예정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신규 기체가 DLC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본편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못한 ‘기동무투전 G건담’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저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유저는 DLC를 준비하기 전에 게임 본편의 볼륨을 더욱 높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임을 20%만 내놓고 나머지 80%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DLC를 생각하기에 앞서, 본편이 유저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 게임 본편이 좋다면 DLC에도 불만은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