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아바타처럼, 인간이 침략한 외계 이야기 '길드워'
2017.08.17 23:21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인간의 이계 침략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다룬 '길드워' 시리즈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홈페이지)
지난 2005년,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로 내놓았던 ‘참신한 판타지 세계관’ 게임이 하나 있었다. 바로 MMORPG ‘길드워’였다. 제작을 맡았던 엔씨소프트 자회사 아레나넷은 당시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던전 앤 드래곤’ 작가 제프 그룹을 영입한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길드워’는 특유의 흥미로운 세계관과 참신한 스토리로 국내외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길드워’는 ‘외계와의 조우’라는, SF에서 볼 법한 소재를 판타지로 각색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여기서 인간은 외계에서 나타나 토착종족을 탄압하고 땅을 빼앗은 침략자 종족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토착 종족은 익숙한 엘프, 드워프, 오크가 아니라 저마다 신기한 생태와 문화를 지닌 외계인처럼 묘사되며, 실제 게임에서도 각 종족들이 생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겪는 차이가 자주 언급된다. ‘인간이 침략한 외계’라는 소재를 중심에 세운 셈이다.
인간의 침략으로 시작되는 ‘길드워’ 세계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 ‘길드워’ 무대가 되는 세계 ‘티리아’는 사실 인간의 고향이 아니다. 인간이 ‘티리아’에 정착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길드워’ 세계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신비한 힘, ‘미스트(The Mists)’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길드워’에서 모든 것은 ‘미스트’라고 하는 태초의 안개로부터 비롯됐다. ‘미스트’는 자주 안개에 비유되기는 하지만, 그 실체는 원초적인 힘 내지는 질료라고 할 수 있다. ‘미스트’에서는 끝없이 신비한 존재들이 생성되고, 또 사라진다. 이렇게 생겨나는 것 중 대부분은 깜빡이는 빛처럼 바로 사라지지만, 어떤 것들은 계속 남아 실체를 갖추기도 한다. 생성물은 대륙이나 섬일 때도 있고, 간혹 신이나 영혼 같은 의식 있는 존재가 태어나기도 한다.
‘길드워’의 모든 세계는 이처럼 ‘미스트’에서 생겨나 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여러 세계 사이에는 끝없는 ‘미스트’ 바다가 놓여 있어서, 각 세계들 사이의 왕래를 가로막는다. ‘길드워’ 무대인 ‘티리아’도 바로 이러한 세계 중 하나다. 어느 순간 ‘미스트’로부터 떠오른 이 세계는 온갖 종류의 환상적인 존재로 가득 차 있었고, 원시적인 태초의 힘이 대지를 따라서 흘렀다. 그러나 ‘티리아’에 인간이라는 종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 태초의 힘을 지닌 '미스트'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그런데 어느 날 ‘미스트’ 너머로부터 낯선 종족이 나타났다. 여섯 신들의 인도를 받아 ‘미스트’를 건너 ‘티리아’에 온 이 종족은 곧 해안가에 상륙, 정착지를 세우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은 본래 ‘티리아’에 살던 종족을 몰아내거나 멸종시키고 그 땅을 빼앗아 도시와 농장을 지었다. 하지만 토착 종족들은 인간에게 대항할 수 없었으니, 오직 인간만이 여섯 신에게서 빌린 힘으로 막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티리아’ 토착 종족들도 마법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구사하는 마법은 미약하고 원시적인 수준이었고, 신들이 직접 권능을 부여한 인간의 마법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 종족인 인간은 금방 토착 종족을 몰아내고 ‘티리아’를 지배하게 됐다.
하지만 인간의 지배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비밀의 신 ‘아바돈’은 다른 신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지성체 종족들에게도 똑같이 마법의 힘을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는 자신의 권능을 이용하여 ‘티리아’ 토착 종족들에게도 힘을 나누어주었다. 덕분에 인간에 맞설 힘을 얻게 된 ‘티리아’ 토착종족들은 영화 ‘아바타’처럼 일제히 인간을 공격했다.
▲ 비밀의 신 '아바돈'의 신상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토착 종족들의 잇따른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인간의 왕은 나머지 신들에게 마법을 거두어 누구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해달라고 탄원했다. 이에 다섯 신들은 청을 들어주어 선물한 힘을 모두 회수해 ‘블러드스톤’이라는 광물에 담은 후, 힘을 모아 ‘아바돈’을 응징하고 봉인했다. 그리고 신들은 ‘티리아’를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길드워’는 이렇게 신들이 떠나고 한 세기가 흐른 이후의 시대를 다루었다. 신들의 인도를 잃은 인간들은 여러 왕국과 제국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또한 군사와 생산을 담당하는 조합 ‘길드’도 저마다 대립해 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인간이 내전으로 약화됐다고 판단한 일부 토착 종족들이 갑작스러운 침공을 개시하고, 이에 북부 대륙의 인간 왕국들이 위기에 처한다는 내용이 게임의 초반 줄거리를 이루었다.
▲ 인간이 신들의 인도를 잃고 내전을 일삼자, 기회를 노린 토착종족 '차르'는 보복에 나선다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홈페이지)
이후 모든 혼란이 실은 ‘아바돈’의 음모였음이 드러나고, 이어지는 줄거리는 봉인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그를 찾아가 쓰러뜨리는 전개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세는 크게 축소되어버린다. 결국 인간의 왕국은 여럿이 무너지고, 다시 한 번 토착 종족들이 나타나 과거의 땅을 수복하게 된다. 인간의 '티리아' 침략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인간과 토착 종족들 사이의 치열한 대립이 게임의 주된 내용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큰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아바돈’의 죽음이 미친 여파로 ‘티리아’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토착 신들이 깨어난 것이다.
토착 신 ‘엘더 드래곤’을 중심으로 스토리 풀어낸 ‘길드워 2’
▲ 잠들어있는 '엘더 드래곤'의 등뼈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길드워’ 1편에서는 인간이 토착 종족을 정복하고 짓밟은 외래 침략자로 묘사된 측면이 있었다. 반면 후속작 ‘길드워 2’는 인간이 ‘티리아’ 토착 종족들과 관계 맺고 연합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길드워 2’는 여섯 신과 인간이 ‘티리아’에 오기 전에 어떤 존재들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실 ‘티리아’도 태초의 힘 ‘미스트’에서 비롯된 만큼, 본래 풍부한 마법의 힘을 머금은 땅이었다. 인간이 나타났을 때 ‘티리아’ 종족이 맞설 수 없었던 이유는 당시 ‘티리아’가 마법적 고갈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여섯 신들로부터 힘을 받은 인간은 마법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반면, 토착 종족들은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티리아’에 마법의 기운이 약해진 이유는 토착 신 ‘엘더 드래곤’들 때문이었다. 이들은 ‘티리아’를 정복하고 통치하길 원했던 인간의 여섯 신들과 달리,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적인 힘을 전부 먹어 치우기만 하는 탐욕스러운 존재들이었다. ‘엘더 드래곤’은 ‘티리아’의 생명을 모두 집어삼킨 후에는 깊은 잠에 들었다가, 다시 생명이 번창하면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엘더 드래곤’들의 활동 주기에 따라 ‘티리아’에는 대규모 멸종의 순환이 되풀이됐던 것이다.
▲ 북부 산악지대에서 깨어난 '엘더 드래곤 조막'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아바돈’의 죽음 이후 ‘티리아’에는 다시 한 번 ‘엘더 드래곤’들이 깨어나고, 생태계에 일대 변동이 찾아왔다. 북부에서는 ‘엘더 드래곤 조막’이 깨어나, 거인종족 ‘노른’이 이를 피해 남하하여 인간의 영역에 들어왔다. 지하에서는 ‘엘더 드래곤 프라이모두스’가 깨어나 지각변동이 발생했으며, 지저생활을 하던 ‘아수라’ 종족이 지상으로 대거 대피했다. 인간은 깊은 바다 밑에 잠들어있던 ‘엘더 드래곤 자이탄’이 떠오르며 발생한 거대한 쓰나미에 큰 피해를 입었다.
‘엘더 드래곤’들은 강대한 마법의 힘으로 주변을 자연환경을 뒤틀고, 죽은 자를 일으키고, 원소의 힘으로 하수인을 창조했다. 이들은 사실상 거대한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각각의 ‘엘더 드래곤’은 저마다 자연의 일부를 반영한 듯한 모습에, 환경을 지배하는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 '엘더 드래곤 프라이모두스'이 창조한 괴물 '그레이트 디스트로이어'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이에 대부분의 종족은 감히 맞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죽음의 힘을 지닌 ‘엘더 드래곤’인 ‘자이탄’이 대규모 언데드를 앞세워 침공하자, 각 종족과 길드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치게 된다.
이후 각 종족은 서로를 처치하기 위해 숨겨뒀던 비밀병기들을 꺼내 조합하여 ‘자이탄’에 맞선다. 인간을 주축으로 한 ‘티리아’ 종족들은 비행정을 띄워 ‘자이탄’의 둥지를 급습하고, 결국 여러 종족이 함께 만든 병기를 동원해 괴물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 ‘자이탄’의 죽음으로 ‘티리아’ 종족들은 ‘엘더 드래곤’도 얼마든 쓰러뜨릴 수 있는 적이라는 희망을 얻고, 다른 ‘엘더 드래곤’까지 함께 처치하기로 결의한다.
▲ '엘더 드래곤 자이탄'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하지만 곧 ‘엘더 드래곤’이 단순한 거대괴물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두 번째 ‘엘더 드래곤’인 ‘모드레모스’를 처치하던 중, 이들이 ‘티리아’ 자연의 화신 같은 존재였음이 확인된 것이다. 심지어 연합에 참여한 종족 중 일부는 ‘엘더 드래곤’의 창조물이기도 했다.
각 종족의 주요 인사들은 ‘엘더 드래곤’이 ‘티리아’의 자연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을 더는 죽여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은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인간의 신들 중 하나인 ‘발타자르’가 돌아온 것이다. 홀연히 나타난 그는 ‘엘더 드래곤’을 처치하고 힘을 빼앗겠다는 뜻을 전한다. 이렇게 싸움은 외계에서 침략해온 인간 신과 토착 신 ‘엘더 드래곤’의 대립으로까지 번진다.
최근 공개된 확장팩인 ‘길드워 2: 패스 오브 파이어’는 ‘발타자르’가 ‘엘더 드래곤 크랄카토릭’을 찾아 크리스탈 사막으로 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시점에서 '티리아' 인간들이 이미 고향 세계에 대한 지식을 모두 소실했다는 것이다. 신들과 함께 온 인간이 죽은지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토착 종족들과의 전쟁으로 많은 기록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에 신들도 이미 수세기 전에 모두 떠나 '티리아'와 연락을 끊고 있었으므로, '티리아'에 남은 인간들은 자신들의 기원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들은 오래 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신 '발타자르'를 돕는 대신, 삶의 터전인 '티리아'를 지키기 위해 '크랄카토릭'을 보호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 '패스 오브 파이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엘더 드래곤 크랄카토릭'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흔한 엘프와 드워프는 없다, 외계인처럼 기이한 ‘티리아’ 종족들
‘티리아’의 분위기는 종족 설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실 대부분의 판타지에는 인간과 큰 차이 안 나는 종족들이 나오는 게 보통이다. 엘프, 드워프, 하플링, 노움 등은 기껏해야 인간 키를 줄이거나, 귀를 뾰족하게 하거나, 문화적 차이를 준 정도의 느낌이었다. 다른 종족이라기 보다는 다른 인종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러나 ‘길드워’에는 외래종인 인간과 토착종인 나머지 종족들을 대비시키기 위해 여러 독특한 종족들이 등장, 확실히 ‘다른 세계’라는 느낌을 준다.
▲ '차르' 종족 콘셉트 원화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차르’는 거대한 2족 보행의 개목 동물을 닮은 야수종족이다. 사자처럼 무리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은 다른 종족을 사냥하고 약탈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태생이 맹수이기 때문인지, ‘차르는’ 신체적으로도 뛰어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귀는 총 네 개인 덕에 청각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며, 특이한 신체구조상 2족 보행과 4족 보행이 모두 가능하다. 머리에는 유사시 적을 들이받을 수 있도록 단단하고 날카로운 뿔이 자라 있다. 기본 체구는 신장 2m가 넘는 근육질이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종족인 ‘차르’가 과거 인간에게 사냥 당해 종족 단위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간이 지닌 뛰어난 마법 덕분이었다. 대신 이들은 칼과 갑옷을 비롯한 철제무기를 만드는 데 능하며, ‘길드워 2’ 시점에서는 화약기술과 불 마법을 터득해 화포를 사용하기도 한다. 독특한 점은 힘이 뛰어나고 직접 전투를 선호하는 종족 특성상, 화포도 바퀴를 달아 끌고 다니는 대신 어깨에 메고 다니며 쏜다는 것이다.
▲ '아수라' 종족 콘셉트 원화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반면 ‘아수라’는 신장 90cm에 불과한 작은 종족으로, 회색 피부에 큰 귀, 상어 같은 이빨이 돋은 찢어진 입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머리와 손은 체구에 비해 기괴할 정도로 큰데, 흡사 ‘그렘린’을 연상시키는 생김새다. 그리 귀여운 종족은 아닌 셈이다.
대신 ‘아수라’는 다른 종족보다도 뛰어난 지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다른 종족은 흉내내지 못할 고성능 기계장치를 만들 수 있으며, 대신 노동을 수행해줄 ‘골렘’을 운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실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종족인 것이다. 그 외에도 이들은 세상을 거대한 기계로 보고 만물을 그 부품으로 보며,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만 파악한다면 신보다 우월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 독특한 철학관을 지니고 있다.
▲ 인간처럼 생겼지만 실은 식물인 '실바리' 종족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홈페이지)
‘길드워’의 엘프에 해당하는 종족 ‘실바리’도 특이하다. ‘실바리’는 생긴지 25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종족이다. 이들은 종족 전체가 나무에서 자라나며, 생긴 것도 식물의 잎과 줄기로 이루어진 사람의 모습이다. ‘실바리’는 태어날 때 의식을 지닌 나무 ‘페일 트리(Pale Tree)’에서 열매 맺히는 방식으로 자라나는데, 태어나는 시간에 따라 성격, 체질, 역할이 나뉜다. 예를 들어 정오에 태어난 ‘실바리’는 활기차고 호전적인 성격에, 맨손 싸움에 능하고, 실제로도 전사가 되는 식이다.
여기에 ‘실바리’가 굳이 인간처럼 생긴 데도 이유가 있다. 사실 ‘실바리’ 기원인 ‘페일 트리’는 ‘엘더 드래곤 모드레모스’에서 비롯된 존재다. 원래 ‘페일 트리’는 ‘엘더 드래곤’이 깨어날 때까지 씨앗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우연히 한 인간 병사가 전쟁 중 어느 동굴에서 식물 괴물들이 지키고 있던 씨앗을 찾았고, 전쟁이 끝난 후 고향 마을로 돌아와 가족의 무덤에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인간의 시체를 흡수하고 자란 ‘페일 트리’는 인간에 가까운 정신을 지니게 됐고, 이후 인간의 모습을 본 따 ‘실바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드레모스’가 의도한 ‘실바리’의 진정한 외모는 인간과 큰 차이가 있으며, 이후 ‘모드레모스’가 각성하며 일부 ‘실바리’는 ‘모드렘 가드’라는 괴물로 변이하게 된다.
그 외에도 ‘길드워’에는 메마른 해골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시체를 섭취할수록 점점 여러 부속지가 돋아나는 ‘플레쉬리버’, 종족 전체가 단일정신을 공유하는 ‘스크리트’ 등 다양한 종족이 등장한다. 이처럼 상세하고 기발한 종족들 덕분에 ‘길드워’ 세계관은 더욱 이국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준다.
▲ 시체의 살을 먹어 성장하는 기괴한 종족 '플레쉬리버' 종족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
기발한 상상과 개연성을 함께 갖춘 세계관
‘길드워’는 ‘인간이 침략한 세계’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매우 짜임새 있으면서 고유한 풍미를 지닌 설정과 스토리를 완성해냈다. 확실히 ‘길드워’ 같은 분위기와 깊이를 지닌 세계관의 게임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처럼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있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길드워 2’ 아트 디렉터인 다니엘 도시우는 그 비결이 바로 ‘상상력’과 ‘개연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GDC 2010’에서 그는 흔한 판타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익숙한 소재를 피하면서도, 새롭고 환상적인 설정이 너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발한 상상’과 ‘개연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길드워 2’를 시각적으로 디자인할 때 여러 설정과 스토리를 감안해 개연성에 신경 썼다고 언급했는데, 그 덕분인지 그가 그린 다양한 ‘길드워 2’ 원화는 ‘스펙트럼 판타스틱 아트 어워드’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길드워’ 세계관은 계속 문제 없이 확장될 듯하다. 오는 9월에는 ‘길드워 2: 패스 오브 파이어’로 이국적인 신비를 품은 남쪽 사막 대륙인 ‘엘로나’가 공개된다. 이곳은 ‘티리아’에 나타난 인간이 처음으로 상륙한 땅으로, 인간의 기원에 대한 많은 비밀이 잠들어있다. 여기에 돌아온 신 ‘발타자르’ 또한 인간의 고향 세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다. 즉 이번 확장팩 이후로도 ‘인간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모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사실감 있게 느껴지는 '길드워 2' 세계관 디자인 원화
(사진출처: '길드워 2' 공식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