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듀티: WW2', 명작이 되기엔 2% 부족했다
2017.11.07 20:06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콜 오브 듀티: WW 2'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콜 오브 듀티' 공식 유튜브 채널)
'콜 오브 듀티'는 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냉전, 미래 전쟁 등을 다룬 FPS 시리즈로 오랜 세월 인기를 누린 바 있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변화 없는 플레이 시스템, 부실한 스토리와 짧은 볼륨, 미래 전쟁에 치중하며 획일화된 분위기 등으로 차츰 냉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EA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배틀필드'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일까? '콜 오브 듀티'도 별안간 2차 세계대전 배경의 신작을 내놓았다. 바로 11월 3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WW 2'다. 이 작품은 미래전쟁에서 시리즈의 뿌리인 2차 세계대전으로 회귀, 구식 M1 게런드를 들고 참호전을 벌이는 복고풍 재미를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 WW 2'는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다. 기본적인 바탕과 재미는 무난하다. 하지만 캠페인, 멀티 플레이, 실제 역사 고증 등, 많은 사람들이 '콜 오브 듀티: WW 2'에 기대한 부분에 크고 작은 결점이 보인다. 분명 전작에 비하면 개선된 점도 있고 재미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2% 부족한 모습이다.
영화 같은 스토리와 연출은 여전하다
▲ 시리즈 전통인 박진감 넘치는 연출은 여전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특유의 영화 같은 싱글 플레이 연출은 이번 '콜 오브 듀티: WW2'에도 여전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작이 어느 순간부터 영웅적 개인의 활약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품은 전쟁을 마주한 보통 사람의 드라마를 소소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콜 오브 듀티: WW2'는 텍사스 출신 청년인 '대니얼스'의 전쟁 경험을 그리고 있다. '대니얼스'는 악명 높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되고, 수많은 동료가 아무 의미도 없이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자신을 구한 동료가 대신 중상을 입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같은 미군이 독일군 포로와 민간인 시체 위에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니얼스'는 불안, 분노, 책임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성장해간다.
▲ 동료의 죽음, 부상, 위기 속에 성장해나가는 주인공 '대니얼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연출상 특징은 굉장히 잔혹하고 고어하다는 점이다. 기관총에 맞아 턱 위의 머리가 전부 날아가버리는가 하면, 포탄이 스치고 지나가 상반신 절반이 터지는 끔찍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러한 연출은 '대니얼스'가 '나도 이렇게 당할 수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어, 전쟁의 무서움과 참혹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NPC 분대원과의 상호작용이 늘어난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캠페인에서는 적에게 입은 피해가 자동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대신 근처에 있는 의무병 NPC에게 요청해 메디킷을 받아서 사용해야 한다. 탄약도 같은 방식으로 수급하며, 캠페인 후반부에는 동료를 통해 수류탄 보급, 박격포 지원, 적 위치 파악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덕분에 초인영웅이 고독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느낌 대신, 분대 전우들과 함께 싸우는 느낌이 분명히 전달된다.
다만, 캠페인 분량이 다소 짧은 점은 아쉽다. 보통 난이도를 기준으로 네 시간이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 곳곳에 숨겨진 수집요소를 찾으면 플레이 시간은 길어지겠지만, 그래도 스토리 분량이 적다는 점은 여전히 단점으로 남는다. 또한 발매 전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것과 달리, 실제 게임에서는 캐릭터 얼굴 및 군복에 주름이나 먼지가 하나도 없어서 전쟁 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깔끔해 보인다는 점도 아쉽다.
'전쟁 모드'로 차별화 꾀한 멀티 플레이, 그러나 서버 문제 심각해
▲ 다양한 수집 및 성장 요소는 여전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실 '콜 오브 듀티: WW2'의 백미는 멀티 플레이에 있다. '콜 오브 듀티: WW2'는 여러 클래스와 모드로 다양성 넘치는 플레이를 제공하며, 아이템 수집 및 스킬 해금 요소로 도전욕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는 싱글 플레이에서와 달리 클래스를 정해야만 한다. 이 게임에서 클래스는 '사단'이라고 불리며, 저마다 고유한 스킬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특정 사단으로 플레이 할 때마다 조금씩 '사단 레벨'이 오르며 더 높은 등급의 특성과 무기를 해금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각 사단은 한 가지씩 '사단 스킬'을 보유한다. 예를 들어 보병은 소총에 대검을 달고 찌르는 '착검돌격' 스킬을 써 백병전에서 적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 반면 원정군은 산탄총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소이탄' 스킬로 적에게 불을 붙여 지속피해를 유발한다. 사단에 따른 무기 선택 제한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단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각 사단에 맞는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 보병은 소총을, 산악병은 저격소총을, 원정군은 산탄총을 쓰게 되는 식이다.
▲ 원정군의 '소이탄' 스킬 사용 모습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멀티 플레이에서는 한 판을 끝낼 때마다 조금씩 플레이어의 '계급'과 '사단 레벨'이 오른다. 이 중 '계급'은 플레이어 자체의 레벨로, 어떤 사단으로 플레이하든 상승한다. 반면 '사단 레벨'은 특정한 사단을 플레이 할 때만 오른다. 예를 들어 기갑병으로 한 판을 끝내면 '기갑사단 레벨'이 오르는 식이다. '계급'과 '사단 레벨'이 오르면 일종의 패시브 스킬인 '훈련'을 습득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사단을 플레이 할 동기가 확실히 부여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다양한 멀티 플레이 모드가 지원된다. 가장 기본적인 모드는 '팀 데스매치 모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최대 6인씩으로 구성된 두 팀으로 나뉘고, 제한시간 10분 동안 먼저 상대를 처치해 75점을 낸 팀이 승리하게 된다. '팀 데스매치 모드'는 전작들에 비해 다소 쉽고 단순해진 느낌을 준다. 벽타기, 이단점프, 순간이동 등, 최첨단장비를 이용한 변칙적인 이동기술이 사라진 덕이다. 전작들의 빠르고 복잡한 기동에 질린 플레이어라면 이번 변화가 반갑게 느껴질 듯하다.
▲ '전쟁 모드'에서는 전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내러티브와 임무가 제공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가장 눈에 띄는 멀티 플레이 모드는 새로 추가된 '전쟁 모드'다. '전쟁 모드'에서는 두 팀이 공격과 방어로 팀을 나누어 임무를 수행하는 모드다. 기본 구성은 수레를 밀거나 거점을 차지하는 등 '팀 포트리스 2'와 비슷하지만, 임무 여러 단계로 나누고 전쟁 분위기 물씬 나는 내러티브를 부여한 점이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맵 'Operation Breakout'에서 연합군은 제한시간 내에 독일군 통신소를 장악하여 지원요청을 차단해야 한다. 첫 번째 임무에 성공하면 다음은 적 대공포대로 진군할 수 있도록 끊어진 다리를 수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대공포대를 파괴해야 한다. 반면 독일군은 연합군이 임무를 성취할 때마다 조금씩 후퇴하며 시간을 끌어야 한다. 단계별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전투 지역이 달라지며, 제한시간도 조금씩 갱신된다.
이 외에도 전차 호위, 임시 교각 건설, 전파시설 확보 등 다양한 목표를 제시한다. 이러한 목표 중 일부는 특정한 장비를 사용하고 팀워크를 발휘하지 않으면 성취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Opertion Breakout'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교각을 건설해야 하는데, 적 사격에 완전히 노출된 채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 따라서 이 구간에서는 다른 아군이 연막탄과 엄호사격으로 교각 건설자를 보호해줘야만 한다. 진짜 전쟁처럼 진행되는 셈이다.
▲ '전쟁 모드'에서 임무 수행을 위해 장애물을 폭파시키는 모습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정말 무섭고 소름 끼치는 좀비 보여준다, 공포물로 돌아온 '나치 좀비'
▲ 전에 없이 섬뜩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나치 좀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번 '콜 오브 듀티: WW2'의 좀비 모드는 고전적 공포 분위기를 물씬 살린 느낌이다. 여기 나오는 좀비는 공포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시체들의 새벽'에나 나올법한 무서운 모습이다. 게임 무대도 사방이 찢긴 살점과 흘러 넘치는 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행 방식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네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사방에서 쏟아지는 좀비 웨이브를 막아내는 것이다. 이번에는 진행에 따라 오브젝트를 조작해 잠긴 문을 열거나, 발전기를 조작하는 등의 요소가 추가됐고, 그에 따라 더욱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드는 진행이 요구된다. 어느 눈 내리는 소도시에서 시작하는 '나치 좀비' 모드는 웨이브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지하에 숨겨진 비밀실험실로 장소를 옮기며, 그에 따라 더욱 소름 끼치는 공포감을 선사해준다.
▲ 사방에서 조여오는 좀비 웨이브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다
'콜 오브 듀티: WW2'는 분명히 준수한 재미를 갖춘 게임이다. 캠페인은 전쟁의 참상을 주제로 한 드라마로, 전작들의 통속적인 영웅물 스토리와 차별화되는 서사를 보여주었다. 멀티 플레이 또한 전쟁 내러티브를 살린 '전쟁 모드'로 새로운 영역을 갖추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캠페인과 멀티 플레이 모두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싱글 플레이는 분량이 적어서, 조금 몰입된다 싶을 때쯤 갑자기 끝나버린다. 멀티 플레이는 '전쟁 모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요소가 전작부터 이미 있던 것들이다. 새로운 콘텐츠인 '전쟁 모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맵 종류가 세 가지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또한 잦은 서버 문제와 많은 핵 사용자는 멀티 플레이 자체를 하기 힘들게 만든다.
부실한 고증도 작지 않은 문제로 다가온다. '콜 오브 듀티: WW2'가 전반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잘 연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고증을 따지면 이야기가 다르다. 멀티 플레이를 해보면 흑인 여성 캐릭터가 독일군으로 나와 PPSh-41을 쏘는 등 시대상을 알면 황당하게 느껴질 상황이 많다. 발매 전 사실적인 2차 세계대전을 보여주겠다며 고증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가 2차 세계대전의 분위기를 다소 해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콜 오브 듀티: WW2'는 '괜찮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 작품'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무엇을 해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해주지만, 어느 한 가지도 확실히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