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만든 한국형 포켓몬 GO, 다운로드는 7,000
2018.01.04 10:56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15년 여름 출시된 '포켓몬 GO'는 사회 문제로 대두될 만큼 전세계적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켓몬 GO'가 실행되던 속초 지방은 때 아닌 관광특수를 누리기까지 했다. 이런 '포켓몬 GO'의 등장으로 AR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형 포켓몬 GO'라는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이 단어는 처음 우려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과거 '한국형 닌텐도', '한국형 알파고'와 같이 밑도 끝도 없는 '한국형 포켓몬 GO' 개발 열풍이 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한국형 포켓몬 GO'를 직접 표방하거나 연상시키는 AR 게임들이 속속 발표됐다.
그리고 용인시도 관광육성용 콘텐츠로 AR 게임 '꽁알몬'을 내놨다. 이 게임은 용인시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협약을 맺고 개발해, 2017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용인 지역 5개 유명 관광지(에버랜드, 대장금파크, 한택식물원, 농촌테마파크, 자연휴양림)를 돌아다니며, 관광지와 특산물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60여 종의 '꽁알몬'을 수집하는 것이 주된 테마다.
▲ '꽁알몬'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용인시 공식 유튜브 채널)
총 1억 2,000만 원 투입, 다운로드 고작 7,000 건
‘꽁알몬’ 프로젝트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MOU를 통해 개발은 무상으로 진행됐으나, 개발 및 서비스를 위한 프로그램 구입비, 프로그램 유지관리비, SNS 이벤트 운영비, 홍보·마케팅비 등 용인시 예산 1억 2,000여만 원의 예산이 잡혔다. 지난해까지 8,740만 원이, 올해 3,160만 원의 시비가 추가로 투입된다.
용인시는 출시 초기 서울지하철 등에 '꽁알몬' 광고를 게재하고, 각종 특산물이나 기술 행사 등에 ‘꽁알몬’ 부스를 설치, SNS에 '꽁알몬'을 올리면 관광지 무료 입장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용인시가 지난해 ‘꽁알몬’ 홍보 마케팅비용으로 사용한 돈은 3,000만 원. SNS 이벤트 비용까지 합하면 5,840만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 '꽁알몬' 관련으로 지출된 용인시 예산 (자료제공: 용인시)
그러나 출시 두 달 간 '꽁알몬' 다운로드 수는 3,000여 건, 출시 7달이 지난 현재는 7,000건에 머물고 있다. 일 평균 방문자 수가 2만 명에 달하는 용인 에버랜드 등이 ‘꽁알몬’ 플레이 지역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용인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이 ‘꽁알몬’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이다. 수 천만 원의 홍보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으나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마케팅과 관리도 없었다. 확인 결과 2018년 현재 '꽁알몬'이 서비스되는 용인지역 대표 관광지 5곳에서는 '꽁알몬' 관련 오프라인 광고나 홍보 등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여름 이후엔 주요 SNS에서도 ‘꽁알몬’ 관련 게시물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콘텐츠 업데이트도 5개월째 멈춰 있는 등 사실상 방치 상태에 가깝다. 게임을 새롭게 접할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꽁알몬', 구글에는 5,000건 이상으로 표시되지만, 정확한 다운로드 수는 7,000건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앱스토어는 훨씬 적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출처: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
이에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은 2017년 7월 '꽁알몬' 서비스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문화관광부 국비 2억 9,000여 만원을 추가 투입했다. 용인시는 이를 통해 올해 7월까지 서비스 지역을 기존 5곳에서 198곳으로 확대하고, 몬스터 수도 160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날씨가 풀리는 올해 3월부터 SNS 등을 통한 이벤트를 다시 펼치고, 8월 업데이트 후에는 새로워진 ‘꽁알몬’에 대한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열기가 식은 ‘꽁알몬’이 업데이트만으로 활기를 띌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게임 외 별도 IP 전개사업도 이루어지지 않아 ‘꽁알몬’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3억 원에 달하는 국비를 추가로 들여 진행하는 콘텐츠 업데이트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부터 운영까지, 유저 외면 부르는 이유들
'꽁알몬' 부진의 원인은 게임으로서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꽁알몬’은 ‘포켓몬 GO’의 전세계적 흥행에 편승한 작품임을 부정할 수 없다. ‘포켓몬 GO’는 20년 넘게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포켓몬스터’라는 IP를 핵심으로, AR이라는 기술을 도입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포켓몬 GO’ 이후 출시된 수많은 AR게임들은 핵심이 되는 IP 없이 AR이라는 기술에만 초점을 맞춘 경우가 태반이었고, 자연히 낯선 콘텐츠는 도태됐다. ‘꽁알몬’ 역시 이 같은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용인시내 5곳 관광지에서만 즐길 수 있어 게임적으로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사진출처: 앱스토어)
더 큰 문제는 게임 플레이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당초 ‘꽁알몬’은 위에서 예를 든 에버랜드, 대장금파크, 한택식물원, 농촌테마파크, 자연휴양림 등의 관광지를 홍보하고,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위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으면 플레이 자제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포켓몬 GO’ 열풍 당시 지적된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플레이 시간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해 놓은 상태다.
이를 게임으로 보자면 유저 외면을 초래하는 심각한 결점이다. 이에 용인시 관계자는 “’꽁알몬’은 순수 게임 목적보다는 용인 지역 관광지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재방문의 기회를 드리기 위해 마련된 홍보용 콘텐츠”라며 “게임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관광홍보 앱과 비교하면 동일 투자대비 뛰어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지만 8월 업데이트 이후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용인 관광지 재방문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꽁알몬’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관광홍보 목적으로 제작됐더라도 게임 콘텐츠로 접근한 상황. 해당 콘텐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더해졌다면 훨씬 큰 효과를 거두지 않았을까 많은 아쉬움은 남는다. 이미 우리는 ‘한국형 XXX’라 명명지어진 수많은 졸속행정 결과물들을 봐 왔다.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찰 없이 트렌드만 쫒은 결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마디에서 시작된 ‘한국형 닌텐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촉발된 ‘한국형 알파고’까지. 여기에 ‘꽁알몬’ 역시 ‘한국형 포켓몬 GO’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세태가 계속된다면 제 4, 제 5의 '한국형 XXX'는 얼마든지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