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
2018.06.22 17:18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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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내 게이머들을 웃고 울렸던 게임이 있습니다. 던전 탐험의 암울함과 ‘멘붕’ 상황을 극한까지 표현해낸 ‘다키스트 던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처음은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2016년 초 출시됐으나,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하는 사람만 하는 명작’ 취급을 받았습니다. 일반 RPG에 비해 대사 비중이 높은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어 장벽이 없는 게임은 아니기에 마냥 아쉬워 하는 유저들이 많았죠. 그러던 중, 지난 18일 ‘다키스트 던전’ 개발사 레드훅스튜디오가 공식 한국어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저 반응은 나름 좋았습니다. 게임메카 기사에도 페이스북 ID Daniel Leo Park 님 "한다 한다 하더니 이제야 해주네", 게임메카 ID 라리언 님 "한국어화 패치 기다리며 꾹 참고 있었는데, 드디어 게임 살 때인 듯" 등 기대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물이 영 심상찮았습니다. 번역기만 못 한 오역이 게임 곳곳에 산재해 있었거든요.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첫 나레이션부터 오역으로 시작합니다. “파멸이 우리 가문에 닥쳤다(Ruin has come to our family)”라는 문장은 ‘Ruin(파멸, 유적)’을 ‘파멸’이 아닌 ‘유적’으로 쓰며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로 번역됐습니다. 귀여운 유적 군이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오는 장면이 연상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겠죠?
이 외에도 오역은 넘쳐납니다. 기습 당한 상황을 표현하는 ‘Surprised’를 단어 그대로 ‘놀랐습니다!’라고 했다던지, '사냥개의 활력(the hound's vigor)'을 '사냥개의 정력'으로 번역하는 등입니다. 일부 오역은 과거 ‘왈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컬트적인 화제를 낳으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신에겐 책임이 없음을 강조하는 번역가의 해명글과 유저 한국어팀이 보낸 한글 패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레드훅스튜디오의 과거 행적 등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죠.
유저 반응은 싸늘합니다. 게임메카 ID 알수없어 님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제일 저렴한 번역기를 이용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비꼬았고, 네이버 ID SHK 님은 "사실 번역기보다 나쁨"이라며 거들었습니다. 스팀 유저들도 "분위기가 중요한 게임인데 개그게임이 돼버린 것 같다", "이런 질 낮은 번역으로 게임을 팔아 먹으려는 심보가 대단하다" 라며 혹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자 결국 ‘다키스트 던전’을 제작한 레드훅스튜디오는 기존 한국어 패치를 갈아엎고 2주 후 새로운 한국어 패치를 진행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한국 가주분들 미안합니다. 우리는 이 괴물 같은 번역을 빨리 끝내겠습니다”라는 자기반성적 이미지와 함께 말이죠.
‘다키스트 던전’ 사례는 줄지어 이어지는 한국어화 게임들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됐습니다. 결과물이 미흡하면 호응은 커녕 반발만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말이죠. 이번 사례를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을 무시하는 느낌을 주는 ‘발글화’ 게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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