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그 어디보다 완성된 ‘스파이더맨’을 PS4에서 만났다
2018.09.14 17:46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스파이더맨' 론칭 트레일러 (영상출처: PS코리아 공식 유튜브)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는 슈퍼 히어로 문화를 주도하는 양대산맥이다. 특히 두 회사는 여러 분야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마블코믹스는 어벤저스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중심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게임에서는 크게 눈에 띄는 대작을 내지는 못했다.
DC코믹스는 마블과 반대다. 야심차게 영화에 도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불세출의 액션 게임 ‘배트맨 아캄’ 시리즈로 게이머에게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첫 작품 ‘아캄 어사일럼’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이후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DC코믹스 영화 ‘아쿠아맨’이 ‘어벤저스’ 뺨치게 나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블코믹스가 이제는 게임 시장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할 거 같다는 의미다. 지난 9월 7일 PS4로 나온 ‘스파이더맨’이 금자탑으로 여겨지던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스파이더맨' 난이도 설정부터 느낌이 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리지널 '스토리'와 프리 플로우 '액션', 기본기가 탄탄하다
PS4 ‘스파이더맨’은 지금까지 영화나 만화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담아 내는데 주력했다. 게임 속 스파이더맨은 8년간 영웅으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았다. 슈퍼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악당도 대부분 잡아서 교도소에 보냈고, 게임 시스템을 익히는 프롤로그 파트에서는 뉴욕을 주름잡는 악당 ‘킹핀’ 윌슨 피스크도 처리하며,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 준다.
▲ 윌슨 피스크는 초장부터 격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스파이더맨의 굴곡진 인생은 쉽사리 펴지지 않는다. 윌슨 피스크가 잡혀 가며 눈치를 보던 범죄자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자선 사업가 마틴 리가 악당 ‘미스터 네거티브’로 변해 도시 곳곳에서 파괴 활동을 벌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작진이 발매 전 인터뷰에서 공언한 것처럼 영웅 스파이더맨과 평범한 시민 피터 파커의 삶이 서로 충돌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런 설정에 메이 숙모나 메리 제인 왓슨, 노먼 오스본 등 주변 인물들이 엮이면서, 게임 만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 잡혔던 악당도 다시 풀려나고 혼돈에 빠지는 뉴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변 사람을 플레이하는 구간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러 게임에서 검증된 프리 플로우 액션도 ‘스파이더맨’ 기본기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든다. 프리 플로우 액션이란 쉽고 간단한 조작으로 화려한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액션게임의 한 갈래로, ‘배트맨 아캄’ 시리즈나 ‘섀도우 오브 워’ 등이 대표작이다. ‘스파이더맨’도 버튼 하나만으로 어렵지않게 몰려오는 적을 때려 눕힐 수 있으며, 머리 위에 뜨는 표시만 잘 보면 적의 공격도 멋지게 회피할 수 있다. 기본적인 연타나 회피 동작은 스파이더맨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을 충실히 재현해서 보는 맛도 일품이다.
▲ 은신 제압 등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무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금세 지루해질 수 있는 프리 플로우 액션 단점은 스파이더맨 거미줄 능력으로 보완했다. 전투 중에 웹슈터를 발사하면 총을 든 적의 시야를 가리거나 총기를 빼앗을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적에게 빠르게 돌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획득하는 특수 장비를 추가로 활용하면 더욱 다채로운 전투가 가능하다. 거미줄을 대포처럼 발사하는 ‘임팩트 웹’을 쓰면 적을 벽에 고정시킬 수 있고, ‘스파이더 드론’을 꺼내면 자동으로 주변의 적을 공격해 전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넓은 범위에 거미줄을 흩뿌리는 ‘웹 봄’은 다수의 적을 순식간에 제압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적을 공중으로 날리는 에어 런치나 공중에서 급강하해 적을 넘어트리는 충격파 등 여러 옵션이 제공된다. 거미줄을 사용한다는 스파이더맨 개성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액션이 지루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현란한 움직임이 일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웹 봄으로 적을 일망타진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원하는 플레이스타일 대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레벨을 올리면 3가지로 나뉜 스킬 트리에서 원하는 것을 찍을 수 있다. 거미줄 활용법이 늘어나는 이노베이터, 맷집을 단단하게 해주는 디펜더, 그리고 상쾌한 이동이 가능한 웹슬링어 등 다양한 스킬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육성 요소는 각기 다른 성능을 지닌 슈트, 그리고 슈트 모드와 시너지를 일으킨다. 만약 은신 플레이를 즐긴다면 이노베이터 능력과 은신에 특화된 슈트를 조합하는 등, 마음에 드는 플레이스타일을 재현할 수 있다.
▲ 슈트와 스킬을 자유롭게 조합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픈월드를 100% 만끽하는 법, ‘스파이더맨’이 제시했다
신선한 스토리와 액션으로 완성도를 높인 스파이더맨의 화룡점정은 바로 '오픈월드'다. 스파이더맨의 주요 활동 지역인 뉴욕 맨해튼 시를 드넓은 오픈월드로 구현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를 배치했다. 플레이어는 도시를 활보하며 메인 임무부터 부가 의뢰, 돌발 미션, 챌린지 등에 도전한다. 여기에 스파이더맨이 소싯적 도시 곳곳에 방치한 배낭을 찾는 수집 요소, 지역마다 세워진 감시탑도 복구해야 한다.
▲ 할 거 정말 많은 오픈월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실 ‘스파이더맨’ 오픈월드를 처음 봤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오밀조밀 콘텐츠를 채워 넣은 것을 보니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나 ‘파 크라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점, ‘자잘한 콘텐츠가 너무 많아 플레이어가 나가 떨어진다’는 것을 답습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수집에도 힘을 쓰지만, 오래지 않아 질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말 그래도 ‘어메이징’한 방식을 도입했다. 여러 콘텐츠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 자체를 플레이어가 즐겁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먼저 이동이다. 영화나 만화 속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쏘며 빌딩 숲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처럼, 게임에서도 속도감 넘치는 ‘웹 스윙’을 사용할 수 있다. 높은 건물 옥상에서 급강하하며 속도를 높이고, 건물 모서리로 순식간에 접근하는 ‘포인트 집 업’ 등을 구사하며 도시를 활보하고,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거미줄만 타고 있어도 신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동 자체에 몰입하다 보니 오픈월드 게임 필수인 빠른 이동을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도 건물 사이를 멋들어지게 이동한다. 오죽하면 몇몇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에 빠른 이동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할 정도다. 임무 지역에 가는 도중에 수집품을 발견해 찾으러 가는 것도 귀찮지 않다. 임무가 비는 시간에도 아무 생각 없이 날아다니며 맨해튼 정경을 구경하러 다닐 정도다. 이동하는 방식에 업적 달성이 많다는 것도 재미에 한 몫을 더한다. 이동이 재밌다면 별 다른 유도 없이도 플레이어가 오픈월드를 100%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스파이더맨’에서 깨닫게 됐다.
▲ 자동이동이 있긴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잘한 콘텐츠라도 확실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도 콘텐츠를 즐기는 동기 부여로 이어졌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 행각을 막으면 ‘범죄 토큰’, 곳곳에 방치된 배낭을 찾으면 ‘배낭 토큰’, 퍼즐 풀이나 과학 활동을 통해 얻는 ‘연구 토큰’ 등 보상이 제공된다. 이 토큰을 모으면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나 슈트 모드 잠금을 해제하고 장비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슈트는 각기 다른 외형과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하나 하나 해금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슈트가 생겨서 서브 콘텐츠에 몰두하기도 했다. 게임을 하면서 ‘스파이더맨’이 오픈월드를 어떻게하면 100% 즐길 수 있는지, 하나의 해답을 내렸다는 점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스파이더맨 매력이 묻어 나온다, 게임 속 온갖 오마주
이처럼 ‘스파이더맨’은 게임으로서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게임 자체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마블코믹스 팬이라면 ‘인생 최고 게임’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마블코믹스 관련 작품에서 기대할 법한 이스터 에그가 게임에 촘촘히 박혀 있어, 게임을 하다보면 '아니 이곳은!!!'하며 비명을 지를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 내 맨해튼 시에는 마블코믹스 팬들이 기대할 법한 온갖 랜드마크가 서 있다. 영화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어벤저스가 모이는 ‘어벤저스 타워’, 신비의 금속 비브라늄이 쏟아져 나오는 국가 ‘와칸다’의 대사관 등을 게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를 방문했을 때 스파이더맨의 걸출한 입담도 매력적이다. 와칸다 대사관을 찾아가면 블랙 팬서도 방사능 표범한테 물려서 특별한 능력을 얻은 것 아니냐는 투의 농담을 한다. 줄곧 유쾌한 스파이더맨 성격이 잘 드러난 것이다.
▲ 어벤저스 타워. 아쉽지만 구성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파이더맨'을 상징하는 장면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파이더맨을 지독히 싫어하는 언론인 J. 조나 제임슨이 진행하는 토크쇼 저스트 더 팩트라는 방송도 심심할 때마다 흘러나오며 지루할 새를 없앤다. 저스트 더 팩트에서는 틈만 나면 스파이더맨을 음해하기 위해 온갖 허언을 늘어놓는 것이 실소를 자아낸다. 한 인터뷰에서는 시민이 스파이더맨을 응원하자 특유의 성난 목소리로 나가라고 할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 MJ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스파이더맨 성격이 드러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장면은 그 외에도 많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2004년도 영화 ‘스파이더맨 2’에서 달리는 전철을 멈추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게임 속 스파이더맨 역시 달리는 전철을 막기 위해 터널 양쪽에 거미줄을 쏜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스파이더맨이 “저번엔 잘 됐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영화에서 감명 깊었던 장면을 게임 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오마주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다.
게임 외적으로도 눈길을 끌 만한 소식이 있다. 마블코믹스에서 나오는 ‘스파이더게돈’ 만화에 게임 속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온갖 평행 우주를 다루는 마블 세계관에서 PS4 스파이더맨 역시 한 축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 마블 관련 작품에 빠지지 않는 게스트 '스탠 리'까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완성된 스파이더맨
PS4 ‘스파이더맨’은 발매 전부터 성장이 끝난 스파이더맨을 보여 준다고 호언장담했다. 실제 게임을 해보니 제작진의 그 발언이 다소 과소평가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속 스파이더맨은 단순히 성장이 끝난 영웅이 아니다. 지금까지 만화나 영화 등에서 수없이 많이 등장한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이번 스파이더맨이 가장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마블코믹스 팬이라면 놓치면 안되는 작품이다.
▲ 가장 완벽한 스파이더맨에 주목하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