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SKY 캐슬도 한 수 접고 갈, 게임 속 극성 부모 TOP5
2019.01.24 18:23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근래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면 단연 'SKY 캐슬'일 것이다. 자식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 극성 학부모들의 욕망을 담아낸 일종의 풍자극으로, 막장드라마 같으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전개 덕에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극 중 극성 부모들의 기행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피라미드 모형을 가져와서 하루에 한 번씩 보고 방에 들어가라며 호통하는 모습은 압권이다. 그런 와중에도 '예서 책상'이라 불리는 1인용 독서실 책상이 몇 주째 불티나게 팔린다던가, 입시 코디네이터 문의가 더 많아졌다던가 하는 소식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게임 속에도 'SKY 캐슬'에 등장하는 학부모처럼 자식 사랑을 영 못미더운 방식으로 마음껏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별다른 동의 없이 자식을 불사신의 괴물로 만들어 버리거나, 딸내미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사지로 내모는 그런 부모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SKY 캐슬' 학부모들의 교육열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게임 속 극성 부모 TOP 5를 골라봤다.
TOP 5. 자식 몸에 마음대로 손대지 말자, 갓 오브 워 '프레이야'
▲ 아들 사랑은 크레토스 못지 않았던 '프레이야'지만... (사진출처: 게임 팬덤 위키피디아)
본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프레이야'는 발키리들의 수장이기도 하고, 미와 다산, 사랑과 죽음 등 다양한 것을 상징하는 신이지만, 자식을 극진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오히려 너무 문란한 사생활 탓에 자식들은 뒷전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갓 오브 워'에 등장하는 프레이야는 다르다. 자신의 아들 '발두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마법을 사용해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어버렸을 정도니까.
다만, 이 마법이 워낙에 강력했던지라 '발두르'가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 화근이었다. 이로인해 '발두르'가 프레이야를 증오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나중에는 자기 어머니한테 복수하겠다며 죽일 각오로 덤벼들었으니 말 다 했다. 프레이야는 결국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려 했으나 보다 못한 크레토스가 끼어들어서 목숨은 건지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리 부모이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도 함부로 자식의 몸에 손을 대선 안 되는 거다.
TOP 4. 포켓몬 실험과 자식사랑이 무슨 관계? 포켓몬스터 '루자미네'
▲ 냉동 포켓몬이랑 자식 사랑이랑은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 묻고 싶다 (사진출처: 게임 팬덤 위키피디아)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아동용 게임이라는 인식이 적잖이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절대 아니라는 것쯤은 악역들의 살벌한 악행들만 봐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7세대의 메인 빌런인 '루자미네'의 경우도 마찬가지. 포켓몬을 학대하고, 생체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연구를 위해서 포켓몬들을 장식품 마냥 냉동 보관해놓는 모습은 그야말로 악인의 표본. 무섭게도 이 모든 행동이 나름대로는 자기 자식들과 행복하게 지내고자 저지른 일이었다는 것이다.
사연이 뭔고 하니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 기억을 잃은 남편을 되찾고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에 이런저런 연구를 벌이며 자식들을 나름 철칙대로 엄하게 키웠는데, 그게 알고 보니 세상 나쁜 짓이었던 것. 솔직히, 포켓몬을 냉동 보관하고 괴물들을 마을에 풀어버리는 게 어딜 봐서 자식을 위한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다 모성애에서 비롯된 점이라는 건 참작의 여지가 있으려나?
TOP 3. 부모 자식간의 소통은 중요합니다, 철권 '미시마 진파치'
▲ 진파치가 친구와 대화하듯이 아들내미와 대화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진출처: 게임 팬덤 위키피디아)
'철권 5' 최종보스이자 '미시마 헤이하치' 아버지인 '미시마 진파치'는 무술가이자 사업가로서는 나무랄대가 없는 인물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본인이 직접 만든 미시마 재벌을 박살 내러 가기도 하고, 후에 데빌 인자가 발현해 세계를 파괴할 힘을 얻게 되자 자신을 막아줄 격투가를 부르기 위해 대회를 열기도 한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데빌 인자를 보유한 자객 카즈미와의 결혼을 반대했을 만큼 선견지명도 뛰어나다. 사실상 개차반인 미시마 가문 사람 중에서 유일한 개념인.
하지만, 그런 그도 아버지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결혼을 반대할 때도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기만 했다면 문제 될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이 화근이다. 이 밖에도 아무 언질 없이 미시마 재벌로 처들어간다거나, 부활한 다음엔 실종된 아들을 찾기보단 대뜸 가문을 점령하고 대회를 여는 등, 매번 소통은 뒷전에 두고 행동이 먼저 앞서는 모습으로 일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만약 진파치가 가족과 더 많은 소통을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면 미시마 가문이 지금처럼 콩가루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TOP 2. 자식이라도 사생활은 존중해주세요, 괴혼 '할바마마'
▲ 숨겨놓은 케이크에 손만 안댔어도 아바마마가 올바르게 자랐을 텐데 (사진출처: RavenWorks 유튜브 영상)
괴혼에 나오는 아바마마는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별을 부숴 놓고선 아들한테 수습을 맡기는 못난 아버지다. 술 마시고 취해서 별들을 박살 내고, 테니스 치다가 공으로 블랙홀을 뚫는 등 그야말로 손만 댔다 하면 우주 멸망 급 사고를 치고 다닌다. 이 뒷수습을 모두 왕자한테 시키고 있으니 좋은 아빠가 되기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다만, 아바마마의 부성애에 이렇게 하자가 생긴 데에는 그의 아버지인 할바마마의 어처구니없는 부주의함이 크게 작용했다.
일단 아바마마는 어릴 적에 할바마마로부터 제왕학을 억지로 배웠는데, 이게 압박이 어지간했던지 부자간의 사이는 항상 좋지 못했다. 그런던 중 큰 사건이 발생한다. 아바마마가 찬장에 숨겨놓은 케이크를 할바마마가 몰래 먹어버린 것이다. 아바마마가 타온 복싱대회 트로피를 2등이란 이유로 강바닥에 던져버린 것은 덤이다. 할바마마의 이런 철없는 행동에 아바마마는 결국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가출. 질풍노도의 시기를 오랫동안 보내게 된다. 이렇게 자식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숨겨놓은 비밀을 마구잡이로 들추고 다니는 것은 분명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못한 행동이다. 혹여 청소년기 자식을 둔 독자라면 이런 행동은 부디 삼가길 바란다.
TOP 1. 생각해보면 플레이어가 제일 나빴다, 프린세스 메이커 '아버지'
▲ 정말로 사랑한다면 딸이 무슨 직업을 선택하든지 응원하고 믿어주자 (사진출처: 게임 공식 스팀페이지)
생각해보면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딸을 키워본 모든 아버지들이야말로 강남 8학군 학부모들 못지않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극성 부모다. 딸내미 여왕 만들겠다고 일찌감치 왕궁에서 예절 수업을 배우게 한다거나, 매력 수치가 뭐라고 도예, 그림, 요리 등 온갖 것들을 교육받게 한다. 심지어는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무사 수행을 보내기도 하고, 격투 대회에 참가시키기도 한다. 무서운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이 딸과의 상의는 일절 없이, 오로지 사교육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점이며, 쉽게 말해 딸의 자아는 깡그리 무시한 채 원하는 자기 원하는 대로만 키우는 전형적인 막장 아버지인 셈이다.
사실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이것저것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버지로서 그리 나쁜 행보라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모든 학원비를 딸이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우 10살짜리 딸이 등골 빠지게 벌어서 집안을 일으키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버지들은 딸이 여왕이 안되거나 좋은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화내고 게임을 리셋하기 바쁘다. 딸이 판사나 변호사 같은 선망 받고 안정된 직업을 얻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한다만, 갑자기 음악이나 그림이 그리고 싶다고 해도 응원하고 믿어주는 게 아버지 된 도리라고 본다. 그러니 괜히 여왕이 되지 못했다고 화내고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