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거래 사기, 욕설 피해... 법적 대응 어떻게 해야 하나
2019.02.20 10:24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게임,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템 거래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다른 유저에게 구매했는데, 돈만 주고 물건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금을 줬다면 분명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힘들게 얻은 아이템을 팔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이템만 주고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유저와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하지 않았던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경우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협동을 중요시하는 게임이 유행하며 같은 팀 유저로부터 폭언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소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이는 법적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성지윤 변호사는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데 있어서 ‘최소 피해 금액’ 같은 것은 없기에 길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게이머에게 법원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법적인 부분은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것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다. 소송 전에 무료로 당사자끼리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접수되는 것 중 대부분은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이지만 이용자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이용자끼리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게임메카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성지윤 변호사, 소병도 조사관을 통해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사례 중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는 <아이템 거래 사기> <채팅 피해> <모바일게임 환불 대행 사기>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실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기록하라 <아이템 거래 사기>
위원회에 접수된 게임 이용자 간 분쟁 중 가장 많은 것은 ‘아이템 거래 사기’다. 특히 게임사 대부분이 현금으로 아이템이나 계정을 사고 파는 것을 약관으로 금지해두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게임사가 이를 물어줄 책임은 없다. 오히려 거래를 시도한 두 사람 모두 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에 게임 이용이 중지될 수 있다.
실제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들어온 신고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유저 A와 B가 우편함을 통해서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주고 받는 거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B가 주기로 한 게임머니는 주지 않고 아이템을 써버린 것이다. 이에 게임사는 A의 신고를 받고 B가 A를 속이는 사기거래를 했다고 판단해 B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나중에 유저끼리는 오해도 풀고, B가 A에게 아이템 가격에 상응하는 현금도 보냈다. 이 사실을 게임사에도 알렸지만 정지시킨 계정을 풀어주지는 않았다.
피해가 발생한 장소는 ‘게임’이지만 게임사는 이를 책임지지 않고,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병도 조사관은 “아이템과 계정 현금 거래는 이용자 스스로도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하고 싶다면 현실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거래에 관련된 자료나 정보를 꼼꼼히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보통 아이템 거래를 하며 계약서를 쓰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과 아이템을 거래했다’를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성지윤 변호사는 “아이템 거래를 할 때 게임 내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개사이트를 거치거나, 아예 게임과 관계 없는 곳에서 아이템을 사고 팔았을 수 있다. 각각에 남아 있는 거래 자료나 입금 내역을 갖고 있다면 이를 증거로 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만약 게임 속 거래소에 올려놓은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라면 아이템이 올라간 창을 캡처해서 보관해두는 것이다. 1:1 거래라면 '아이템이 담긴 창'을 이미지로 남기고, 중개사이트에서 구매할 아이템을 봤다면 그 '화면을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다. 카페나 커뮤니티에 '아이템이나 계정을 판다는 글'을 보고 거래를 시도했다면 이 역시 찍어서 보관해두면 나중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성지윤 변호사는 “이 외에도 계좌번호나 전화번호, 이름 등 신상명세에 대한 정보나 아이템을 거래하며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문자, 통화 내역,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해둔 것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병도 조사관은 “상대가 접속한 IP나 계정을 들고 와서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신고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면 수사기관에서 계정을 토대로 용의자의 신상명세를 파악해 사건조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 아이템이나 계정 사기도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성지윤 변호사는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형사적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피해 금액이 적거나 초범일 경우 기소가 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형사 같은 경우에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이 될 경우 법원에서 게임사에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사건을 법원에 넘겼더라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명예훼손, 모욕, 성범죄까지 다양한 유형 <채팅 피해>
아이템 거래 사기와 맞먹을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채팅 피해다. 원치 않는 곳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당사자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게임사 대부분은 불쾌한 채팅에 대한 제재나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법적으로 이들을 처벌할 방도는 없을까? 이 역시 방법은 마련되어 있다.
다만 채팅 내용에 따라 관련된 법과 처벌이 나뉜다. 성지윤 변호사는 “채팅 피해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모욕죄> <명예훼손> <성범죄>다. 모욕죄는 쉽게 생각해 모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욕을 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거짓을 사실처럼 표현하거나, 사실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성희롱은 성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선 게임 채팅을 통한 성희롱은 성범죄특례처벌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게임 중 채팅을 통해 원하지 않는 성적인 농담을 들었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특정 성을 비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어서 모욕과 명예훼손은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모욕죄는 말 그대로 욕이다. 게임 채팅과 같이 개방된 장소에서 상대에게 욕설을 들었거나 '멍청하다'처럼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모욕죄의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예훼손에는 '사실적시'가 있어야 한다. 모욕죄의 경우 사실에 대한 언급 없이 의견만으로도 성립되지만 '명예훼손'은 사실 혹은 거짓된 정보를 알려 남의 명예에 해를 가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가령 게임 속에서 특정 유저를 찍어서 '너는 거짓말쟁이다'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만약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데 했다며 사실처럼 몰아갔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성지윤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모욕 역시 ‘내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법적으로 보는 명예훼손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명예훼손에는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 채팅 중에 발생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형법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안에 있는 모욕 및 명예훼손에 대한 내용에 따라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희롱도 마찬가지다. 성폭력특례처벌법을 통해도 되지만 이 역시 온라인 상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정보통신망법에서도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채팅 피해를 당했을 때 이를 법적으로 처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역시 앞서 이야기한 아이템 거래 사기와 비슷하다. 피해가 발생한 당시를 빠짐 없이 자료로 남겨두는 것이다. 성지윤 변호사는 “일반적인 채팅창에서 주고 받은 대화는 물론 1:1 대화나 쪽지, 귓속말을 통한 것도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처벌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발언과 함께 이 말이 나오게 된 상황과 전체적인 대화 흐름을 알 수 있는 채팅 내용을 함께 남겨두면 사건 조사 및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키보드를 두들기며 상대와 대화하는 채팅은 화면에 내용이 남기 때문에 캡처를 해두면 증거를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음성채팅은 어떨까?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를 즐기며 음성채팅을 이용하는 유저들도 많은데 게임을 즐기며 ‘이 사람이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할 수도 있다’를 가정하며 모든 대화를 녹음해둘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소병도 조사관은 “만약 같이 채팅을 하며 이 내용을 들은 유저가 있다면 이 사람을 증인으로 삼을 수 있다. 채팅방에 같이 있던 사람이 증언을 해주는 식이다. 만약 증언이 없다면 최대한 당시 기억을 되살려서 어떠한 말을 했는지 자세하게 사실관계를 적어 두어야 한다”라며 “또한 특정 게임에서는 욕설로 많은 신고를 받은 유저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욕설로 인해 계정이 정지된 사실을 간접적인 증거로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사기죄일수도, 아닐 수도 <모바일게임 환불 대행 사기>
최근 급증한 피해 사례는 모바일게임 환불 대행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에서 결제한 금액을 돌려받고 싶은데 이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환불 처리를 해주기 전에 수수료로 유저가 환불을 요청한 전체 금액의 5%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그대로 잠적하거나, 초반에 들어온 2~3건을 해주다가 큰 금액을 선 결제 방식으로 맡겼을 때 수수료만 받고 연락을 끊는 식이다.
이러한 환불 대행 사기는 눈으로 보면 분명한 피해 사실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애매하다. 우선 형법상으로 ‘사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작정하고 남을 속이려고 했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아이템 거래 사기의 경우 ‘아이템을 판매할 것처럼 속이거나’ 반대로 ‘아이템을 살 것처럼 속이는’ 행위가 분명하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환불 대행은 아이템 거래와는 다른 면이 있다.
성지윤 변호사는 “사기죄는 형법에서 상대를 속이려는 ‘기망행위’를 하고 피해자가 여기에 속아서 재산을 넘겨주는 처분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통 환불 대행의 경우 구글, 애플과 같은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고 환불을 성사시켜보겠다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환불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한 번 해보겠다’라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성 변호사는 “가령 환불 대행 업체가 처음부터 환불을 대신해줄 생각은 전혀 없이 피해자에게 돈만 챙길 생각이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 환불을 대행해줄 생각이 있었고, 한 번 시도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면 사기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환불 대행 업체가 사기죄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하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병도 조사관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사건이 넘어온 경우도 있는데 환불 대행 업체를 찾을 수가 없는 경우가 있어서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한 신청인이 제공한 정보로 검색을 해봐도 다른 곳에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