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월광보합? 불법 게임기 홍보하는 매스컴
2019.07.16 10:2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최근 몇 년새 키덜트 열풍으로 가정에 영업용 아케이드 게임기를 들여놓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열풍에는 매스컴을 통해 다양한 사례가 보고된 덕이 큰데, 대표적으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제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 이러한 아케이드 기기를 소개해 소소한 유행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개된 대부분의 게임기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 합본팩이다. 앞서 소개한 방송에 나온 게임기는 흔히 ‘월광보합’이라 불리는 중국산 제품으로, 많게는 수백 가지 게임을 기판 하나에서 즐길 수 있다. 지난 15일 다음 만화속세상을 통해 게재된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 238화에도 영등포유통전자상가에서 아케이드 기임기를 구매하는 가족의 모습이 나오는데, 십중팔구 ‘월광보합’ 혹은 그 비슷한 기기로 보인다.
프리웨어로 풀린 게임물이 아니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은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 대한민국의 경우 50년, 미국의 경우 95년의 저작권 보호 기간이 주어진다. 고전게임 대부분이 80-90년대 나왔으니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저작권 보호 중인 게임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합본팩이 불법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기값이 수십만 원 단위로 비싸고 정식으로 만들어져 판매되는 제품이기에 저작권 문제가 해결됐으리라 짐작하거나, 오래된 고전게임이라 저작권이 풀렸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게임기는 인터넷에서도 버젓이 판매하고 있으며, 방송과 웹툰 등에서 꾸준히 합본 게임기를 소개해주는 것 역시 이런 풍조에 불을 지핀다.
그러나 엄연히 이러한 제품의 판매 및 구매는 저작권법 위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제품이 불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 년간 아케이드 게임 업계를 취재하며 [성지순례] 기사를 작성하던 중, 많은 오락실에서 이러한 합본팩 사진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유통상가 취재 현장에서도 합본팩은 찍지 말라는 이야기를 수 차례 들었다.
사실 이러한 불법 게임에 대한 단속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작권자가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고전게임 저작권을 소유한 많은 회사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지 않아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작년 SNK가 네오지오 미니 출시를 앞두고 자사 게임 불법 합본 단속을 실시하는 등 단속 사례가 없진 않다.
만약 집에서 고전게임을 잔뜩 즐기고 싶다면 2년 전부터 쏟아져나오는 공식 미니콘솔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언급한 네오지오 미니 등이 대표적인 대안이다. 혹은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 메가드라이브 미니 등 고전게임 복각판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스틱을 구매해 즐기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국내에서 게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생각보다 낮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공공재’ 발언을 비롯해, 현재 판매되고 있지 않은 오래된 게임물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된 매스컴 사태들도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까진 갈 길이 멀겠지만,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