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한도 풀렸다, 게임사가 생각하는 가이드라인은 얼마?
2019.07.22 17:0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게임업계 오랜 숙원이 풀렸다. 지난 7월 1일부터 성인에 대한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가 없어진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전에는 성인도 한 달에 50만 원이라는 결제한도가 있었다. 법에는 없지만 게임사가 심의를 받을 때 게임위에 제출하는 서류 중 하나인 ‘내용정보기술서’에 구매한도를 적지 않으면 등급을 내주지 않으며 사실상 규제였던 부분이다. 이러한 점이 7월 1일부터 성인에 대한 월 결제한도를 부분을 삭제하며 없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게임업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일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첫 결제한도는 한 달에 1,000만 원이며, 이용자의 요청이 있다면 본인인증을 거쳐 한 달에 두 번 한도를 높일 수 있다. 첫 한도는 1,000만 원이고, 원한다면 한 달에 2번 한도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청소년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한 달에 7만 원이며, 한도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외에도 충전한 금액이 얼마인지, 이용자 본인이 얼마나 돈을 썼는지 등을 알려주는 결제정보를 최소 6달 치를 제공해야 하며, 원하는 유저에게 사용한 금액이나 충전한 돈 중 몇 퍼센트를 사용했는지, 결제 내역을 알려주는 ‘결제정보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 이용자 스스로가 게임에 쓰는 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다면 월 결제한도 폐지에 대한 게임사들의 준비 현황은 어떨까? 게임메카는 국내에 온라인게임을 제공하는 15개사에 ‘월 결제한도 폐지 현황’에 대해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월 결제한도 폐지’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태도는 보수적이다. 분명 좋은 이슈이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태도가 지배적이다.
7월 17일부터 막 오른 ‘월 결제한도 폐지’
월 결제한도가 폐지된 것은 1일이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7월 17일부터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넥슨, 스마일게이트는 17일부터 성인 이용자가 스스로 결제한도를 관리할 수 있는 ‘자가한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엠게임은 8월, 네오위즈는 10월 이후, 플레이위드는 3분기 내, 한빛소프트는 편의 기능까지 구축하면 최대 4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넷마블은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에 대해 협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책을 검토하는 중이다”라고 밝혔으며 웹젠 역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해외 게임사 중 국내에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블리자드와 워게이밍 역시 월 결제한도 폐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조이시티,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형 게임사 중에도 온라인게임을 핵심으로 한 곳부터 월 결제한도 폐지에 대비한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사와 협업해야 하는 블리자드, 워게이밍과 같은 해외 게임사나 온라인게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한 국내 게임사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성인 월 결제한도는 7월 1일에 없어졌지만 이 부분에 모두가 단기간에 달려드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제한도 없다지만 조심스러워하는 게임사
앞서 소개한 곳 중 ‘자가한도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고 준비하는 게임사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협회 가이드라인의 ‘첫 한도 1,000만 원’은 넘기는 곳은 없다. 펄어비스는 “별도로 한도를 설정하지 않으면 50만 원으로 유지된다”라며 “변경은 한 달에 2번 가능하고 1,000만 원을 넘으면 고객센터 방문을 통해서만 변경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네오위즈와 엠게임 역시 한도를 설정하지 않으면 기존 50만 원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첫 한도는 100만 원이다. 넥슨은 “한 달에 기본 100만 원 이하의 결제가 가능하다. 이용자가 기본 결제한도를 100만 원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인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만 18세 이상에 대해 첫 한도를 100만 원으로 가져가고, 19세 이상부터 최대 1,000만 원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 18세에 대해서는 부모 동의가 있다면 모든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부모 동의가 없으면 상품권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한빛소프트, 플레이위드는 한국게임산업협회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1,000만 원을 기본적인 최대 한도로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결제한도를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으로 높이는 이용자에 대해서는 본인인증을 엄격하게 한다. 이 부분은 1,000만 원을 넘을 경우 ARS 인증이나 고객센터 확인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는 협회 가이드라인에 맞는 부분이다. 엔씨소프트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한도를 원하는 이용자가 있을 경우 고객센터 전화 및 방문을 통해 별도로 상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월 결제한도 폐지에 따른 사업모델 개편 계획은 없다
온라인게임에 결제한도가 없어지며 게임에 유료 상품을 붙이는 사업모델(BM)에도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게임사에 문의한 결과 월 결제한도 폐지에 맞춰 BM 개편을 준비 중인 곳은 없다. 50만 원에 맞춰 마련한 BM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이용자의 반발을 살 수 있고, BM을 개편하는 것보다 소비자 스스로 게임 소비를 관리하는 ‘자가한도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빛소프트는 “결제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무리하게 BM을 개편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으며, 스마일게이트 역시 “BM 개편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변경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결제 한도 변경에 따라 결제 도용 등 유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게임업계 입장에서 월 결제한도 폐지는 환영할만한 것이 맞다. 다만 내부적으로 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가장 큰 부분은 월 결제한도가 게임 이용자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거나, 이로 인한 사행성 이슈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WHO ‘게임 이용장애’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있기에 월 결제한도 폐지가 게임에 대한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사행성 이슈로 인해 월 결제한도가 생겨났기에 긍정적인 효과와 불안 요소, 부정적인 요인을 모두 안고 있는 것이 사행성인 것 같다. 월 결제한도를 폐지해도 사행성에 대한 부작용은 없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선 순환구조는 반드시 생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관건은 부정적인 이슈를 줄이면서 이용자 스스로가 합리적인 게임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네오위즈는 “성인 월 소비한도 규제 개선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과소비를 예방하기 위한 이용자 보호방안, 자율규제 시스템의 정착과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