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게임 주요뉴스 ① 숨구멍 트인 모바일게임
2019.12.23 17:35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19년, 한국 게임업계는 분명 양적으로 성장했다. 아직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4조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작정 체중 불리기에만 집중해서일까, 내부적으로는 곳곳의 혈관이 막혀가는 성인병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게임메카는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게임업계 주요 이슈들을 분야별로 정리해 보는 특집코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② PC 온라인게임
③ 기관/민간 정책
④ 콘솔/하드웨어
⑤ e스포츠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는 크게 MMORPG와 비 MMORPG로 구분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국내 게임업계 대세로 떠오른 MMORPG 분야는 유례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지만, 게임성 면으로는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MMORPG 외적으로 눈을 돌려보면 다행히 겨우 숨구멍을 튼 분야도 몇 개 보인다. 소녀전선 이후 서브컬처 게임은 꾸준히 세를 불렸으며, 애플 앱스토어 성인 게임 허용과 애플/구글에서 유료 게임 구독 요금제가 등장해 업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 모바일게임 업계에 벌어진 일들은 어떻게든 활로를 뚫으려는 움직임들이 겹친 결과물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된 지는 오래지만, 장르적 다양성보다는 대세에 편승해 수익을 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활로가 뚫렸을 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어딘가 곪아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개발력이 부쩍 좋아진 중국발 게임들의 공세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은 이전에 없던 BM을 더욱 자극적으로 구성하던가, 아니면 아예 다른 분야를 파고들어 틈새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코어 MMORPG 유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점을 파고든 흥행작들이나, 이전까지 비주류로 여겨졌던 서브컬처 분야에 뛰어드는 회사들이 많아진 것은 한마디로 ‘곤궁이통(困窮而通)’, 손 쓸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어떻게든 활로를 뚫은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과연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 모바일업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로한M과 에오스 레드, 게임업계 ‘허리’의 반란
올해 6월, 플레이위드가 출시한 로한M은 3N을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조차 쉽사리 오르지 못하는 구글 매출 2위를 기록하며 국내 게임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결과 플레이위드 시가총액은 한 달 만에 282억 원에서 1,318억 원으로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열풍을 고전 온라인게임 IP와 고전 MMORPG 특유의 하드코어 요소 덕분으로 분석했고, 이 관심은 블루포션게임즈의 에오스 레드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는 8월 출시된 에오스 레드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로한M과 같은 흥행 가도를 걸었다.
로한M과 에오스 레드는 게임업계 허리를 지탱하는 중소 업체의 저력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두 작품으로 게임주 전체가 요동쳤음은 물론, 대형/글로벌 게임사 러시에 다소 침체돼 있던 국내 게임업계에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실제로 두 게임은 연말인 지금도 구글 매출 기준 상위권에 위치하며 단기 흥행이 아님을 증명했다. 다만, 게임성보다는 자극적인 PvP나, 과금을 통한 성장, 거래 시스템 등에만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비판은 숙제처럼 남았다.
리니지M 누르고 구글 매출 1위 차지한 리니지2M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 왕좌는 여전히 리니지M 이었다. 리니지M이 구글 매출 1위를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서비스되는 모든 모바일게임은 ‘2위만 해도 사실상 1위’로 여겨졌다. 근 1년 동안에만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블소 레볼루션, 랑그릿사, 로한M, 에오스 레드, 라이즈 오브 킹덤즈, 달빛조각사, V4 등 수많은 작품들이 1위에 도전했지만, 리니지M의 높은 벽을 넘진 못했다.
그러던 지난 12월 1일, 마침내 그 벽이 2년 5개월 만에 깨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니지2M이다. 사실상 도달할 수 없는 경지로 여겨졌던, 심지어 최근에도 사용자 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 리니지M을 넘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록 게임성이나 과금 측면에서는 부정적 평가도 다수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흥행을 기록했다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21년 간 쌓아 온 신뢰와 노하우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중소 게임사의 활로 될까? 구글과 애플의 구독 요금제 등장
소규모 개발사들이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유료 게임 분야에도 꽤나 커다란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갔다. 바로 애플과 구글에서 거의 동시에 실시한 유료 게임 구독 서비스다. 월마다 일정액만 내면 수많은 유료 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등장은 유료 모바일게임 업계에 꽤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구독 서비스 등장으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구독형 모델에 유리한 게임 개발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려왔다.
다만, 지난 9월 등장한 애플과 구글 유료게임 구독 서비스는 예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유저 저변 확대가 생각만큼 빨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며, 입점을 위한 문도 아직까지는 좁은 상황이라 국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지켜볼 때’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유료화와 저가형 일부 유료게임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평소라면 묻혔을 법한 수많은 게임들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절정에 이른 서브컬처 게임 붐, 내년에도 계속되나
2019년은 소녀전선을 필두로 재작년부터 이어져 온 서브컬쳐 게임 붐이 절정에 이른 한 해였다. 올해 화제를 모은 미소녀 게임만 뽑아보더라도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를 필두로 아이돌 마스터 밀리시타, 나선영웅전, 드림이터, 염왕이 뿔났다, 진화소녀 등 다양하다. 미소년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여성향 게임들도 대폭 늘어나 워너비챌린지, 애프터라이프 등은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서브컬처 붐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요스타가 서비스하는 명일방주가 올해 말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서브컬처 게임을 지향하는 클로저스 류금태 PD의 신작 카운터사이드 역시 사전예약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수많은 신작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어, 서브컬처 게임 붐은 2020년에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흥행한 국산 모바일게임 e스포츠들
올해는 국산 모바일게임들의 글로블 e스포츠가 전례 없이 활성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역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다. 서머너즈 워는 2017년 첫 국제 대회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3년차 대회를 열었으며, 월드 결선의 경우 작년 누적 조회수의 약 10배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관람했다.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 글로벌 e스포츠 대회가 단발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3년째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게임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한편에서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세계대회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가을부터 3개월 간 전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예선을 통해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클럽 오픈 가을 시즌 글로벌 파이널이 이뤄졌고, 10개 지역의 16개 프로/세미프로팀이 격돌했다. 3일간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등 명실상부한 인기 글로벌 e스포츠로서 자리매김 했다. 이 같은 국산 모바일게임 e스포츠의 흥행은 더 많은 국내 개발사들에게 e스포츠 흥행에 대한 동기를 꾸준히 부여하고 있다.
드디어 청불 게임에 문호 연 애플 앱스토어
지난 8월, 애플과 게임위가 국내 앱스토어에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끔 협약을 맺었다. 이로써 그 동안 구글에만 서비스 됐던 청불 게임들의 애플 입점이 시작됐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포커나 고스톱을 위주로 한 웹보드게임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네오위즈와 NHN, 넷마블 등이 기다렸다는 듯 자사 웹보드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 내놨고, 이후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애플에서 새 활로를 개척했다.
비단 웹보드게임이 아니더라도, 이번 정책으로 인해 성인 지향 게임에 또 하나의 시장이 열렸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특히 PK나 거래소 등을 채택하고 있는 RPG들은 애플에 별도로 12세 버전을 낼 필요가 없어졌으며, iOS 이용자들도 안드로이드와 차별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10년 이상 바라본 프로젝트, 야생의 땅 듀랑고 종료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넥슨 매각사태는 비록 불발로 그쳤지만, 그 전후로 넥슨은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와 서비스 중인 게임 다수를 종료시키는 것이었다. PC 온라인게임 쪽에서는 9년 동안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를 비롯해 드래곤하운드, 니드 포 스피드 엣지 등이 문을 닫아 큰 충격을 줬다면, 모바일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단연 얼마 전 진행된 야생의 땅 듀랑고 서비스 종료다.
듀랑고는 지난 2014년 첫 공개된 후 2018년 1월 서비스 시작까지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게임이다. 세계관부터 게임 내 콘텐츠, 커뮤니티, 샌드박스 요소까지 기존 MMORPG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두에서 헤쳐나갔고, 넥슨 이정헌 대표가 직접 “10년 이상 갈 프로젝트”라고 공언할 만큼 전폭적 지원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시 이후 급격히 떨어져나간 유저층과 넥슨 내부 상황이 맞물려 2년을 채 못 채운 서비스 종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마지막까지도 유저들에게 ‘창작섬’을 남기고 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에서는 ‘역시 듀랑고답다’라는 감탄이 나오는 모범적인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