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PA 컵 장비 문제로 4시간 지연, 결국 환불
2019.12.31 14:15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LCK 비시즌 직후에 열리는 KeSPA 컵은 주요 팀 리빌딩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오디오 장비 문제로 저녁 8시에 예정된 경기가 자정이 넘어서야 시작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미리 경기장에 자리해 있던 선수 및 팀 관계자는 장시간 대기해야 했고, 경기를 관람하러 간 팬들은 대결을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
문제는 12월 31일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된 KeSPA 컵 8강 2라운드 2경기에서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샌드박스 게이밍과 그리핀 간 경기는 지연이 없었으나, 저녁 8시 시작을 예정한 아프리카 프릭스와 한화생명e스포츠 경기에서 오디오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 선수들은 음성 채팅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경기를 진행하는데 넥슨 아레나 자체 음성통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일부 선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에 주최 측은 여러 장비를 교체해가며 문제 해결하려 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고, 팀 동의 하에 디스코드를 사용해 경기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본래 저녁 8시부터 시작하기로 한 경기는 밤 10시가 넘어도 막을 올리지 못했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경기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결국 주최 측은 관객이 돌아간 다음 하드웨어 시스템을 다시 점검했고, 예정보다 4시간이 흐른 자정이 넘어서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운드 문제는 선수 오디오 시스템 메인믹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가 종료된 이후 바로 메인믹서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정에 시작된 경기는 새벽 2시 30분 경에 끝났고 아프리카 프릭스가 한화생명e스포츠를 2:1로 꺾고 승리했다. 아울러 두 팀은 경기 시작 약 1시간 30분 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었다. 현장 대기부터 경기 종료까지 무려 8시간이나 걸렸다. 시간 자체도 길지만 장비 문제로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 점은 선수 집중력이나 컨디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관중이 없는 상황에서 늦은 시간에 경기를 다시 시작한 이유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늦게라도 경기를 진행하고자 한 양 팀 의견을 반영하여 31일 자정부터 다시 시작됐다”라며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자 오류 해결을 기다려준 양팀 선수단 및 사무국 관계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응원하는 팀을 보기 위해 현장에 방문한 팬들이 선수들을 보지 못하고 집에 돌아간 것도 큰 피해가 아닐 수 없다. 2경기를 보지 못하고 돌아간 팬들에게는 티켓 환불과 함께 울산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서울에서도 이원중계를 통해 볼 수 있는 별도 공간과 좌석, 간식 등이 제공된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연말에 귀한 시간을 내어 선수들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아주신 많은 관람객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 관람객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보상해드릴 수는 없겠지만 경기 지연에 대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봤다”라고 전했다.
한 가지 살펴볼 부분은 장비 오류로 인한 장시간 지연이 발생한 다음날인 3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것이다. 31일에는 젠지 e스포츠와 T1, 드래곤X와 담원게이밍이 출전한다. 30일에 이어 31일에도 경기와 관계 없는 이슈로 진행이 늘어질 경우 한국e스포츠협회는 큰 비판을 면하지 못한다. 과연 31일 경기는 문제 없이 진행될지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