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라그나로크 오리진, 이게 바로 진정한 클래식이다
2020.07.13 18:54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내세운 키워드는 다름 아닌 정통성이었다. 그동안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작품들이 목적이 단순한 모바일 이식이라던가 IP의 확장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원작의 재미와 매력을 최대한 똑같이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솔직히 게임을 접하기 전까지는 정통성이라는 단어가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실제로 국내 온라인 MMORPG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작 라그나로크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원작이 자랑하던 자유로운 스탯과 스킬 분배의 재미는 더욱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레벨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토리텔링은 더욱 강화해 과거 전성기 시절의 라그나로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대체 원작의 무슨 감성이 그렇게 잘 담겼길래?
라그나로크 원작이 테스트를 시작한 연도가 2001년이다. 원작 감성을 운운하기엔 너무 오래된 게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과감하게 그때 그 시절 감성을 정말 그대로 끌고 왔다. 만화와 3D 그래픽이 섞인 듯한 아기자기한 그래픽부터 모델링이나 커스터마이징까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곳곳의 UI나 일러스트에서도 원작에서 볼 수 있던 하늘색 파스텔 톤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했다. 쉽게 말해 첫인상부터 '아 라그나로크다!'라고 느낄 수 있는 비주얼이다. 물론 해상도는 기존보다 훨씬 일신됐기에 보는 데 무리도 없다.
단순한 비주얼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도 본래 라그나로크가 지향하던 것을 그대로 훌륭하게 재현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베이스 레벨과 잡 레벨을 구분해 놓은 것을 넘어서 스탯과 스킬 분배의 자유로움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인 상깊다. 보통 성직자라면 지능 스탯을 바탕으로 아군을 보조하는 스킬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라그나로크에선 성직자에 해당하는 복사를 육성할 때 힘과 체력을 올리고 버프와 디버프 스킬에 투자해 공격과 탱킹에 능한 전투 복사로 육성할 수 있었다. 후에 추가된 2차 전직들은 대부분 유저들의 이런 육성 방향을 고려해서 추가됐었다.
놀랍게도 라그나로크 오리진 또한 이 부분이 완벽하게 구현돼 있다. 복사에 해당되는 어콜라이트를 시작으로, 민첩보다 운을 더 올려서 치명타율을 높인 도적을 키울 수도 있다. 같은 마법사라도 손재주 수치에 투자해 스킬을 자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갈 지, 지능에 투자해 한 방을 추구하는 형식으로 갈 지 결정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무료로 세 번 능력치를 초기화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을 때까지 수 차례 육성 방법을 바꿀 수 있다.
파티플레이가 강조된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다. 근래 출시되는 게임들은 파티 플레이를 강조한다는 미명하에 콤보 시스템이나 회피기가 더해진 복잡한 컨트롤을 추구하기에 바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복잡한 컨트롤은 제쳐두고 자신의 역할 군에 맞는 움직임과 스킬 사용에 집중하도록 게임을 구성했다. 가령 마법사나 아처 같은 딜러는 먼 사거리를 이용해 아예 적 사정거리 밖에서 몬스터를 요격하고, 탱커는 어그로 관리에 집중하는 와중에 힐러의 지원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얼핏 보면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꽤나 체계적인 움직임과 포지셔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파티를 짜고 던전을 도는 재미가 굉장한 편이다.
이 밖에도 던전의 구조나 맵을 원작과 거의 동일하게 구현했다. 모바일이라는 환경과 캐릭터의 동선을 고려해서 축소된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게임 내에서 불필요한 공간이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밖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파밍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카드 슬롯과 시스템이나, 앉아서 휴식하기, 무역 상점 같은 원작 특유의 요소들이 그대로 녹아있다. 심지어는 일반적인 과금 요소 대신 9,900원짜리 월정액 회원권이 필수 구매 상품으로 활용된다는 점까지 원작을 감성이 충만하게 담았다.
원작보다 한층 진보한 부분들
물론 현세대에 나온 게임인 만큼 원작과 똑같지만은 않다. 핵심은 그대로이지만, 곁가지이자 게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모두 한층 새롭게 진보했다.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스토리다. 원작에서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이게 어떤 스토리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스토리가 있는지 아는 유저가 거의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스토리 영상과 자막, 컷신 등을 통해 정확한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높아진 몰입감은 덤이다.
이 밖에도 단순히 캐릭터에게 뭘 전달하고, 정해진 수의 몬스터를 잡기만 하던 각종 퀘스트와 의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적에게 들키지 않고 화로에 불을 붙이거나 변장을 한 채 기도 퍼레이드를 따라 가는 등 다양한 구조의 퀘스트가 추가됐다. 뿐만 아니다. 기존엔 별 의미 없던 NPC들과의 대화에도 각종 의미가 부여됐다. 가령, 무역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에 지나가던 NPC에게 말을 걸면 각 지역에서 제품들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으며, 허풍쟁이 요리사나 대장장이의 상상 속에서 적을 잡는 이야기도 추가됐다. 세계관 전반에 걸쳐 전에 없던 생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카메라 모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의 카메라 모드는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 셀카 모드는 초점부터 각종 이모티콘, 표정 등을 모두 사용해서 찍을 수 있으며, 3인칭 시점에서 타이머를 활용할 수도 있다. 후면 카메라 모드는 자이로 센서를 활용해 실제로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처럼 게임 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서버 상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인게임적으로는 원작의 감성도 잘 담았고 새로운 요소도 게임에 잘 녹아있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최적화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 기기 발열이나 프레임 저하가 비교적 자주 일어나며, 전력소모도 꽤 심한 편이다. 오픈 직후 접속자 수 폭증으로 인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지 못했을 만큼 전력소모도 서버 상태도 좋다고 보기 힘든 상태다. 물론 접속 불가 현상은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많이 나아진 상태다.
이 밖에도 게임 내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피로도 문제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딱 2시간가량만 자동사냥을 통해 경험치를 올릴 수 있다. 스토리나, 의뢰, 서브 퀘스트 등을 모두 수행하고 난 뒤에 자동 사냥까지 다 하고 나면 고렙 유저 입장에서는 즐길 콘텐츠가 없는 셈이다. 사실 가볍게 즐기는 유저라면 크게 불편할 게 없지만, 게임을 깊이 있게 오래 즐기고 싶은 유저 입장에선 콘텐츠 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임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프론테라 광장에 주저앉아 수다 떨던 그때 느낌 그대로
종합적으로 보자면, 이번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원작의 매력을 완벽하고도 훌륭하게 이식한 작품이다. 원작을 조금이라도 즐겼던 사람이라면 제작진이 말한 정통성이 절대 과장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게임에 접속해 프론테라 광장에 쪼그려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그때의 여유까지 모두 담겨있었다. 출시 초반인 만큼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각종 운영적인 이슈만 잘 대처한다면 이번 라그나로크 오리진만큼은 원작 라그나로크 못지않게 장수하는 게임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