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20년 전 패션계엔 무슨 일이 있었나
2020.08.03 16:0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100년에 한 번 오는 세기말. 그 중에서도 천의 자리가 바뀐 2000년. 당시 패션을 관통하던 키워드는 '사이버'였습니다. 당시 활발히 보급되던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테크노 음악 등에 기반한 사이버 콘셉트의 밀레니엄 패션은 은색 금속과 번쩍이는 소재 등을 기반으로 마치 미래세계에서 온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이를 테마로 한 노래방이나 PC방, 카페도 생겨날 정도였었죠.
당시 밀레니엄 패션의 흔적은 게임 잡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 때는 상당히 멋져 보였던 2000년 세기말 패션의 세계로 잠시 떠나 보시죠.
먼저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7월호에 실린 삼성전자 싱크마스터 모니터 광고입니다. 곡면이 아닌 완전평면을 내세운 모델로, 당시 평면 모니터가 최신 기술이었던 점을 강조하고자 최신 트렌드에 맞춘 사이버틱한 모델들을 내세웠습니다. 각각 초록, 파랑, 노랑색 옷을 입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겉에 투명 비닐옷을 입고 있어서 광택이 납니다. 이 번쩍번쩍함이야말로 밀레니엄 패션의 핵심이었죠. 헤어스타일 역시 당시 한창 대유행하던 총천연색 머리인데, "너의 색을 찾아봐!"라는 콘셉트인 듯 합니다.
다음 광고는 PC파워진 2000년 5월호에 실린 LG전자 CD 컴포넌트 카세트 '아하프리' 광고입니다. 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번쩍이 아이섀도우도 밀레니엄틱 하지만, 뒤쪽에 조그맣게 나온 패션 역시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은색 원피스와 롱부츠를 통해 밀레니엄 특유의 사이버틱함을 잘 드러냈네요.
다음 광고는 2000년 8월호에 실린 KT 메가패스 광고입니다. 무려 이나영을 섭외해 광고를 찍었는데요, 신비함을 간직한 '빛의 여왕' 콘셉트입니다. 참고로 아래쪽에 아주 작게 나온 말을 탄 사람은 신현준이죠. 비녀 등을 보면 왠지 무협 콘셉트 같지만, 전반적으로 밀레니엄 특유의 화려한 멋이 잘 살아 있습니다.
같은 달 잡지에 실린 또 다른 광고에서는 사이버틱함은 조금 덜하지만, 2000년 당시 힙합씬 패션을 반영하는 광고가 보입니다. 게임 포털 '게임비' 광고인데, 당시 자사 필자로 활동하던 하이텔 댄스 게임 동호회 시삽분을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반삭에 캡, 목에 건 고글, 오버사이즈로 맨몸에 입은 셔츠, 커가란 벨트 버클과 위쪽으로 살짝 나온 팬티라인까지. 사이버 느낌은 없지만 이 역시 2000년 당시 패션의 하나였음은 틀림 없습니다.
PC파워진 2000년 12월호로 넘어가면 말라카스 리듬게임 '치카치카 쌈바' 광고가 보입니다. 얼핏 전성기 산다라박을 연상시키는 야자수 머리에, 번쩍번쩍한 검정색 바지가 돋보이는 모델 사진이 보이네요. 비닐바지와 하이힐, 탱크탑 색상을 검은색으로 맞췄는데, 역시 2000년 패션의 핵심은 깔맞춤이었죠.
다시 5월로 돌아와 보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최재천(KIGL 2000년 춘계 우승)이 모델로 나선 네띠앙 광고가 보입니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라떼는 비닐자켓 입고 게임했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사진에도 어김없이 비닐자켓이 보입니다. 다만, 저 정도면 상당히 간소화된 옷이고, 실제 방송에서는 어깨장식도 들어간 더 불편한 옷을 입었죠. 기욤 패트리 역시 이 때 당시 프로게이머 패션을 방송에서 쿠킹호일로 재현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광고는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1월호에 실린. 그러니까 잡지 제작 시간까지 고려하면 1999년 12월 세기말에 만들어진 엠폴리스 광고입니다. 엠폴리스는 동대문에 들어선 이른바 '복합 사이버 패션몰'이었는데요, 당시 패션피플들의 핫플레이스였던 동대문다운 콘셉트입니다. 비록 2000년 오픈 후 1년을 채 못 넘기고 영업부진으로 폐점했지만요. 당시 커다란 게임센터가 있었는데, 직수입 게임들이 많아 마니아들이 즐겨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엠폴리스 오픈을 광고하기 위해 수많은 사이버틱 모델들이 광고에 나섰는데... 어쩐지 살짝 괴기스러워 보이긴 하는군요. 이런저런 말을 하기보다는, 왼쪽 모델들의 사진을 확대해서 보여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지금까지 20년 전 밀레니엄 패션을 살펴봤습니다. 지금 보면 얼핏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30~40년 전 패션이 돌고 돌아 지금 유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 10년 후쯤 다시 이런 사이버 패션이 유행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