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 맞은 붕괴3rd, 함장들 웃기고 울린 에피소드 Top3
2020.10.21 19:39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원신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호요 대표작을 꼽는다면 여전히 붕괴3rd가 가장 윗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미소녀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스토리로 유저들이 보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핵심 에피소드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여졌는데, 완성도 높은 작화 및 OST로 유저들로부터 극찬 받았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인 붕괴3rd는 메인스토리 챕터만 총 19개에 이른다. 그간 많은 고난이 ‘함장’과 동료 발키리들을 덮쳤지만, 되돌아보면 추억이다.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가는 재앙 ‘붕괴’에 맞서는 것은 물론, 천명, 네겐트로피, 그리고 요르문간드 같은 주요 세력들의 알력싸움에 휘말렸던 지난 3년.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감명 깊은 3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 본 기사에는 붕괴3rd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레……브로냐가 반드시 구해내겠습니다!”
양갈래로 묶은 롤머리에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이 인상적인 발키리 요원 ‘브로냐 자이칙’과 상반된 두 가지 인격을 보유한 ‘제레 발레리’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친자매 못지 않은 끈끈한 우애를 뽐내는 두 사람은 함선 ‘히페리온’에서 함께 살게 됐지만, 과거 수년 동안 서로 만날 수 없었다. 모종의 실험으로 제레의 신체가 양자화돼 현실 세계에서 소멸했기 때문이다.
메인스테이지 챕터 10~12는 브로냐가 제레를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게끔 하는 과정을 다룬다. 양자의 바다에서 극적으로 재회한 브로냐와 제레는 함께 현실 세계로 향한다. 붕괴3rd 세계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악역인 요르문간드의 수장 케빈 카스라나에 의해 양자의 바다에 갇히게 될 위기에 처한다.
현실 세계로의 탈출을 위해 브로냐는 제레의 손을 붙잡고 출구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손이 두 사람을 붙잡고, 브로냐의 거친 칼질에도 불구하고 포위된다. 위기의 순간, 제레만은 구하고 싶었던 브로냐는 미소 짓는 얼굴로 “미안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스스로를 희생한다.
간절한 목소리로 ‘브로냐 언니’를 외치는 제레. 브로냐에게 의지하기만 했던 나약한 자신 때문에 이 같은 비극이 초래됐다며 딱딱한 바닥을 치며 대성통곡한다. 또 다른 인격(일명 흑제레)이 어쩔 수 없었다며 위로하나 제레는 “같이 바다 보러 가자고 말했잖아!”라고 흐느끼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제레가 흑제레의 만류를 힘으로 뿌리치고 스스로를 향해 “움직이라고!! 이……겁쟁이!!”라 일갈하며 주먹으로 땅을 내리친 그 순간, 바닥이 산산조각 나며 브로냐에게 가는 길이 열린다.
수많은 적들이 출몰해 제레가 브로냐에게 닿는 것을 가로막으며 또다시 위기에 봉착하지만, “항상우리를 보호해준 언니를 구하러 가줘!”라는 제레의 절규에 응답한 흑제레가 힘을 보태준다. 결국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성공한 브로냐와 제레는 같은 고아원 출신인 릴리아·로잘리아와 함께 그토록 원했던 바닷가 여행을 하면서 이야기는 훈훈한 마무리를 맞이한다.
“내가 바로 붕괴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에피소드는 ‘감동’보다는 ‘웅장’하다는 감상을 준다. 붕괴3rd는 물론, 미호요의 간판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키아나 카스라나’가 ‘공간의 율자’로 각성하는 장면이다. 힘만 센 열혈바보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하던 모습에서 오만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돌변해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는 장면은 많은 함장들의 등에 전율을 흐르게 했다.
단편 애니메이션 ‘여왕강림’은 공간의 율자가 된 키아나의 무서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류…...존재 자체가 곧 잘못이다”라는 소름 끼치는 대사를 내뱉으며, 몰려오는 네겐트로피의 기갑병 대군을 향해 붕괴수 대군으로 응전하는 공간의 율자. 네겐트로피 기갑병들은 분전하지만, 끊임없이 몰려오는 붕괴수에 의해 수세에 몰린다. 이 장면에서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 오프닝 영상의 캐리건을 연상케 하는 대사 “내가 바로 붕괴이다”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네겐트로피는 전세역전을 위해 보호막을 전개하고, 공간의 율자를 향해 대규모 포격을 개시한다. 수 천 발에 이르는 포탄이 공간의 율자 1인에게 집중돼 허공을 가르는 순간, 공간의 율자가 손가락을 한번 ‘탁’ 튕기자 모든 포탄이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흡수된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 공간의 율자의 손짓 한번에 포탄들은 네겐트로피 기갑부대를 향해 쏟아지고, 순식간에 전멸하게 된다. 불바다가 된 땅을 응시하며 말없이 공중에 떠있는 공간의 율자의 모습에서 ‘붕괴’라는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사실 붕괴3rd 주인공 키아나 카스라나의 정체는 케빈 카스라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역 천명 주교 오토 아포칼립스가 만들어낸 실험체 K-423이다. 진짜 키아나 카스라나(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에 기반해 만든 클론 K-423은 시베리아를 초토화시킨 2차 대붕괴 주범 ‘공간의 율자’ 시린의 인격이 들어있는데, 챕터 8까지의 일련의 상황은 한마디로 오토 아포칼립스의 손아귀에 놀아난 셈이다.
“이걸로……수업은, 끝이야….”
베테랑 발키리이자 발키리 육성기관 성 프레이야 학원의 교관인 무라타 히메코 소령. 과거 발키리 돌격부대 소속으로 일선에서 맹활약한 전사지만, 소대원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뒤 후진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키아나와 라이덴, 브로냐 등 주요 등장인물을 성 프레이야 학원으로 데려오고 어엿한 한 명의 발키리로 육성한 인물이 바로 무라타 히메코다.
제자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보람차고 평화로운 마지막 나날을 보내던 히메코. 그러나 아끼는 제자 키아나가 천명 본부에 납치되자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다. 히메코는 키아나를 구출하기 위해 학원장 테레사 아포칼립스와 천명 본부로 쳐들어가 분전하지만 오토 아포칼립스의 계략을 저지하는데 실패하고, 제자인 키아나는 공간의 율자로 각성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4세대 발키리 슈트 ‘진홍의 기사·월식’를 얻어 막강한 힘을 갖게 된 히메코는 공간의 율자가 만들어낸 허수공간에서 정면충돌한다. 오만함 가득한 목소리로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쳐라”라며 파상공세를 퍼붓는 공간의 율자에 의해 히메코는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농락당한다. 공간의 율자는 마지막 일격을 가한 뒤 한심하다는 듯 “이것 밖에 안되다니”라 말하며 뒤돌아서 걸어간다. 그 순간, 공간의 율자를 향해 검붉은 칼날이 빠른 속도로 날아든다.
히메코는 슈트마저 부숴지고 몸 곳곳에 붕괴 에너지에 잠식된 상태에서 두 발로 일어선다. 이를 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짓던 공간의 율자는 또 다시 파상공세를 감행하지만, 히메코는 온 힘을 모아 공격을 막아낸 다음, 대검을 들고 공간의 율자를 향해 달려든다. 당황한 공간의 율자는 전에 없던 진지한 얼굴로 필사적으로 반격하지만, 결국 히메코의 접근을 허용한다.
그러나 히메코의 목적은 공간의 율자를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최고의 발키리가 될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제자를 키아나 카스라나로 되돌리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자신의 생명까지 불태우며 공간의 율자 몸에 붕괴 에너지를 억제하는 혈청을 주입하는데 성공한 히메코. 스승으로서의 최후를 택한 그녀의 마지막 대사 “이걸로……수업은 끝이야……”는 많은 함장들의 눈가를 습기 차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