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 승부는 무효야! 게임 속 '불복'의 상징 TOP 5
2020.11.05 15:3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세상에 패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시스템이나 사회적 시선, 강제적 집행, 사회적 평가, 자존심이나 양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패배를 인정할 뿐이다. 스포츠건, 대결이건, 선거건, 승부가 났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불복할 경우 강한 비판과 함께 더 큰 굴욕을 당하기 일쑤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확실한 패배를 앞에 두고도 불복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몇 번이고 판가름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질척대기까지 한다. 사실 이런 불복은 처음엔 비겁함과 집요함의 상징이 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슬슬 포기를 모르는 근성의 결정체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오늘은 그 근성왕 단계에 들어선 게임 속 불복의 상징 TOP 5를 살펴보자.
TOP 5. 마하, 쪼잔하고 비겁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불복 여신
마비노기 영웅전에 등장하는 전쟁의 3여신 중 한 명인 마하. 이쪽 업계에선 유저 뒤통수를 거하게 두 번이나 때린 것으로 유명하다. 마하는 엘쿨루스를 봉인하기 위해 유저와 손잡고 결전을 벌여 승리하지만, 이내 봉인된 엘쿨루스를 탈취해 도망간다. 여신 치고 하는 짓이 너무 쪼잔하지 않나 싶은데, 마무리도 허술하다. 포탈을 타고 도망갔으면 바로 닫아야지, 유유히 기다리다가 포탈 타고 따라온 플레이어에게 패배한다. 그야말로 쪼잔함과 자만심 쌍트로피다.
도망치다 잡힌 것도 모자라 싸워서 지기까지 했으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며 봉인을 돌려줄 만도 한데, 그 순간 케아라를 조종하여 유저를 기습한다. 결국 마하는 불복 끝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다. 마하와의 전투에서 이긴 후 승리 선언을 하려던 유저 입장에선 열불 터지는 장면이지만, 패자니 말을 아끼자.
TOP 4. 모덴 사령관, 전쟁에서 졌다고 외계인을 끌어들여?
메탈슬러그 세계관의 혁명군 사령관 도널드 모덴.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대형 군벌의 수장이지만, 총과 수류탄만 들려 주면 세계라도 때려부술 수 있는 괴물 같은 주인공들에게 패배해 모든 세력을 잃고 전쟁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는 패배에 불복, 감옥을 탈출해서 다시 한 번 쿠테타를 계획하는데, 여기까지였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는 혁명군 수장으로서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가 손을 잡은 것은 지구 침략을 노리는 외계인들이었다. 잔혹한 외계인들이 모덴 사령관을 순수하게 도와줄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외계인에게 배신당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군세 ‘아마데우스 군’과 연합하고, 거기서도 패배하자 자신을 한 번 배신하고 고문까지 가한 외계인과 다시 손을 잡고, 더 강하고 흉폭한 외계인들이 나오니 이번에는 정규군과 손을 잡고, 오그마 경의 기업과 손을 잡고, 미래의 모덴군과 손을 잡고… 근성가이 인정이다.
TOP 3. 디아블로, 인간에게 진 사실에 불복해 형들까지 데려온 악마
지옥을 지배하는 7대 대악마 중 한 명인 공포의 디아블로.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세다는 그는 인간을 타락시켜 천상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그러던 중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인간계를 떠돌다 봉인까지 됐으니 어지간히 속이 탔을 것이다. 아무튼, 알브레히트 왕자를 숙주 삼아 부활하지만, 일개 인간인 아이단에게 퇴치당하는 굴욕을 또 맛본다.
하지만, 악마답게 그는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을 쓰러뜨린 아이단을 살살 구슬려 이마에 영혼석을 박아넣은 후 형들까지 불러와서 제대로 한 번 날뛰지만, 또 다시 모험가들에게 패배해 죽는다. 그러나 또 다시 불복, 레아의 몸을 빌어 7대 악마의 힘을 흡수해 더 강력하게 부활한다. 이쯤 되면 풀파워를 넘어선 풀풀파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패배한다. 4편에서는 조카인 릴리트가 메인에 나서며 슬슬 패배를 인정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나 또 나온댄다. 가히 악마적 불복이다.
TOP 2. 아시나 겐이치로, 세 번이나 지고 할아버지 데려온 세키로 보스
세키로의 튜토리얼 보스로 처음 등장하는 아시나 겐이치로는 몰락해 가는 아시나국을 이끌고 있는 대장군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염원으로 똘똘 뭉친 사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불사의 힘을 얻기 위해서라며 주인공과 진심으로 결투를 벌이는데, 한 번 패배한 후 검에 번개를 두른 이단의 검술까지 써 가며 재차 덤비고, 이후에는 인간임을 버리며 또 다시 덤볐다 패배한다. 세 번이나 덤볐는데도 졌으면 사실상 능력 부족이다.
그러나, 아시나 겐이치로는 세 번에 걸친 패배마저 불복한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아빠… 아니, 할아버지 불러오기! 과거 검성으로 불렸던 아시나 잇신을 불러내는데, 그가 엄청난 난이도의 진 최종보스임을 감안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비겁한 놈아!’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다행히도 이 불복 성향은 위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닌 것인지, 소환된 할아버지는 패배 시 깔끔하게 인정하고 돌아가신다.
TOP 1. 루갈 번스타인, 나 빼고 아무도 안 죽는 자폭이 특기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을 합친 드림매치 게임으로 시작한 KOF. 그 첫 보스는 기스와 크라우저를 합친 듯한 오리지널 캐릭터 루갈 번스타인이다. 격투기 마니아이자 무기 밀매를 통해 개인 항모를 소유할 정도의 재력가. 신사적 소양과 카리스마를 갖춘 꽃중년임과 동시에 그리고 전세계 강자들을 꺾은 실력자. 이것이 바로 루갈의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필패의 숙명을 지닌 대전격투게임 보스라는 운명 탓일까. 루갈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번복의 대명사가 되어갔다. 한번 진 후 더욱 파워업 해서 다시 덤비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항모를 폭파시켜 모두 다 죽어버리자! 라는 판 엎기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다른 번외편 게임까지 합하면 더 많이) 시전한다. 참고로 저 자폭으로 죽는 격투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루갈 본인도 정식 부활을 앞둔 것 같으니, 이쯤되면 자폭 퍼포먼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