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국산 미연시 '리플레이~그 겨울을 다시 한번'
2021.06.22 16:39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90년대 중반, 동급생과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불러온 연애시뮬레이션 붐은 국내 게임사들에도 불었습니다. 대표작은 이전에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한 캠퍼스 러브스토리라 볼 수 있을텐데요,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 게임사들이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적게 요구되고, 일러스트와 스토리, 기획력 등 창의적 요소가 강조되는 게임이다 보니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지닌 신생 개발사들이 많이 뛰어든 분야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리플레이 시리즈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지금 보면 얼핏 범죄로 잡혀갈 법한 행위인 '몰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오해가 풀리고 순애물로 진행되는 이야기죠. 1편이 나름 화제를 모아서 무려 넘버링 작품만 5편, 외전격 작품만 2편 이상 출시된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그 중 초기 1, 2편 잡지광고가 게임메카 DB에 남아 있는데요,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우미디어 PC파워진 1999년 4월 게재된 리플레이 1편(부제: 그 겨울을 다시 한번) 광고입니다. 개발사인 열린생각(오픈마인드) 표기와 함께 주요 캐릭터들 일러스트가 가운데 그려져 있네요. 참고로 가운데 있는 빨간 리본을 묶은 양갈래머리 소녀는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으로, 나이는 17세, 이름은 '로리'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살짝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서양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흔히 쓰이는 이름이긴 합니다. 한국 배경의 한국 게임이라는 점은 넘어갑시다.
게임 설명에는 '몰래카메라로 시작된 인연, 30일간의 기간이 있다'라는 멘트가 보입니다. 몰래카메라라니 이게 무슨 범죄자인가 싶은데, 자세히 읽어보면 비어 있던 옆집에 새로 산 미니카메라 성능 시험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하필 그 집에 소녀가 이사와 카메라를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빈 집이라고 해도 자기 집이 아닌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옳은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공이 나쁜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살짝 안심입니다. 참고로 게임명인 '리플레이'는 카메라의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1999년 5월호에는 2면짜리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주인공 '로리'가 한 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게임 소개 및 스크린샷들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꽤 독특한 시스템이 들어 있는데요, 게임 내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 게임에 적용하는 시스템입니다. 플레이어가 남성인 경우엔 주인공 대사를, 여성인 경우엔 히로인 중 한 명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즐기는 것 같은데요, 꿀성대 보이스에 연기력까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꽤나 오글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듯 합니다.
이듬해인 2000년 9월에는 후속작인 리플레이 2가 발매됐습니다. 이번에는 캠코더가 더 큰 역할을 하며, 이를 활용해 히로인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촬영하며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2편 주인공은 영화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으로, 아무래도 캠코더를 더 자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설정입니다.
게임 설명란을 보면 캐릭터 육성 요소 추가나 인게임 호감도와는 별개로 플레이어가 판단하는 호감도 시스템이 존재하는 등 꽤나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공략 가능한 히로인 캐릭터가 6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옆의 일러스트를 보면... 설마 저 꼬마애까지 공략 대상!? 실제로는 배경에 흐릿하게 나온 '로리'가 다시 등장해 나머지 1인의 자리를 채웁니다.
어쨌든, 제작사인 오픈마인드는 이후에도 리플레이 시리즈를 비롯해 딸기노트, 메모리즈, 야망의 신화 등 꽤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PC패키지 게임이 사양세에 접어든 후에는 온라인 배포와 모바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최근에는 고대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삼국전쟁'에 이어 2021년에는 모바일 전략 게임 '세계전쟁'을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