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ㅊㅊ] 최근 한국어 패치로 언어압박 벗어난 게임 6선
2021.07.20 17:56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계에 바야흐로 대 한국어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의 모든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번역 없이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많습니다만, 몇몇 게임은 한국어가 없으면 거의 손을 못 댈 수준인 경우도 있지요. 원어민도 즐기기 힘들 만큼 어려운 경우 특히요.
다행히 이렇게 언어의 압박이 심한 게임들 중 유저의 요청에 힘입어 한국어 패치가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가끔은 개발사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면 유저들이 손수 번역을 진행하기도 하죠. 오늘은 공식·비공식 가릴 것 없이 최근 한국어 패치를 통해 언어의 압박에서 벗어난 게임들을 추천해보고자 합니다.
1. 토익 만점자도 10분 만에 포기하게 만드는 언압, 디스코 엘리시움
인디게임 개발사 자움에서 개발한 오픈월드 추리 RPG ‘디스코 엘리시움’이 출시됐던 2019년, 외국 매체는 한결같이 이 게임을 찬양했습니다. 게임웹진은 물론 프랑스 유명 신문 르몽드를 비롯해 여러 외신이 높은 관심을 보였죠. 미국 주간지 타임지는 2010년대 최고의 게임 10선에 당당히 이 게임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사실상 언어 문제가 컸습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단어 수만 97만 개에 영문학자가 봐도 생소한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다 보니 원어민 이상으로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이상 게임을 온전히 즐기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헌데 작년 8월, 디스코 엘리시움이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국내 유명 한국어 패치 팀인 팀 왈도가 나선 것이죠. 본래 작업에 최소 6개월에서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많은 유저들의 노력에 힘입어 3달 만에 한국어 패치가 완성됐습니다. 덕분에 지난 3월에 출시된 최종판 또한 한국어 자막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언어압박도 사라졌으니 깊이 있는 RPG, 높은 완성도의 추리물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단연 이 게임을 추천합니다.
2. 유저 번역도 합본으로, 매스 이펙트 레전더리
매스 이펙트 레전더리 에디션은 바이오웨어를 RPG 명가로 올려놓은 매스 이펙트 3부작을 묶은 리마스터 합본 패키지입니다. 세계관이 아주 거대하면서도 캐릭터와 설정 하나하나가 세밀한 것이 특징이죠. 하지만, 그만큼 대사도 많고, 읽을거리도 많은 데다가 해석하기 힘들다는 SF 장르다 보니 국내 게이머에겐 그다지 접근성이 높지 않은 시리즈이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원작 세 편 모두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다 보니 더더욱 즐기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지난 6월에 유저 한국어 패치가 배포되면서 언어에 대한 부담이 한층 덜어졌습니다. 원작에서 사용됐던 유저 패치를 이식한 것으로 게임 런처를 비롯해 1,2,3 본편과 DLC가 모두 포함돼 있죠. 아직 번역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남은 번역 작업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금방 완성본을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패치 파일은 매스 이펙트 네이버 카페에서 배포 중이니 참고하세요.
3. 7년 만에 완성된 한국어 패치,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2014년에 발매된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은 바이오웨어의 또 다른 대표 IP인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서 시나리오가 바뀌는 비선형 스토리 라인과 직관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투로 좋은 평가를 받았죠. 하지만, 이 게임도 다른 바이오웨어의 RPG와 마찬가지로 굉장한 분량의 텍스트를 자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게임을 즐기지 못한 유저가 굉장히 많았지요.
다행히도, 팀 왈도가 지난 5월, 무려 7년 만에 한국어 패치를 배포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그동안 유저 한국어 패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죠. 다행히 이번 패치는 오류도 적고 설치도 간단하고 쉬워서 훨씬 활용하기가 좋습니다. 오랫동안 라이브러리에 게임을 받아놓고 플레이해보지 못한 유저라면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신작이 나오기 전에 인퀴지터의 여정을 즐겨보시는 게 어떨지요?
4.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OOTP 22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이하 OOTP)시리즈는 야구 버전 풋볼매니저라 불릴 정도로 야구 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뮬레이션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답게 방대한 정보량과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만큼 영어와 야구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게임이지요.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 게임은 게임 구조상 한국어 패치가 불가능했습니다. 유저들이 힘겹게 번역을 해도 폰트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죠. 개발사 방침상 완성도를 위해 영어버전만 만들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공식 한국어화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죠.
그러던 와중에, 작년에 컴투스가 OOTP 개발사를 인수함과 동시에 차기작 한국어 공식 지원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3월에 발매된 OOTP 22는 출시와 동시에 한국어 베타 패치가 진행됐죠. 사실 출시 직후 한국어 패치에 대한 평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노진혁’ 선수가 ‘아니요진혁’으로 ‘소형준’ 선수가 ‘삼진형준’으로 번역되는 등 오역이 많았거든요. 다행히도 4월 경에 팬들이 자체 패치를 추가로 진행해서 플레이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까지 번역의 질이 올라온 상태입니다.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이 기회에 OOTP를 접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5. 이 기세로 차기작까지,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 시리즈
제노블레이드는 닌텐도의 주요 IP 중 하나로 2010년에 첫 작품이 나왔고, 꾸준히 속편이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시된 이후로 10년 가까이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아 국내 팬들은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시리즈였죠. 어렵사리 타이틀을 구해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다 보니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5월 1편의 리마스터 버전인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데피니티브 에디션이 출시됨에 따라 드디어 10년 만에 게임을 한국어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감동인데, 오는 9월에 연이어 2018년에 출시된 2편과 그 DLC가 한국어화 되어 정식 발매되면서 드디어 방대한 세계관을 온전히 우리말로 느끼는 것이 가능해졌죠. 이 기세라면 다음 편은 한국어판 국내 동시 발매를 기다려도 될 듯합니다.
6. 키류 카즈마의 마지막을 한국어로,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
용과 같이 6는 2016년에 출시된 시리즈 6번째 넘버링 시리즈입니다. 키류 카즈마의 마지막 주연작으로 시리즈는 물론 팬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한국 정식 발매가 중단됨에 따라 국내 유저들은 정식 루트로 이 게임을 접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3월에 PC판이 발매됨에 따라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게이머들로부터 아쉬움을 샀죠.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 6월, PC판 유저 한국어 패치가 배포됐습니다. 검수 단계에선 지나치게 많은 비속어나 주인공 키류 카즈마가 사용하지 않을 법한 말들이 지나치게 많이 발견돼 번역팀이 사과하는 등 해프닝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현재는 정식 발매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준수한 완성도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용과 같이 시리즈 팬이라면 마음 놓고 키류 카즈마 서사의 장중한 마무리를 즐기셔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