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모바일과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대체 혹은 공존?
2021.08.24 18:38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배틀그라운드는 PC와 모바일 버전 모두 시장에서 굳건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 전체 매출의 절반이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재출시한 인도 버전 흥행도 지속되고 있고, 공식 e스포츠 리그도 출범한 만큼 앞으로도 이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와중에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신작인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이하 배그 뉴 스테이트)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심은 신작과 전작 간의 균형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맞추져 있다. 배그 뉴 스테이트는 텐센트가 제작에 참여했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달리 순수 100% 크래프톤의 기술로 제작됐으며, 크래프톤이 직접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크래프톤 입장에선 세대교체를 노릴 것인지,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일군 안정적인 시장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배그 뉴 스테이트는 과연 전작을 대체하는 작품이 될까? 아니면 파이를 나눠 먹고 공존할까?
게임성 측면에선 충분히 대체할 만하다
일단 배그 뉴 스테이트 테스트 단계에서 나온 피드백이나 정보만 놓고 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면에서 전작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은 PC 버전과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훌륭하며, 다소 투박했던 UI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낙하산을 펼칠 때도 다이나믹한 동작을 펼치는 등 전반적인 모션도 훨씬 더 다양해졌으며, 구르기 같은 새로운 액션도 생겼다.
액션도 한층 강화됐다. 드론을 사용해 적을 정찰하거나, 진압 방패를 들고 진격하는 등의 독특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실시간 총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어떤 무기라도 플레이어 입맛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 심지어는 총기 대미지를 높이거나 연사모드가 없는 총에 연사 모드를 다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 반대급부로 정확도가 떨어진다거나 장전 속도가 길어지는 등 리스크도 생긴다. 이 밖에도 차량에 자동운전 버튼이 생겨서 솔로 플레이 중에도 라이딩 샷이 가능해졌으며, 새로운 플레어 건 등 보급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고 시간 배경을 알려주는 새로운 요소들은 이 게임이 외전이 아닌 '후속작'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부분이다. 전작과 달리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만큼 무인으로 움직이는 트램, 보급품을 가져다주는 드론 등이 등장하며, 수송기 디자인도 훨씬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게임 내적으로 보나 외형적으로 보나 확실히 기존 배그 모바일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성만을 놓고 본다면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대체할 만한 자격은 차고 넘친다.
중국과 인도 공략은 쉽지 않다
이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에 대해선 국가와 지역별 시장 상황과 크래프톤의 전략을 한 번 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누리고 있는 선점효과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로벌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흥미로운 콜라보 이벤트와 e스포츠 리그 등을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다. 크래프톤 2020년 매출의 84%가 아시아권이란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반중 정서로 인해 재출시 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44일 만에 다운로드 5,0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굉장한 인기를 자랑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이토록 충성심 높은 유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그 뉴 스테이트가 이를 오직 게임성만으로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중국과 인도 지역은 이 외에도 걸림돌이 많다. 일단 중국 지역은 콘텐츠 표현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현재 서비스 중인 ‘화평정영’만 봐도 시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거나 총기 이름도 다른 등 차이가 많다. 게다가 100% 자체 제작을 표방하고 있기에 외자 판호를 받아야 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인도는 이와는 별개로 외국산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하기도 하고 최근에 새 버전을 출시한 만큼 당장 새 게임을 하나 더 출시하는 것은 유저를 분산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인도 전반적으로 모바일 기기 사양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배그 뉴 스테이트는 적합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실제 배그 뉴 스테이트의 첫 출시 지역에 중국과 인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양의 새로운 유저 유입을 노린다
시선을 북미·유럽 등 서구권으로 옮겨보자. 사실 위에서 말했듯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아시아권 대비 서구권에선 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외에도 딱히 흥행하고 있는 모바일 배틀로얄 슈팅게임이 없다. 포트나이트가 어느 정도 활약하고 있지만 정통 배틀로얄이라고 보긴 힘들며, 모바일보다는 PC나 콘솔 유저가 더 많다. 에이펙스 레전드 모바일이 아직 제작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배그 뉴 스테이트는 블루오션을 선공략하는 입장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그 뉴 스테이트의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다르게 북미·유럽 유저에게 통할 만한 요소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근미래 배경이나, 보다 자유롭게 총기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전기차라던가 트램, 새로운 맵 트로이 또한 북미·유럽 유저에게 보다 친숙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배그 뉴 스테이트의 첫 번째 테스트를 미국에서 먼저 진행해 좋은 피드백을 얻었다.
요약하면, 배그 뉴 스테이트는 서구권에선 공존보다는 세대교체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릴 공산이 크다. 다만, 완전한 세대교체 보다는 전체적인 모바일 배틀로얄 파이를 키우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장르간 시너지 노리는 국내 시장
국내 시장은 어떨까? 국내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위치는 특별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매출 순위 20위권 밖에 있지만, 슈팅 장르 게임 중에는 유일하게 매출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해당 장르의 팬들을 꽉 휘어잡고 있다는 뜻이며, 모바일 플랫폼에서 다소 비주류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입지는 단단하지만, 매출 순위나 장르적 인기로 보면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이 상황에서 비슷한 게임성을 지닌 배그 뉴 스테이트가 출시된다면, 두 작품이 공존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조그마한 파이를 나눠 먹는 것을 넘어 두 게임 간 콜라보 이벤트나 e스포츠 대회 등 교류를 통해 장르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공존이 기대되는 바다.
결과는 오는 10월에
결과적으로 보자면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는 다른 유저층을 타깃으로 전작과 공존하며, 배틀그라운드 IP의 인기를 더욱 공고히 할만한 잠재력은 충분히 갖춘 게임이다.
배그 뉴 스테이트는 오는 8월 27일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두 번째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며, 9월 말에서 10월 사이에 출시 예정이다. 과연 배그 뉴 스테이트가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어떤 관계를 이룰 지 조금 더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