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부터 시작하는 ‘완벽한’ 이세계 던파, 던파 모바일
2022.03.29 18:48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이름값이 높은 IP, 그중에서도 PC 온라인에서 활약했던 게임들이 모바일로 이식 되면 ‘원작과 전혀 다르다’, ‘원작과 너무 똑같다’ 둘 중 하나의 평가를 받는다. 원작과 너무 다르면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고, 원작과 너무 똑같이 만들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오래된 유명 IP를 모바일게임으로 만들 때는 기본 재미는 똑같이 본 떠 가져오되, 세부적인 시스템이나 스토리에는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묘를 발휘해야 한다.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려운 숙제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가히 모범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이 숙제를 잘 이행했다. 단순히 과거 IP를 이식하고 답습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도 활발히 서비스되고 있는 던파의 요소와 모바일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강점까지 장착했다. 완벽한 게임은 아닐지 모르나, ‘완벽한 던파’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초창기 던파의 스토리를 더욱 발전시켰다
던파 모바일은 기존 PC 던파 유저 뿐 아니라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유저를 모두 포용한다. 이는 스토리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던파 모바일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는 PC 원작 기준 대전이 이벤트 이전 스토리를 따라간다. 그러니까 2005년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로터스가 베히모스의 정신을 지배해 본래 힘을 되찾으려는 이야기부터, GBL 지부 돌격대장 반젤리스의 반란과 반투의 족장 브왕가와 오르카와의 만남 등이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참고로, 이 시절의 스토리는 이제 원작에서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진짜 머나먼 과거 이야기다. 대전이 이후로 스토리가 개편된 것은 물론이며, 초반 구간은 빠른 속도로 스킵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과거에 던파를 즐겼던 유저는 추억에 빠져들 수 있고, 던파를 처음 경험해본 유저는 말 그대로 던파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다.
물론 과거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하기만 했다면, 그저 옛날 던파를 갖다 쓴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던파 모바일은 기본 골자는 그대로 가져가되, ‘라라아’라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넣기도 하고,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세리아 키르민의 대사와 행동도 능동적인 성격으로 고쳐, 흔히 말하는 재탕의 느낌도 없애고 설득력도 높였다. 더불어 원작엔 없던 인게임 컷신과 시네마틱 영상이 도입됨에 따라 전달력도 훨씬 좋아졌다.
심지어는 직업별로 다른 스토리를 부여한 뒤, 그에 맞춰 NPC들의 대사도 하나하나 다 다르게 반응하도록 바뀌었다. 가령, 라라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성 캐릭터인 귀검사 캐릭터에겐 좀 더 투덜거리면서도 이성적인 감성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다른 여성형 캐릭터에겐 높은 동료애를 느끼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 밖에도 자잘한 대사가 하나하나 다르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에도 지루하지 않다. 스토리 측면에선 던파 리메이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액션은 깊이 있지만, 기술은 시원시원하게
스토리 뿐 아니라 던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액션도 매우 출중하다. 이번 작품은 윤명진 디렉터도 나서서 직접 '손맛'을 살렸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모든 직업의 손맛이 매우 뛰어나다. 귀검사는 적을 띄워가며 구사하는 각종 공중 콤보의 맛이, 격투가는 여러 기술을 연계해 즐기는 지상 콤보, 마법사와 프리스트는 광역 공격, 거너는 정교한 컨트롤의 재미가 그대로 구현돼 있다. 콤보 조작 난이도 측면에서도, 콤보 배치 시스템을 통해 한 가지 버튼만 계속 눌러도 원하는 콤보가 나갈 수 있도록 구성해 누구나 쉽게 게임 특유의 액션을 구사할 수 있다.
액션 역시 원작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옛날 던파의 느낌이 나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현재 원작 던파는 스킬의 개수가 정말 많고 위력도 뛰어나서 스킬만 써도 되는데, 던파 모바일은 홀딩 스킬과 공중 콤보를 구사하는 중간 평타를 성심성의껏 섞어줘야 최대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원작 던파를 꾸준히 해온 유저는 조금 어색할 수 있으나, 흔히 말하는 '손빨'을 타는 액션을 만들었다는 점에선 충분히 호평받을 만하다.
액션의 발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캐릭터별 간판기라 할 수 있는 엘리멘탈마스터의 핼로윈 버스터, 레인저의 난사, 버서커의 레이징 퓨리같은 기술을 10레벨 언저리에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 초반 구간의 답답함을 완전히 해소했다. 여기에 원하는 버튼을 마음대로 재빠르게 입력하기 힘들다는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캔슬기를 없앤 대신, 긴급 회피와 이동을 대신하는 기능을 넣어서 편의성과 나름의 액션도 강화했다.
하나 더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PC 버전이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핸드폰에 연결한 뒤 즐겨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각종 블루투스 키보드는 물론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와 올해 막 업데이트된 맥 OS의 신기술인 유니버설 컨트롤까지 지원해서, 장비만 있다면 어디서든 키보드로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처음 던파 모바일이 PC 클라이언트를 따로 준비한다고 했을 땐, ‘원작 던파를 하면 되지, 굳이?’라고 생각했으나, 조작에 불편함을 느낄 유저들을 위해 이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부분은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담도 없고, 재미도 남다른 결투장
준비된 콘텐츠도 굉장히 다채로운 편이다. 일단 스토리를 즐기는 시나리오 던전은 몇몇 의뢰 던전을 제외하면 가장 피로도를 많이 잡아먹으면서 캐릭터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데, 위에서 말했듯이 스토리 자체가 잘 구성되어 있고, 게임의 기본 액션도 출중하기 때문에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사실 피로도를 다 쓰고 각종 이벤트 던전을 다 돌고 나면 자연스럽게 결투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결투장 콘텐츠도 정말 재밌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은 '손빨'을 많이 탄다. 컨트롤이 중요한 점은 PvP에서도 동일하며, 그렇기에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전투가 형성된다. 플레이어 간의 레벨차이와 장비 차이는 등급전에선 보정이 가해지기 때문에, 정말 레벨 격차가 극심하지 않은 이상은 말 그대로 컨트롤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엔 PvP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결투장 플레이만으로도 주는 보상이 꽤나 짭짤한 데다가 몬스터와 달리 일반 유저에게 콤보를 작렬시켰을 때의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급전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주점난투나 영혼석 쟁탈전 등 보다 가벼운 모드도 준비돼 있다. 기본 대련에 비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만큼 부담이 덜하다. 처음에는 하루에 돌 수 있는 던전 수를 제한하는 피로도 시스템 때문에 콘텐츠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여러 캐릭터를 함께 육성하며 잘 만들어진 결투장 시스템을 함께 즐기다 보면 하루에 10시간 이상 플레이 해도 큰 지루함 없이 지속 플레이가 가능했다.
부담도 없고 과금 유저도 만족할 만한 BM
BM 및 과금도 최근 모바일게임, 아니 최근에 출시된 F2P 게임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유저 친화적이다. 기본적으로 유료 상품이나 아이템 가격은 현금 5만 원을 넘어가지 않으며, 대부분 인게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화로도 마련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PC 던파와 매우 유사, 아니 거의 동일한 과금 구조다.
그렇다고 과금 요소를 완전히 뺀건 아니다. 월 1만 원대 정액제 상품인 ‘마스터계약’을 비롯해 추가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아바타 등이 존재한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풍부하다면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면 충분하며, 월 1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만 투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차이는 무과금 유저도 부지런히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쫓아갈 수 있을 정도다. 여러모로 모든 유저가 만족할 만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원작보다 더 발전한 도트 그래픽과 일러스트, 시종일관 부드러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에서 발열조차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최적화 등도 던파 모바일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더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들의 투정?
이렇게만 쓰면 단점이랄 것이 전혀 없는 게임 같지만, 조금은 고쳤으면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가령, 다른 플레이어들의 강화 소식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지어 시네마틱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와중에도 봐야 하는 점, 10개가 넘는 스킬을 모바일 화면에 모두 구현하지 못한 부분, 결투장에서의 높은 핑 등이 그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점수를 깎기에는 대체로 너무 소소한 문제들이다. 특히 조작감 부분은 블루투스 키보드나 PC 버전, 그리고 게임 내 콤보 배치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호불호의 영역이 하나 있다면 피로도 시스템일 것이다. 콘텐츠 소모 속도 조절을 위해 원작 던파에 있는 피로도 시스템을 모바일에도 그대로 가져왔는데, 실제로 피로도가 모자라 하루에 던전을 돌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된다. 당연히 좀 더 빠르게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싶은 유저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피로도를 다 소모한 뒤 결투장을 돌리거나, 아예 다른 캐릭터를 육성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으니 취향 영역이라 본다. 개인적으로도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피로도가 150에서 200 정도로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덕분에 다른 캐릭터와 결투장 같은 PvP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명망 높고 많은 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넥슨이지만, 의외로 최근 주류라 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 메가히트작이 없었다는 점은 넥슨의 약점과도 같았다. 물론 몇몇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최상위권에 장기체류한 적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도 이 약점은 '던파 모바일'을 통해 한 방에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던파 모바일은 단순히 할 만한 모바일게임을 넘어서 정말 재밌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유저들 사이 발생한 밈을 활용해 바로 이벤트를 여는 점 등 운영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다. 큰 풍파 없이 지금처럼 잘 이어간다면, 아마 역사에 남을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