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회의록 ①] 모탈 컴뱃 11 국내 출시 무산된 이유는?
2023.03.09 20:35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2월 28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진행된 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은 아니지만 각 게임을 검토한 게임위 연구원들의 의견과 이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 및 의견교환 등을 확인할 수 있다.그간 게이머 및 게임업계에서 게임위 등급분류에 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은 공개된 등급분류 기준만으로는 연령등급 및 통과 여부를 예상하기 어려운 소위 ‘고무줄 심의’라는 것이다. 이에 등급분류에 관련되어 크게 회자됐던 주요 사건에 대해 게임위 회의록에 담긴 근거를 명확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모탈 컴뱃 11 국내 출시 무산이다. 당시 국내 유통을 맡았던 인플레이인터렉티브가 2018년에 심의를 신청했고, 그 해 4월 4일에 진행된 회의에서 등급거부를 받았다. 등급거부란 연령등급을 내주지 않은 것이며,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연령등급이 있어야 한다. 즉, 등급거부는 게임을 국내에 낼 수 없다는 뜻이다.
모탈 컴뱃 11에 대해 게임위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뼈를 분해하거나 전기톱으로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모사되어 있어 등급분류 규정의 과도한 폭력보다 수위가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탈 컴뱃 11은 등급거부를 받은 반면, 앞서 설명한 페이탈리티가 포함된 모탈 컴뱃 1, 2, 3편 합본팩은 청소년이용불가로 통과했는데, 당시 게임위는 합본팩의 경우 ‘2D에 표현도 사실적이지 않은 반면, 모탈 컴뱃 11은 신체 훼손 등에 대한 표현이 사실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게임위는 연령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게이머가 직접 선택해서 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따져보고 있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술이나 담배 등이 포함된 약물 부분이다. 술을 먹는 장면이라도 플레이어가 직접 음주를 선택할 수 있다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을 수 있으나, 유저 선택 없이 그 장면이 나오는 것뿐이라면 음주 때문에 청소년이용불가가 나오지 않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작년 6월에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PS5 버전)은 플레이어에게 술을 권하고, 유저 선택에 따라 마실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된 부분이 약물 부분에서 청소년이용불가라 판단됐다. 물론 이 게임은 약물 외에도 강한 욕설, 신체훼손 표현 등이 같이 고려됐고, 미국 등에서도 성인 이용가를 받은 바 있다.
반면 2022년 8월 4일 회의에 상정된 백의성 연애 증후군 RE:Therapy에는 음주장면과 신체노출이 포함되어 있으며, 게임사에서 청소년이용불가로 신청했다. 다만 이에 대해 게임위는 술을 마시는 장면은 있지만 유저가 음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상 진행되는 것이기에 청소년이용불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음주와 함께 고려된 선정성 역시 제한적인 신체노출과 속옷 노출로 이 역시 청소년이용불가 정도의 표현은 아닌 것으로 논의됐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게임사가 신청한 것보다 낮은 15세 이용가로 출시됐다.
맥락을 주요하게 확인하는 부분도 있었다. 2019년 12월 4일에 진행된 회의에서는 금연교육 및 폐 건강 측정용으로 제작된 ‘후후!! 베이비’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담배연기로 고통받는 아기가 등장하며 입김을 불어 연기를 쫓아 아이를 구하는 내용을 다룬다. 회의 과정에서 담배연기에 아이가 노출되는 장면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주 목적이 금연교육이며 아이를 구하는 과정을 다룬다는 맥락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게임은 두 번의 투표를 걸쳐 전체이용가를 받았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을 토대로 모탈 컴뱃 11 등급거부를 돌아보면, 게임위에서는 신체절단 등이 포함된 피니쉬 동작인 페이탈리티는 유저가 선택해서 진행하며,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콘텐츠이며, 그 정도가 국내에 출시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과하다고 판단해 등급 거부를 매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페이탈리티는 승패가 결정된 후 부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마무리 연출이이다. 특정 컨트롤을 진행해야 실행되기에 유저 선택에 따라 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모탈 컴뱃 11 외에도 국내에는 신체절단이나 무기가 몸을 꿰뚫는 사실적 마무리 연출이 포함된 게임 다수가 청소년이용불가 등의 등급을 받아서 출시된 바 있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나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게임들에서 데드신은 게임 결과에 따른 캐릭터 사망 장면을 색다른 방식으로 연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시각에 따라 모탈 컴뱃 11의 페이탈리티 역시 앞서 소개한 게임의 데드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사망 장면을 보기 위해 일부러 죽어 보는 경우도 있으며, 사실적 묘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즉 게임에 따라 폭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폭력 등이 게임 내에서 표현되는 맥락이나 비중을 고려하는 경우도 게임마다 달라서 ‘고무줄 심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모탈 컴뱃 11에 대한 또 다른 의문점은 게임위에서 ‘기존 시리즈도 폭력성으로 등급거부를 받았다’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자칫 전작에서 어떠한 등급을 받았는가가 마치 연좌제처럼 맞물리며 신작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리즈이기에 연관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게임인 만큼 전작 등급을 고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