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편히 게임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 지원 늘었다
2023.04.14 17:41 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63만 명이다. 이는 중증 장애 외에도 색약이나 청력손실이 낮은 경증 장애까지 포함한 수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이들도 분명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시각이나 청각, 혹은 지체장애를 가진 이들도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는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장애인들의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나 하드웨어, 프로그램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의 경우 대부분 중증 장애인을 위한 컨트롤러 지원이나 행사를 여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다. 실제로 비교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색약·색맹 플레이어나 경증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업 혹은 접근성 관련 개발은 다소 소외된 경향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장애인 게이머 수요와 지원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장애인 게임 플레이 지원 현황은 어떤 상태일까? 국내 게임사 및 정부부처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장애인 게이머들을 위해 애쓰고 있을까?
가시화를 위한 정책 및 지원 확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경우 다양한 장애인 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콘진원은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과 ‘게임문화포럼’ 등을 통해 장애인 게이머들의 접근성 확장에 힘써왔다. 지난 3월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손잡고 장애인 e스포츠 대회 연구 진행을 이어 나가겠다 밝혔다. 더해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 등의 보고서를 점자로 발간해 접근성을 위한 UI/UX 개발 가시화에 힘썼다.
국립재활원은 장애인 게이머를 위한 보조기기 오픈소스와 디바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장애인 게이머들에게 소개하기도 하고, 다양한 정부부처 및 게임사와 손잡고 컨트롤러 소개 및 접근성 강화와 여가생활을 전달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아름다운재단, 국립재활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손잡고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보조기기 입력장치 및 보조장치, 자세 유지장치의 보급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약은 지원자를 모집해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게임 보조기기 지원 및 설치와 사용법 안내, 관리방안 교육 듣을 동시에 진행한다. 지원자 모집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 중 시작된다.
넷마블문화재단은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지원해 오델로, 클래시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등의 e스포츠대회가 개최되도록 지원하며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더해 게임문화체험관을 개관하고 공간 목적에 맞춘 다양한 기기를 제공해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넥슨의 경우 지스타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장애인 게임접근성 진흥 토론회를 통해 문화/여가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장애인용 게임 플레이 보조기기를 통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시연 등으로 이를 가시화했다.
인게임 접근성도 점차 확장 중
엔씨소프트의 경우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작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Xbox 디자인 랩과 같이 엔씨 게임 디자인 랩을 만들어 오디오, 컨트롤, 인터페이스,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접근성 강화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던전앤파이터, 배그 모바일, 검은사막, 로스트아크 등 유명 게임들도 현재 색약 설정을 업데이트 했거나 출시 당시부터 지원하고 있다. 더해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색상을 보고 구분이 필요한 스테이지에서 색상과 함께 모양에 차별화를 주는 간접적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 호평을 받았다.
간접적인 지원에도 눈길을 둘만하다. 엘소드 등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일부 게임들은 게이머의 컨트롤러와 조작스타일 키 맵핑을 적극 지원해 지체장애인의 원활한 플레이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엑스박스 어댑티브 컨트롤러나 조작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는 보조장치를 단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도와준다.
국내 콘솔게임 컨트롤러 제작사 아이에스티몰은 게임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에 폭넓게 쓸 수 있도록, 장애인 게이머 맞춤 조이스틱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 장애 정도에 맞춘 커스텀 컨트롤러를 제작할 수 있는 회사의 기술을 살린 결과물이다. 아이에스티몰의 조이스틱은 기본 접근성 컨트롤러에 확장포트를 추가해 플레이어가 최대한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두었다.
보급에 대한 갈증 해소할 수 있는 포용성 높은 개발과정 필요
이와 같이 접근성 확장과 보급에 대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남아있다. 확장과 지원의 증가 추세는 환영할만한 소식이나, 이를 적용한 게임 수는 아직 적다. 여기에 여전히 조작 장벽으로 게임 경험에 차이를 느끼는 일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콘텐츠’적 접근성이다. 최근 게임에서는 스토리 진행에 있어 풀 더빙이 주류가 되는 추세로 스토리 이해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움직임이나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지원 자막 지원도 미비하다고 평가받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을 고려해보길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주대 컴퓨터교육과의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웹 UI/UX 연구 논문에서는 “저시력 장애인은 전 세계에 2억 4,000만 명에 해당할 만큼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노력하는 중인만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조금 더 고민해보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