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텍스트 어드벤처 ‘포토피아’에 챗 AI 적용했더니
2023.04.24 15:48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4일 스퀘어 에닉스에서 ‘스퀘어 에닉스 AI 테크 프리뷰: 포토피아 연쇄살인사건(이하 포토피아)’를 출시했다.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완성도 면에선 AI의 좋지 못한 성능 때문에 현재 유저 스팀 평가 ‘매우 부정적(8%긍정)’을 받고 있다.
포토피아는 1983년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 호리이 유지가 개발한 어드벤처게임 ‘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원작은 전형적인 텍스트 어드벤처게임으로, 플레이어가 명령을 내리면 이를 부하 ‘야스’가 수행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조사하고 싶다면 키보드로 ‘구석을 조사’라고 입력하면, 이를 부하가 수행한다.
원작은 높은 난이도, 그리고 스토리적 반전으로 유명했다. 높은 난이도는 지정된 문자열만 명령어로 인식할 수 있는 입력 방식 때문으로,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입력해야만 명령어가 실행되기에 수많은 시도를 통해 게임이 인식할 수 있는 명령어를 파악해야 했다. 게임이 패미콤으로 이식됐을 때, 키보드가 없기 때문에 선택 가능한 단어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덕분에 난이도가 낮아졌다. 또한 출시 당시 잡지 등에서 게임의 반전 요소를 폭로해 버렸기 때문에, 당시 일본에서는 모두가 범인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랬던 원작을 2023년에 리메이크 한 이유는 스퀘어 에닉스의 AI 기술을 선보이기 위함이다. 포토피아는 스퀘어 에닉스의 ‘자연어 처리(NLP,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프로그램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연구 진척 현황을 알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무료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제작됐다. 공식 사이트와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는 자연어 처리, 자연어 이해 등에 대한 기술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포토피아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해 진행되는데, 커맨드 입력에 있어 자연어 처리 기술이 적용됐다. 원작의 단점이 정해진 커맨드 아니면 진행이 안 된다는 점이었는데, AI 기술의 발달로 프로그램이 인식할 수 있는 문자열이 늘어났다. 개발사는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언어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술과 결합, 그리고 진일보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리메이크된 포토피아는 출시 후 ‘매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첫 번째로 AI의 답변에서 ‘자연어 생성(NLG)’ 기능이 빠져 있다. 개발사의 설명에 따르면 AI가 비윤리적인 답변을 생성할 위험이 있어 답변은 자동 생성이 아닌 키워드 생성 방식으로 했다고 하며, 이 부분에서 불완전한 테크 프리뷰라는 비판이 있다.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AI 기술이 지나치게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현재 포토피아는 AI가 대부분의 문자열을 인식하지 못해서 어떤 문장을 입력해도 조수가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는데요”, 나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를 연발한다. 그래서 몇몇 게이머들은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되는) 80년대 게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AI 게임이고, 이제 막 출시된 만큼 학습을 통해 더 발전될 여지는 남아있다.
포토피아는 24일 스팀으로 출시됐으며, 국내엔 지역 제한이 걸려있고 영어와 일본어만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 게이머가 플레이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