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딕투스, 마영전이 하드코어 액션을 되찾았다
2024.03.15 18:0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10년에 출시된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은 몬스터 헌터를 떠오르게 하는 헌팅 액션을 온라인 액션 RPG에 녹여낸 다소 실험적인 게임으로 평가됐다. 준수한 캐릭터 디자인과 보스를 공략해나가는 묵직한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고, 출시된 해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요소가 도입되며 초기에 추구했던 하드코어한 액션은 다소 흐려진 감이 있다. 이로 인해 마영전 초창기 시절을 추억하는 게이머도 적지 않다.
그 와중 지난 2월에 마영전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이 깜짝 공개됐다. PC와 콘솔로 출시되는 싱글플레이 엑션 RPG인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이하 빈딕투스)’다. 빈딕투스는 마비노기 영웅전 IP를 기반으로 하며,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세계관에서 정해진 운명 속에 세상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진은 빈딕투스에 대해 마영전 후속작이 아니라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는 독립된 타이틀이라 소개하며 궁금증을 자극했고, 머지 않은 시점에 그 첫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14일부터 18일까지 스팀에서 프리 알파 테스트를 연 것이다. 첫 테스트에서 경험해본 빈딕투스는 소울라이크라는 느낌을 더하여 마영전에서 다소 잊혀졌던 액션을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되살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영전 팬들의 추억을 저격하는 피오나와 리시타
우선 빈딕투스는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1년 간의 제작 과정을 거친 초기 단계에 있다. 이를 기준으로 이번에 공개된 테스트 버전에서는 마영전 근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리시타와 피오나를 체험할 수 있으며, 등장하는 지역은 놀과 코볼트가 각각 지키고 있는 북쪽 폐허와 얼음 계곡이다. 이번 테스트는 액션을 검증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보스 등장 시 짧은 컷신을 볼 수 있으나 스토리나 성장 요소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조합은 마영전을 오래 즐겨온 유저들의 추억을 저격한다. 이러한 측면은 두 캐릭터의 액션에도 진하게 묻어 나온다.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 기준으로 피오나와 리시타 모두 원작과 컨트롤 방식이 동일하며, 전투 핵심 역시 일반 공격을 쌓아나간 후 원하는 강한 공격을 조합해 콤보를 완성하며 공격을 이어나가는 구조를 유지했다. 전반적인 속도감은 마영전보다는 약간 느린 편이지만 지금 혹은 왕년에 마영전을 해봤다면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을 정도다.
두 캐릭터가 지닌 강점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확실하다. 먼저 피오나는 방패로 적 공격을 튕겨내고 그 사이에 공격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며, 리시타는 2단 회피로 빠르게 틈새를 파고 들어 속사포처럼 공격을 퍼붓는 스타일을 지녔다. 이처럼 캐릭터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액션을 경험할 수 있기에 같은 구간, 동일한 보스라도 판이하게 다른 공략을 이어나갈 수 있다.
대표적인 보스로 손꼽히는 놀 치프틴을 예로 들자면 피오나는 방패로 주요 공격을 튕겨냄과 동시에 반격을 통해 다음 콤보를 노리는 위주로 풀어갈 수 있다면, 리시타는 회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연속 공격을 이어갈 타이밍을 재는 것이 핵심으로 통한다. 실제로 캐릭터 하나로 이번 테스트 마지막 보스인 침푸 아뮤르크를 잡고 거점을 활성화하면 다른 캐릭터로도 두 지역 중 원하는 곳을 골라 공략해볼 수 있도록 개방된다. 두 캐릭터가 스타일이 판이하기에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보라는 기획 의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맵 구성은 마영전에서 공략하던 던전을 좀 더 큰 규모로 돌아보는 느낌이다. 지역별로 구간이 다소 촘촘히 나뉘어 있고, 중요 대목을 중간 보스와 마지막 보스가 지키고 있다. 그 사이에는 검, 도끼, 활 등 여러 무기를 지닌 일반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어 과하게 몰지 말고 차분하게 정리해나는 것이 필요하다. 테스트 기준으로는 통이나 부서진 기둥 잔해 등을 적에게 던지거나 갈고리 사슬을 걸어 움직임을 봉쇄하는 등 아이템을 활용하는 부분이 없었는데, 이러한 부분이 더해진다면 이러한 측면이 더해진다면 공략이 어떠한 양상으로 달라질지 궁금해졌다.
마영전의 특성으로 새롭게 풀어낸 소울라이크
그렇다면 원작과 다른 측면을 중심으로 빈딕투스를 살펴본다면 어떨까? 앞서 밝혔듯이 마영전은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헌팅 액션에 집중했고, 앞서 이야기한 갈고리 외에도 섬광탄이나 폭탄, 부위파괴를 노리는 창 등 여러 보조무기를 활용했다. 다만 빈딕투스는 테스트 버전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는 헌팅 액션보다 소울라이크에 좀 더 무게가 살린다. 복잡하게 꼬인 경로를 돌파하는 부분은 없었으나 강하지만 일정한 패턴대로 움직이는 보스를 죽음을 통해 파악해가며 결국은 잡아내는 성취감을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소울라이크라는 측면에서 보면 빈딕투스는 각기 다른 무기로 무장한 캐릭터를 토대로 적과의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는 마영전의 고유한 액션 강점을 제대로 살려 소울라이크를 새롭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기본적인 움직임은 원작인 마영전보다는 다소 무겁지만, 소울라이크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액션이 가벼워 생각대로 거동하기 쉬웠고, 테스트임에도 프레임 드랍도 느껴지지 않았다. 속도감 있는 소울라이크라는 점은 빈딕투스의 특징임과 동시에 이 장르에 부담감을 느꼈던 유저도 마음의 짐을 덜고 도전할 수 있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보스의 경우 놀 치프틴 등 일부 엇박자 공격을 하는 종류도 있으나 모든 적이 전반적으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기에 상대적으로 패턴을 읽기 무난하다. 아울러 각 캐릭터가 일반과 강공 조합 외에도 적을 그로기시킬 수 있는 액티브 스킬 4종과 캐릭터 특성에 맞춘 고유 액션을 지니고 있기에 급변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울러 이번 테스트에서는 스태미너가 없어 무한 가드, 구르기, 회피 등이 가능했는데, 제작진이 의도하는 부분이 공격과 기술을 조합해 틈을 노려 호쾌한 콤보를 적중시키는 액션을 보여주는 방향이라면 캐릭터 움직임에 제약이 사라지며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여기에 스태미너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이기도 하다. 맵 구성 역시 보스전 구역과 가까운 곳에 부활할 수 있는 거점이 배치되어 있어 사망이 잦아도 빠른 시간 안에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
만만치 않은 국산 싱글 액션 RPG 기대작 등장
이렇게 빈딕투스 첫 테스트를 전반적으로 돌아봤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모바일 MMORPG 일변도를 벗어나 기존에 잘 시도하지 않았던 플랫폼과 장르로 확대해나가는 움직임이 활발하며, 이 부분이 업계의 장기적인 생존전략과도 맞닿아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빈딕투스의 등장은 트렌드에 발을 맞추면서도, 해볼만한 액션 RPG를 찾는 게이머에게도 반갑게 느껴질 만한 이슈가 아닐까 싶다.
물론 초기 버전이기에 앞으로 갖춰야 할 부분도 많고, 키보드/마우스와 패드 양쪽 모두 유저 손에 맞춰 키를 세팅할 수 있는 옵션이 없는 등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다만 이번 테스트가 1년 간의 개발을 거쳐 선보이는 초창기 단계라 생각하면 IP의 특징과 소울라이크라는 새로운 면을 적절하게 배합한 기본틀을 갖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떠한 게임으로 완성될지 기대감을 심어주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