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 2, 앞서 해보기만으로도 배부르다
2024.05.22 18:34 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2020년 출시된 하데스는 당시 시원한 타격감과 신화 속 요소를 게임에 잘 녹여내어 호평을 받으며 5대 GOTY 시상식 중 ‘올해의 게임’ 3개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지난 7일 출시된 하데스 2는 앞서 해보기 단계임에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신화 세계관과 로그라이크적인 게임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다만 이전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결과, 하데스 2는 시리즈 큰 틀은 유지하되 전작과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앞서 해보기라면서요, 풍성한 콘텐츠 분량
하데스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진행한다. 다만 지하세계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에게 빼앗긴 상태로, 하데스의 딸이자 마녀 ‘멜리노에’가 신들의 힘을 빌려 크로노스를 무찌르고 지하세계를 되찾는 여정이 주요 스토리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앞서 해보기 수준을 뛰어넘는 콘텐츠 분량이었다. 스테이지는 지하와 지상 두 가지 루트로 나눠지며, 총 6가지 보스와 스테이지가 마련됐다. 여기까지는 전작과 비슷한 분량이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스테이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층 더 방대한 스테이지를 갖춘 셈이다.
스토리도 아직 구현되지 않은 부분이 많음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지하세계를 되찾는다는 핵심 서사에 오디세우스, 네메시스 등 여러 인물과의 다양한 대화로 살을 붙였다. 아울러 전작에 등장했던 요소나 스토리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어, 시리즈 팬이라면 숨겨진 부분을 찾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카오스 시련이라는 도전 콘텐츠를 추가해 기본 스테이지 외에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졌다. 카오스 시련은 제시된 조합으로 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전투 콘텐츠로, 클리어 시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지급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합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달라진 성장은 게임의 다채로움을 더한다
캐릭터 성장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전작에서는 어둠 결정을 사용해 캐릭터 능력치를 계속해서 올리는 방식이었지만, 하데스 2는 아르카나라는 능력치가 붙은 카드를 해금해 장착하는 구조로 달라졌다. 다양한 카드를 바꿔가면서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카드를 선택하거나 여러가지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다.
카드 외에 무기 양상이나 개조 등 다른 성장 시스템은 전작과 유사하다. 대신 어둠 결정과 보석뿐이던 성장 재화 종류는 더 많아졌다. 그만큼 필요한 게 많아졌다는 점이 부담될 수도 있었으나, 게임 내 상점에서 재료를 판매해 수급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재료를 파밍하는 부분은 로그라이크 플레이어의 숙명이라 할 수 있는 반복의 지루함을 줄였다. 전작 재료는 기껏해야 2~3종류에 불과했기에, 중후반 갈수록 파밍이 단조로워졌다. 반면 하데스 2에서는 매번 다른 재료를 파밍하며 지루함이 크게 줄었고,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면 ‘이걸로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빠른 템포는 유지하되, 신중함을 더한 전투
스테이지 진행 방식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랜덤으로 제시되는 능력인 ‘은혜’를 획득하며 캐릭터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스테이지에서 얻은 재화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추가 시설을 개방하는 것 역시 동일하다.
대신 전투에서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4가지(공격, 차지 공격, 특수 공격, 마법)뿐이었던 전작 기술에, ‘오메가’라는 차지 공격이 추가되며 사용 가능한 스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전투는 한층 스타일리쉬해졌으나, 전작과 달리 기술 사용에 마나가 필요하여 이전처럼 스킬을 난사하는 플레이는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전작의 ‘반사’ 같은 방어 관련 기술이 대부분 사라졌고, 은혜로 올라가는 능력치 수치도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적들도 대부분 돌진형 패턴을 가지고 있어 무작정 공격하다가 체력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즉, 전투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패턴을 피하고, 그 사이에 공격을 쏟아 붓는 신중함이 요구됐다.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유도하면서도 빠른 템포를 해치지 않는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에, 전작의 속도감이 그리울 수는 있어도 불편하다거나 감점 요소는 아니었다.
종합적으로 게임은 전작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볼수록 추구하는 방향성은 달랐다. 콘텐츠는 방대해졌고, 성장 방식은 다채로워졌으며, 다양해진 등장인물이 전달하는 서사의 재미는 여전히 합격점이었다. 전투 측면에서도 전작만큼 기술을 난사하는 맛이 덜하다는 점이 아쉽긴 했으나, 신중함이 살짝 가미되며 이전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약간의 변주를 부여하며 하데스 2만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