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홈 경기장 정규전, 첫 시도부터 잡음
2024.06.04 17:31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정규리그 한 경기를 물리적인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시도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라이엇 코리아는 오는 29일 치러지는 T1 대 KT LCK 정규리그 경기를 ‘T1 홈그라운드’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내용에 어웨이 측에 속하는 KT 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이번 T1 홈그라운드 정규전 경기는 일반적인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각 구단이 소유한 구장으로 이동하며 경기를 치루는 홈 앤 어웨이 방식에서 착안했다. 라이엇 코리아에 따르면 이는 T1측이 먼저 제안했고, 이를 라이엇 코리아가 받아들이면서 진행됐다. 라이엇 코리아 담당자는 게임메카와의 통화에서 “향후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 최근 리그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꾸준하게 들렸다. 이번 T1 홈그라운드 정규전 경기를 진행하는 고양 소노 아레나는 약 6,000석 규모로, 450석 규모인 롤파크 보다 티켓을 10배 이상 판매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T1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기도 한 만큼, 이벤트 형태로 준비한 경기이기도 하지만 정식 리그로 편입됐다. 중립 좌석 존재로 현재 팀 별 배정 좌석 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 5,000 석을 T1, 약 500 석을 KT 멤버십 가입자에게 우선 판매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행사에 참여하는 KT 팬들은 이번 행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는 이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까지 진행 중이다. 쟁점은 크게 2가지로 ▲정규 리그에서 어웨이 경기는 진행하면서 홈 경기에 대한 공지가 없는 점 ▲어웨이 좌석 비율이 지나치게 적은 부분이다. 공개된 좌석 비율의 경우 멤버십 가입자 우선 판매 방식인 만큼 향후 예매 현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KT 팬 성명서에 따르면 "T1은 KT 팬을 위한 원정석을 단 500석만 배정했고, 이는 너무 적다"고 반발하고 있다.
KT 팬들의 지적 “우리 팀 홈 경기는?”
가장 큰 문제는 KT측 홈 경기가 이번 시즌에는 예정되지 않아, 페널티 경기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는 부분이다. e스포츠 리그라고 할지라도, 경기장 분위기, 환호와 응원 등 관중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 T1 측이 개최한 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장 분위기는 특히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분명 승패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지어 T1과 KT는 지난 정규 시즌 각각 2위, 4위를 기록한 팀으로 연말 진행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컵(이하 롤드컵)’ 티켓 4장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T1의 경우 플레이오프에서도 2위를 차지한 반면, KT는 5위를 기록해 롤드컵 진출이 불안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홈 어드밴티지로 T1이 승리한다면, KT는 이른바 ‘통신사 경쟁팀’이라는 정체성에 걸맞지 않은 20주년 선물을 제공하게 된다.
만약 KT 측에서 홈 경기를 확실하게 진행한다면 애초에 잡음이 발생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KT는 4일 국민일보 보도에서 “2025년 서머 시즌 이벤트 홈 경기 개최를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해 사실상 올해 서머에는 홈 경기가 없음을 시사했다.
소유 경기장 없는 e스포츠에서 홈 경기? 좌석 비율 자체는 정상
홈과 어웨이 경기에서 좌석 비율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한 쟁점이다. 우선 홈팀과 어웨이팀 좌석 비율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지역별 구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를 예시로 들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과 LA 다서스 홈구장은 직선거리로 500Km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지역 구단을 응원하는 만큼, 진짜 팬이 아니라면 홈구장이 아닌 어웨이 경기장까지 가기 어렵고, 이에 따라 원정석 수도 적다.
반면 LCK의 경우 홈 앤 어웨이 구분은 명목상으로 존재(진영선택권 유무)하지만, 모든 경기가 서울 롤파크에서 이뤄져 이번 경기 역시 수익성과 축하 목적의 이벤트에 가깝다. 즉 9 대 1 비율을 선정한 이유는 T1 측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해당 비율은 멤버십 이용자 전용 선예매로, 예매 현황에 따라 KT 팬들에게 많은 표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런 이유를 차치하고 일반적인 스포츠에서 홈 어웨이 비율을 따진다면, 9 대 1이라는 비율은 딱히 비정상적이진 않다. K 리그의 경우 전체 좌석의 약 5%가 원정석이며, 프로농구의 경우 규정상 25%, 국내 프로 야구의 경우 원칙적으로 원정석 제도는 없다. 영국 축구 프로리그 EPL의 경우 전체 수용 인원의 약 5~15% 사이로 원정석을 제공하며, 비율은 구단마다 상이하다.
예를 들어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전체 수용 인원은 약 7만 5,000 명,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6만 2,000명이며, 둘 모두 3,000에서 4,000개의 어웨이 티켓이 나온다. 두 경기장 모두 원정석은 사실상 10% 미만인 셈이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홈 앤 어웨이 정규전 방식이 처음부터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쳐 장기적인 리그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라이엇 코리아 담당자는 “다른 팀도 이와 같은 행사를 요청한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스포츠 발전과 수익성을 위해서라도, 향후 다른 팀들도 비슷한 방식의 정규 리그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이 중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