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예고한 문명 7, 차근차근 배워볼 수 있다
2024.08.24 18:2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내년 2월 12일에 출시되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 7(이하 문명 7)은 파격적인 변화로 기존 팬들이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문명 시리즈 사상 최초로 문명과 지도자가 분리되며, 새 시대로 넘어갈 때마다 갖춘 조건에 따라 시작과 다른 문명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작진은 이러한 요소가 유저들의 전략과 제국 건설에 선택폭을 대폭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시스템 근간이 크게 달라지기에 시리즈를 쭉 즐겨온 팬들도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적응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팬들은 물론 이번에 완전히 새로 입문하는 초심자도 단계를 거쳐가며 플레이 방법을 베울 수 있는 튜토리얼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번 타이틀에 대해 기존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유저도 여러 전략을 탐색하도록 돕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스컴 2024 현장에서 주어진 시연 시간은 2~30분 정도였기에 새 시대로 넘어갈 때 다른 문명을 골라서 어떻게 새롭게 전개할 수 있느냐까지는 체험을 통해 경험해볼 수는 없었다. 본작이 '한 턴 만 더'를 반복하며 밤을 꼴딱 지새우게 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잘 알려저 있기에 30분 만으로는 첫인상을 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번 시연에서는 튜토리얼 진행이 얼마나 부드러운지와 초반 전개와 달라진 그래픽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터를 잡는 것부터 발전 과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우선 게임을 시작하면 지도자를 고르는 것부터 출발한다. 이후에는 음성 안내를 곁들인 튜토리얼을 따라 문명을 시작할 터를 잡는 것부터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법, 특정 기술을 개발하여 트리를 열어가며 어떠한 방식으로 다음 문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까지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특히 개별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시키며 매 순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토대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고대를 플레이한 이후에는 패턴에 익숙해지며 다음에 이어지는 대항해시대부터는 좀 더 주체적으로 플레이를 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앞서 설명대로 시대마다 다른 문명을 선택하고, 이때 기존 문명에서 얻은 유산을 토대로 차기에 선택지를 넓혀가는 부분이 말로만 들으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익힐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문명을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에게도 초기부터 이해도를 넓혀줄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문명 7 주요 특징에 대해 소개하는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에서 데니스 셔크(Dennis Shirk) 총괄 프로듀서는 문명 5나 6로 입문한 유저들이 게임 내에 전쟁, 문화, 기술 등 여러 승리가 있음에도 '전쟁'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했다고 회상했다. 이 측면에서 초반부터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을 인지시킨다면 좀 더 빠르게 이해도를 높여 플레이에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그래픽 및 초반 플레이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기자는 이번에 이집트 파라오인 하트셉수트를 선택했고, 강 옆에 터를 마련해 지도를 넓혀가며 인접한 세력과 맞대결하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터를 잡으면 새로운 지역을 물색할 정찰병을 파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일단 식량을 확보할 재배지를 설정한 후 정찰자를 출격시킬 수 있다.
우선 시각적으로 달라진 측면은 별도 설정을 하지 않아도 건설한 시설과 발전에 따라 도시 외관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재배지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과일나무만 덩그러니 있지만, 어느 정도 식량이 비축되면 옆에 이를 보관하는 창고가 나무 옆에 건설된다.
여기에 일꾼 유닛이 사라졌고 도시가 일정 이상 성장할 때마다 주변에 있는 타일을 골라 건물을 건설할 수 있다. 타일 하나에는 시설과 함께 목적에 걸맞는 작은 부속건물이 따라붙는다. 이를 토대로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주요 시설을 꾸며주는 건물이 자연스럽게 배치되며 각종 시설이 부자연스럽게 각각 배치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를 멋지게 구축해낼 수 있다.
외교 역시 영향력이라는 일종의 포인트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달라진다. 인접한 문명을 발견하거나 접했을 때 선택에 따라 무역, 국경개방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일수록 영향력이 더 많이 소진된다. 초기부터 정찰병을 활용해 맵을 넓히며 다른 문명을 발견할 수 있고, 만약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캐릭터 측면에서도 그래픽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문명 7은 전작의 코믹한 스타일과 이전 시리즈의 실사 느낌을 적절히 결합한 아트를 갖췄다 이를 토대로 문명 6보다는 각 지도자나 유닛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이전 시리즈보다는 유화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현대의 그래픽 발전을 반영하여 각 유닛의 방어구, 장식품, 무기 등도 세밀하게 구현되어 보는 맛을 더했다.
실험적인 문명 발전, 과연 통할 것인가?
다만 앞서 밝혔듯이 시연 시간이 제한된 관계로 문명 7의 주요 신규 요소는 체험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된 내용을 정리하자면 문명 7에서는 지도자와 문명이 완벽히 분리된다. 여기에 고대, 대항해시대, 현대로 이어지는 다음 시대로 넘어갈 때 기존 문명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다른 문명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집트의 파라오였으나 종착지는 이집트가 아닌 다른 문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선택지를 넓혀가는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플레이다. 우선 시대에서 고를 수 있는 모든 문명은 고유한 보너스, 유닛, 건물을 지니고 있다. 이를 활용해 과학, 경제, 문화, 군사까지 4개로 구분되는 레거시 패스(Legacy Paths)를 전개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 문명을 고를 때 어떠한 방향으로 지도자와 문명을 발전시켰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문명이 제시된다.
본래 문명 시리즈는 실제 역사에 기반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문명 하나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도자 역시 문명에 연결됐다. 문명 7에서는 이러한 근간을 완전히 뒤집어엎는다. 그 의도에 대해 데니스 셔크 총괄 프로듀서는 고대 로마를 예로 들었다. 유럽 전역을 지배했던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각 국가가 기존에 쌓은 유산을 토대로 별개의 문명을 구축했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에 착안하여 문명 7에서도 이전 시대에 쌓아온 유산과 기반을 토대로 다음 문명을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확장하며, 플레이 측면에서 선택지를 대폭 넓혀 전략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구현하고 싶다는 것이 제작진의 뜻이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역사 시뮬레이션 장르 대명사로 떠오른 ‘문명’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