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게임 때문에 이미지 왜곡된 동물 TOP 5
2024.10.10 16:37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실제로 접하기란 은근히 쉽지 않다. 개나 고양이로 대표되는 애완동물, 일부 곤충이나 해충, 유해조수, 가축이나 활어 등을 제외하면 동물원에나 가야 그들의 제한적인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볼 수 있는 정도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의 이미지는 TV나 영화, 게임 등 미디어를 통해 배운 지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게임의 경우 주인공이나 NPC, 적 등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즐길 수 있기에 더욱 생생한 경험이 가능하다.
다만, 그렇게 구현된 게임 속 동물 모습들은 실제와 꽤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게임 내에서는 파괴자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얌전한 경우라던가, 그 반대도 있다. 그래서 해당 동물의 특성을 게임으로 주로 접한 경우, 실제 모습과 상당한 괴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게임 속 모습 때문에 실제 이미지가 많이 왜곡된 동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곰, 기관총이라도 없다면 절대 열 살에 잡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마비노기 유저들에게 곰이란 샌드백 그 자체다. 오죽하면 '맨손으로 곰을 잡은', '10살에 곰을 잡은', '한 방에 곰을 잡은' 같은 타이틀이 국민 칭호처럼 불릴 정도다. 참고로 11살에 곰을 잡으면 '10살에 곰을 잡을 뻔 한'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러니까 마비노기 세계에서 10살은 곰을 잡느냐 못 잡느냐를 가르는 시기이며, 곰은 성인식 합격 목걸이 같은 존재다.
참고로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곰 중 샌드백 취급 당하는 곰은 갈색곰. 다른 말로는 불곰이다. 말레이곰이나 반달곰 같은 작은 개체도 아니고 생태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현실에서 '사람을 찢는'다고 알려진 그 불곰 말이다. 동면을 앞둔 야생 수컷 불곰은 체중이 700kg까지도 오른다고 하는데, 인간이 불곰을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판타지 세계라지만 총기도 없이 10살에 곰과 맞선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 현실에서는 10살이 아니라 20살 30살이 돼도 절대 곰에게 덤비면 안 된다.
TOP 4. 염소&사슴, 시뮬레이터처럼 미친 동물 아닙니다
최근 몇몇 게임 때문에 엽기적 뉘앙스가 굳어져버린 동물들이 있다. 염소 시뮬레이터의 염소, 사아아아아아슴 시뮬레이터의 사슴이다. 이 게임들에서 염소와 사슴은 그야말로 찐 광기를 똘똘 뭉쳐 숨을 불어넣은 악마적 존재다. 위 게임들의 흥행으로 사슴 술래잡기, 염소 탈출게임 등 수많은 파생작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염소와 사슴에게 이상한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이전부터 쌓여 온 편견도 한 몫 했다. 염소를 악마의 상징으로 본다거나, 국내 한정 사슴 친척인 고라니에 대한 부정적 시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실제 염소와 사슴은 딱히 문제적인 동물이 아니다. 염소는 대표적인 가축 중 하나로, 고집이 세고 종에 따라 박치기 등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온순한 편이다. 거리를 망치고 사람들을 해치는 등의 기행은 저지르지 않는다. 사슴의 경우도 북미의 엘크나 무스 같은 거대종을 제외하면 온순한 성격에 인간을 두려워하는 전형적 초식동물의 모습으로, 밤이 되면 사냥꾼을 역으로 사냥하는 일은 없다. 혹시 그런 개체들을 목격한 경우 즉시 괴이관리센터에 제보해 주길 바란다.
TOP 3. 닭, 실제 장닭과 마주친 공포를 느껴본 적 있는가?
왠지 모르게, 서양권 게임에서 닭은 높은 확률로 동네 북이다. 닭을 뜻하는 단어 'chicken'이 겁쟁이라는 뜻을 담은 속어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스트레스 해소용 샌드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중세 기반 RPG 페이블 시리즈에서는 걷어차기, 던지기 등 닭을 괴롭히는 수많은 방법이 구현돼 있으며, 중세 공성전 게임 시벌리 2에서는 살아있는 닭에 불을 붙여 근접 화염무기로 쓰는 등 전반적으로 취급이 좋지 않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도 닭은 단순 가축, 혹은 비선공 초보 몬스터 정도로 약한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완전히 자란 성체 수탉을 눈 앞에서 목격한 이라면 닭이 약하다는 것에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덩치는 웬만한 개 만하고, 푸드덕대며 나무 위까지 날아가기도 하고, 발톱과 부리는 매우 날카롭다. 게다가 무리를 통솔하고 있는 장닭, 혹은 투계쯤 되면 공격성도 어마어마해 우리에 침입한 오소리나 족제비, 고양이 등을 역으로 공격하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잘 거는 사람을 통칭해 '싸움닭'이라고 까지 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닭이 한없이 약한 생명체라는 것은 편견이다.
TOP 2. 피라냐, 웅덩이에 빠지면 피라냐들이 놀랍니다
아마존 등 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육식성 민물고기 피라냐. 날카로운 이빨과 공격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피라냐가 서식하는 곳에 잘못 빠졌다가는 뼈도 남기지 못한 채 죽는다고도 한다. 이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도 있을 정도다. 게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디아블로 3의 부두술사는 피라냐가 가득한 웅덩이를 소환해 적에게 피해를 주고, 쉐도우 오브 툼 레이더에서는 피라냐에게 물려 죽는 라라 크로프트를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죽음의 물고기 그 자체다.
그러나, 실제 피라냐는 그렇게까지 사나운 물고기가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피라냐의 공격성은 많이 과장된 것으로, 실제로는 고깃덩어리를 던져 줘도 겁을 먹고 피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살아 있는 온혈동물은 더더욱 건드리지 않고 피한다고. 물론 이빨이 날카롭고 치악력이 강해 실수로라도 물리면 큰 부상을 입게 되지만, 그건 복어나 타이거피쉬 등도 마찬가지다. 위험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피라냐 웅덩이로 대표되는 무시무시한 생선은 절대 아니라는 것. 실제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이런 편견에 대한 반론이 나오니, 궁금한 분들은 한 번 들어보시기를.
TOP 1. 개복치, 쉽게 죽는 물고기 아닙니다
'초예민해서 사소한 불편만으로도 죽는 동물' 이미지를 얻은 개복치. 개복치의 다양한 사망 사례는 인터넷을 통해 퍼졌는데, 물에서 점프했다가 착지하는 충격으로 죽는다던가, 일광욕하다 잠들어서 죽는다던가, 자신보다 큰 고래를 보고 놀라서 쇼크사한다던가, 아침해가 너무 밝아서 죽는다던가, 돌이나 바다거북 등에 충돌하기 직전에 너무 놀라서 호흡하는 법을 잊어먹고 죽는다던가 하는 식의 내용이었다. 이는 모바일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실제로 구현됐으며, 해당 게임이 히트하며 개복치는 쉽게 죽는 동물의 대명사로 널리 자리잡았다.
그러나 개복치는 절대 약한 동물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수족관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쉽게 죽지만, 이는 대해를 자유롭게 오가는 대형 어류 대부분이 가진 공통점이다. 오히려 거대한 덩치와 두꺼운 피부 등으로 백상아리나 범고래 같은 최상위 포식자 일부를 제외하면 천적이 없는 수준이다. 당연히 위에 언급된 이유 때문에 죽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개복치와 부딪힌 사람이나 물고기들이 생사를 걱정해야 할 지경. '개복치급 생존력'이라는 말은 슬슬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