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논의된 52시간 유연화, 김창한 대표 입장은?
2024.10.25 17:32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2022년에 52시간 근무제 유연화를 추진했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경직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내용은 25일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나왔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크래트폰 김창한 대표를 상대로 "게임업계에서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그중 중국 성장세가 강한 편이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경영난으로 정리해고에 들어간 상황이다"라며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같은 제도가 경영에 어려움을 미치지 않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창한 대표는 "크래프톤도 이 상황에 대하여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크리에이티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근무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법 제도 하에서 자율적인 근무 환경을 통해서 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후 우재준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부기관 증인(차관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 준비하며 추가 근무, 야근, 주말근무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후 우재준 의원은 "10월 10일 국정감사가 새벽 2시에 끝났다.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도 못 지키고, 고용노동부도 못 지키는데,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지키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유연한 근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52시간 근무제가 근로자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가도 짚어봐야 하며, 제도가 시행된 2018년 이후 근로시간 감소로 소득이 줄며 투잡이 늘어났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우 의원은 "공짜야근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짜야근은 없어져야 한다. 과로사를 일으키는 분위기도 없어져야 한다. 몸이 힘들거나 힘들면 근무를 그만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블루칼라가 아니라 화이트칼라의 경우 좀 더 열심히 일해도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우재준 의원은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업종은 더 열심히 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사람은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 많다"라며 "저도 당장 52시간 일하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해서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아마 크래프톤도 그렇고, 많은 젊은이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우재준 의원은 업종별로 구분하여 기업에서 근로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창한 대표는 "저희 업의 특성상 창의성이 요구되고, 자율적인 근무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제도를 구성원의 만족과 회사 경쟁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에 고용노동부는 52시간 근무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노동시간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김민석 차관은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더 쉬자고 했는데 최대 69시간으로 되어 정부가 일을 더 시키고 돈도 안 주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그 다음에 여론조사도 했는데 그 결과는 의원님이 말씀하신대로 지역/업종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라며 "우리가 추진하는 근로시간의 큰 방향은 유연성을 강화하면서 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건강권을 보호하자가 원칙이기에 수면 위로 올려놓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2월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게임업계 종사자 중 50.5%가 52시간 근무제 유연화에 부정적이라 밝혔다. 부정적이라 밝힌 이유는 '총 근무시간이 늘어날 것 같아서', '연속 근무로 인해 과로할 것 같아서'다. 아울러 유연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보상', '포괄임금제 폐지',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들었다. 포괄임금제 도입률은 2020년 82%에서 작년에 67.3%로 낮아졌으나, 과반수 이상이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게임업계에는 장기간 철야 근무인 '크런치 모드'의 그림자가 남아 있기에, 근로시간 유연화에 종사자 다수가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유연화를 추진한다면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할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