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흥 게임시장 1위 인도, 반한·규제 복병 유의해야
2026.03.12 11:44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얼마 전 유니티가 2026년 게임 개발 보고서를 통해 가장 각광받는 신흥 게임 시장으로 인도를 뽑았다. 유니티 사용자들의 설문조사와 개발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이기에, 게임업계에서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도 게임시장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저사양의 불모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인도 내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이 22%를 돌파하며 전 세계 평균에 근접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즉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고성능 게임을 무기로 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마침내 기회의 장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최신형 아이폰과 갤럭시를 든 14억 인구가 국산 대작 게임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과거 중국만큼이나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듯한 대외적 이미지와는 달리, 그 이면에는 자칫 치명적일수도 있는 지뢰들이 숨어 있다. 최근 대두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인도 중앙정부와 주정부에서 틈만 나면 벌어지는 게임과 인터넷 제재 조치, 그리고 일부 인도인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반감이다.
정부 조치에 있어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가 위치한 카르나타카주의 행보다. 최근 카르나타카 주정부는 16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 금지를 추진하고 나섰다. 그 근거로 '모바일 중독'과 '온라인 게임'의 폐해를 SNS 부작용과 동일 선상에서 언급하고 있다. 인도 진출이나 인도 사업 확대를 노리는 국내 게임사에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비록 2026년 현재 규제 타깃은 SNS 플랫폼이지만, 그 화살이 언제든 게임으로 옮겨져 셧다운제나 연령 제한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월 인도 정부가 SNS 기업들에 부과한 '불법 콘텐츠 3시간 내 삭제' 의무화 역시 게임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태풍 전조증상 중 하나다. 인도 정부는 SNS 플랫폼과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신고 접수 후 3시간 내에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기존에는 신고 접수 후 최대 36시간 이내였는데, 기한이 대폭 단축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게임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 게임은 단순한 플레이 도구를 넘어 유저 간의 실시간 소통과 유저 생성 콘텐츠가 핵심인 거대 소셜 플랫폼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국민 게임이 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인디아' 같은 경우 게임 외적인 측면에서도 SNS와 같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간 제한이 게임 내 채팅이나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순식간에 규제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우려점은 K-콘텐츠 열풍 속 불어오는 반한 정서라는 감정의 골이다. 최근 인도 내에서는 K-POP과 K-드라마 등이 널리 퍼지며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가부장적 가치관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보수적인 남성 및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반한 정서가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자국 여성들이 한국 문화를 선망하면서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며, 이를 문화적 침투나 정체성 훼손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 바로 지난 2월, K-콘텐츠에 빠진 인도의 세 자매가 이를 반대하는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SNS 계정을 삭제당하자 낙심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다. 문화적 갈등을 넘어 사망에까지 이른 이 사건은 인도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억압된 가부장적 문화와 재정적 문제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지만, 일각에서는 K-콘텐츠가 원인이라는 1차원적인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도 유명 인플루언서 사친 아와스티(Sachin Awasthi)가 제주도 여행을 왔다가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고 38시간 동안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도는 무사증 입국자에 대해 취업이나 영리 활동을 불허하고 있는데, 이번 입국 거부가 이러한 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있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도 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인도인에 대한 부당한 억류이며 인종차별이라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여행을 망쳤다"는 영상을 업로드했고, 이는 인도 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직 이러한 반한 정서가 대다수 인도인에게 퍼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SNS 특성 상 하나의 주제가 빠르게 확산되어 전국민적인 반감으로 직결되는 사례가 여럿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인도인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라, 자국 국민이 타국 공항에서 겪은 모욕적 대우는 곧 해당 국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직결되기 쉽다. 이러한 감정이 한국 게임에도 적용된다면, 애써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공들여 쌓은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에 있어 인도라는 국가는 단순한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고도의 문화적 이해와 대관 업무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어야 하는 복잡한 시장이다. 국민 소득 증가와 프리미엄 기기 보급은 분명 호재지만, SNS 민심을 시작으로 급속도로 진행되는 정부와 지자체, 종교 발 규제, K-콘텐츠 열풍 이면에서 불어오는 정서적 갈등은 자칫 시한폭탄처럼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인도에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사들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 스탠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도인들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SNS발 동향을 파악하고, 가혹한 법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인도는 자칫 중국이나 중동 등지보다도 더욱 힘든 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