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비정상적으로 가벼운 포켓몬 TOP 5
2026.06.11 17:12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간이란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수치를 맞닥뜨리면 정상적인 추정을 하기 어려워한다. 수박 무게가 몇kg쯤 되는가 물으면 대부분 몇kg 내의 근사치를 맞추지만, 해수면 위 제주도의 무게를 추산하라고 한다면 오차율을 10,000%까지 퍼주어도 못 맞추는 경우가 태반이다. 평소 접해볼 일도 없고 가늠조차 안 되는 영역의 값을 직감으로만 낸다면, 실제와는 까마득히 먼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포켓몬스터 시리즈 역시 도감을 채우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상상력이 한계를 맞이한 흔적이 도처에 널려 있다. 창작의 자유라며 대충 넘어가기엔 이미 현실 기반으로 상식적인 수치를 가진 포켓몬이 너무 많아 일부 녀석들의 스펙이 유독 튄다. 특히 몸무게가 그렇다. 제작자는 나름대로 '이 정도면 충분히 거대하고 무겁겠지'라며 숫자를 적었겠지만, 막상 그 거대한 덩치와 재질을 고려해 보면 속이 텅텅 빈 깡통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이 존재한다. 오늘은 얼핏 보면 충분히 무거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깃털처럼 가벼운 포켓몬들을 모아보았다.
TOP 5. 무한다이노
거대포켓몬이라는 분류에 걸맞게 역대 포켓몬 중 가장 거대한 신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기본 상태에서도 몸길이가 무려 20m로, 그전까지 포켓몬 최대 신장을 자랑했던 고래왕(14.5m)을 아득히 추월한다. 심지어 강화 형태인 무한다이맥스 상태가 되면 몸길이가 100m라는 정신 나간 스펙을 보여준다. 하지만 생선가시를 연상케 하는 텅 빈 외형 때문인지, 20m나 되는 덩치에 비해 몸무게는 고작 950kg에 불과하다.
뼈만 남은 골격이라 가볍다고 이해하기엔, 현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비현실적이다. 가장 비슷한 생김새의 파충류 골격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20m짜리 도마뱀이면 뼈 무게만 4톤에 달하며, 날개까지 더하면 5톤이 훌쩍 넘어간다. 익룡처럼 비행을 위해 뼈 내부에 공기 주머니를 채운 초경량 구조라고 우겨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전설의 포켓몬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내구력이 스티로폼 수준이 되는 슬픈 결론에 도달한다.
TOP 4. 코일
1세대부터 개근한 유서 깊은 자석 포켓몬 코일은 진화 메커니즘이 매우 직관적이다. 코일 세 마리가 서로 강력하게 이끌려 합체하면 레어코일이 된다. 외형이나 크기 모두 단순히 코일 3개를 붙여놓은 형태인데, 미스터리는 도감에 적힌 무게다. 코일 세 마리가 합체한 레어코일의 무게는 60kg. 단순 계산하면 코일 한 마리의 무게는 당연히 20kg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코일의 단독 무게를 보면 고작 6kg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코일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한 마리당 정체불명의 14kg가 어디선가 달라붙은 걸까? 아니면 레어코일을 코일로 분리하면 어디선가 14kg가 날아가는 걸까? 대충 문과적 감성으로 추론해 보면, 코일이 레어코일이 되면서 자기장이 강해질 테니까 찌리리 뭐시기 효과로 인해 중력에 이러쿵저러쿵 작용이 가해지고 무게가 변했다고 둘러댈 수는 있다. 하지만 도감을 작성할 때 공중에 떠 있는 코일이나 레어코일을 그대로 측정하진 않았을 테고, 기절해 있거나 자고 있어 자기력 발산을 멈춘 놈을 잡아다 저울에 올렸을 텐데 대체 어떤 원리로 저 무게가 나왔는지는 미스터리다. 코일 찌리리 이론으로 빈틈을 메우도록 하자.
TOP 3. 알로라 나시
나시는 진화 전 아라리 시절엔 알이었다가, 진화하면 뜬금없이 야자나무가 되는 불가사의한 포켓몬이다. 특히 알로라 리전 폼의 나시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 진짜 야자나무 그 자체가 되었다. 높이가 무려 10.9m에 달하며, 다리와 몸통을 제외하고 길게 뻗은 목 길이만 추산해도 대략 9m에 이른다. 줄기만 해도 사람 몇 명은 거뜬히 매달릴 비주얼인데, 도감상 몸무게는 고작 415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현실의 야자수 중 가장 가느다랗고 가벼운 품종을 기준으로 잡아도 9m짜리 줄기는 약 1.7톤의 무게가 나간다. 반면 나시 알로라 폼에서 몸통과 머리를 제외(일반 나시 무게)한 목 줄기 무게는 고작 295kg이다. 저만한 나무가 300kg도 안 나간다는 건, 줄기 속을 도넛 형태로 아주 크게 파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혹시 나무가 아니고 동물일 수도 있으니 기린의 목무게 비율을 대입해 봐도, 기린 목을 9m로 늘리면 벌써 목 무게만 900kg에 달한다. 이쯤 되면 알로라 나시는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죽부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바이다.
TOP 2. 강철톤
롱스톤의 진화형인 강철톤은 이름부터가 무시무시한 고압축 강철 뱀 포켓몬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게 단련되었다는 묘사가 있는 만큼, 온몸이 묵직한 강철 덩어리여야 마땅하다. 스펙상 길이는 9.2m이며 체중은 400kg이다. 일반 성인 남성의 몇 배나 되니 언뜻 무거워 보이지만, 일러스트를 토대로 머리 지름(약 2m)을 계산해 보면 일반 강철 밀도로만 쳐도 머리 무게만 16톤이 나와야 정상이다.
머리 무게를 어떻게든 300kg쯤에 맞추려면, 내부를 완전히 텅 비우고 껍데기 두께를 겨우 6mm로 맞춰야만 비로소 300kg가 나온다. 몸통은 표면적이 더 넓으므로, 강철 100kg로 몸통을 만들려면 거의 1~2mm의 얇은 금속판이 된다. 이 계산대로라면 강철톤은 물에 넣었을 때 가라앉기는커녕 부피의 20%도 잠기지 않은 채 배나 뗏목보다 훨씬 물 위로 잘 뜨는 '강철통통배톤'이 된다. 아니, 1mm면 약간 두꺼운 캔 수준인가?
TOP 1. 고래왕
현실의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이다. 물 밖으로 나오면 스스로의 중량을 버티지 못해 숨을 쉬지 못하고 압사할 정도다. 3세대에서 등장한 고래왕은 대놓고 고래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위에서 소개한 무한다이노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대 크기의 타이틀을 지키고 있었다. 고래왕의 신장은 무려 14.5m로, 현실로 따지면 귀신고래급이다. 그런데 도감에 적힌 체중을 보면 고작 398kg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가 박혀 있다.
비슷한 크기인 현실의 귀신고래의 무게가 약 33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래왕은 현실 고래 무게의 겨우 0.4% 수준이다. 심지어 귀신고래는 길쭉한 유선형이지만 고래왕은 비행선처럼 뚱뚱해서 이를 감안하면 무게가 100톤이 넘어야 정상이다. 아니, 당장에 2m 조금 넘는 홀스타인 젖소 수컷 성체가 900kg~1톤 정도 나가는데, 14.5m짜리 고래가 그의 절반도 안 된다는 소리다. 이 정도면 신체 밀도가 물은 커녕 공기와 비교해야 할 정도로 낮은 것인데, 잠수는 커녕 바람만 살짝 불어도 풍선처럼 하늘로 떠다닐 수준이다. 3000m 깊이까지 잠수하려면 어마어마한 부력을 누르는 슈퍼파워가 필요한 상황. 혹시 고래왕은 물 속이 아니라 대기권에 서식하는 하늘고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