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맨 레전드 리톨드, 리듬 넘어 슈팅 장르도 삼켰다
2026.09.23 01:00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여러 발판이 놓인 스테이지를 돌파하며 목적지로 향해가는 직관적인 재미를 앞세운 플랫포머 장르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다. 이 분야 터줏대감인 슈퍼마리오부터, 극한의 속도를 추구하는 소닉, 2D 소울라이크라 불릴 정도로 악의적인 난이도를 앞세운 할로우 나이트 등이 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은 시리즈가 유비소프트 대표 시리즈 ‘레이맨’이다. 온몸을 내던지며 질주하는 스피드와 함께 리듬 게임을 즐기는 듯한 감각이 남달랐다. 2013년에 발매된 레이맨 레전드는 개구리 마법사 ‘머피’와 합을 이뤄 스테이지에 배치된 각종 장치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재미를 전했다.
13년 후 등장한 리메이크 타이틀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는 더 확장된 게임성을 추구한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프리뷰 이벤트를 통해 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 체험해본 부분은 멕시코 느낌이 가득한 ‘미스틱 메사 렐름(Mystic Mesa Realm)’, 수중기지를 연상시키는 ‘디 아이언 셸 렐름(The Iron Shell Realm), 이번에 추가된 신규 렐름 '랜드 오브 더 리비드 데드(Land of the Livid Dead)' 등이며, 플레이 타임은 약 2시간이다.
드래곤을 타고 다니며 불을 쏜다
레이맨 레전드는 사악한 다크 틴시로부터 다시 한번 세계를 구하기 위해 나선 레이맨 일행의 여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세계 곳곳에 갇힌 틴시들을 구해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는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에도 이어진다.
이번에 활용된 엔진은 더 디비전, 스타워즈 아웃로에도 사용됐던 유비소프트의 스노우드롭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아진 부분은 눈에 띄게 발전된 그래픽에 그치지 않는다. 레이맨은 횡스크롤 플랫포머 대표 주자지만,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에서는 좀 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카메라 시점을 만나볼 수 있다. 세로로 나아가는 종스크롤,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 캐릭터 등 뒤에서 바라보는 백뷰 시점까지 상당히 다양해졌다.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플레이가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줄을 잡고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며 럼(일종의 점수)을 획득하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원작에서도 특유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으나,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에서는 백뷰를 중심으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형태로 전환된다. 스테이지 높낮이와 깊이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며 속도감마저 높아진 듯한 감각을 전달한다. 시점이 어지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진행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달라지기에 어색하지 않다.
스테이지를 새로운 시점과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부분은 원작에 없던 콘텐츠까지 추가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대표적인 것이 클라이막스 파트 중 하나인 드래곤 라이딩이다. 원작에도 거대한 드래곤을 쓰러뜨리는 구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구해낸 틴시 일행을 드래곤에 태우고 고속으로 날며 탈출하는 스테이지가 추가됐다.
엔진 교체를 통한 새로운 연출과 카메라 시점이 드래곤 라이딩에서 빛을 발한다. 기본적으로 백뷰에서 시작하며 드래곤하면 빼놓을 수 없는 뜨거운 불덩이를 발사해 적과 장애물을 박살 내며 전진한다. 공격 버튼을 길게 누르면 불덩이를 모아 강하게 쏘는 차지 공격도 가능하며, 좌 혹은 우로 굴러 ‘럼’을 먹는 구간을 넣어 좀 더 역동적인 비행 플레이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포머를 넘어 슈팅 게임을 즐기는 듯한 새로운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탑뷰로 바뀌며 종스크롤 슈팅 게임처럼 변모한다. 레이맨 레전드는 박자감이 중요한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를 전면에 앞세워 리듬 게임처럼 전개하는 뮤직 스테이지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슈팅이라는 새로운 파트가 열린 셈이다.
머피와 함께 퍼즐을 풀며 스테이지 곳곳을 파헤쳐 보자
앞서 설명한 부분에 원작 고유의 장점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는 기본적으로 점프와 활공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발판을 넘나들며 난공불락의 스테이지를 공략해가는 플랫포머로서의 재미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개구리 마법사 ‘머피’와 힘을 합쳐 각종 장치를 풀어 미지의 세계를 조금씩 개방해나가는 듯한 감각을 맛볼 수 있다.
이번 프리뷰 행사에서 체험해볼 수 있었던 미스틱 메사 렐름은 멕시코를 테마로 앞세우고 있다. 흥겨운 마카레나를 즐겨볼 수 있는 뮤직 스테이지, 멕시코 느낌이 나는 각종 음식을 테마로 한 기믹, 삼바춤을 추는 해골 등이 포인트다. 여기에서 레이맨은 몸 크기가 작아지기도 하며, 오리로 변하는 마법에 걸려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몸이 작아지면 원래라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통로에 진입할 수 있지만 추진력이 약해진다. 이 대목에서 레이맨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는 주역이 ‘머피’다. 레이맨이 뚫지 못하는 케이크를 순식간에 먹어치우며 막힌 길을 열어준다. 머피를 불러 경로를 확보하고, 레이맨으로 전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목적지로 나아간다.
다만 레이맨이 밟아야 할 구간마저 먹어버리면 다시 케이크가 돋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감옥에 갇힌 상태로 레이맨을 기다리는 틴시를 받친 부분을 실수로 먹어 불쌍한 틴시가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잘 활용하면 적들의 발판을 순식간에 없애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으나, 찰나의 방심으로 소중한 틴시와 럼을 잃어버릴 우려도 있다. 무작정 빠르게 가는 것보다 어디를 먹어야 좋은 경로를 확보해나갈 수 있는가를 계속 고민하며 전개해야 한다.
케이크 구간 외에도 머피는 멀리 있는 긴 줄을 끊어 레이맨에게 잡고 전진할 수 있는 밧줄을 확보해주거나, 뜨거운 용암을 뛰어넘을 발판을 떨어뜨려주기도 한다. 머리로는 머피로 다음 경로 개방을 생각하고, 손으로는 정확한 타이밍에 레이맨을 컨트롤하는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도 클리어 타임보다는 숨은 요소를 많이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퍼즐을 풀듯 차분하게 고민해도 좋다.
이러한 면모는 수상한 수중기지를 돌파하는 과정을 그린 ‘디 아이언 셸 렐름’에도 이어지며, 머피의 역할도 달라진다. 우선 곳곳에 있는 버튼을 눌러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스테이지 곳곳에는 레이맨을 발견하면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하는 무인감지기가 배치되어 있는데, 머피를 통해 장치가 감시하는 구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좌에서 우로 이동해야 한다면 머피를 불러 감지기가 오른쪽을 바라보도록 조정한 후 레이맨을 감시지대가 없는 구간으로 전진시킨다. 이후 레이저를 막아줄 발판 밑에 들어가는 식으로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감지기의 시선을 다시 왼쪽으로 돌려 오른쪽에 빈틈을 만든다. 이후 레이맨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감지기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머피와의 호흡으로 장치를 풀어가는 기존 흐름에, 들키지 않고 조용히 침투하는 잠입 액션의 묘미가 섞인 셈이다.
새로운 악당과 함께 더 진지해진 스토리가 펼쳐진다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는 원작보다 스토리텔링을 강화했고, 좀 더 명확하고 정돈된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기 다르면서도 완성된 스토리를 지닌 여러 렐름이 등장하며 초반부에 보스나 주목해야 할 인물이 등장해 플레이어가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각 보스전은 새로운 악당과 맞서는 레이맨의 여정을 완성하는 중요한 대목 역할을 맡는다.
모든 지역은 거대한 허브 '트리 오브 트랭퀼리티(Tree of Tranquility)'를 통해 연결된다.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아래로 내리면 렐름 내에서 원하는 스테이지로 바로 이동하거나, 월드맵으로 나가 다른 렐름으로 넘어갈 수 있다. 렐름 내에서 스테이지를 묶는 구간에도 비밀이나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는 플레이 공간으로 자리하며, 지역 특성을 살린 배경과 연출로 분위기를 돋운다.
초기에 열린 모든 렐름을 공략하면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신규 렐름 '랜드 오브 더 리비드 데드(Land of the Livid Dead)'가 열린다. 최종 구역답게 기민한 점프, 활공, 기믹풀이가 이어지는 난도 높은 구간이며, 마법의 힘으로 스테이지 곳곳에 자리한 거대한 넝쿨을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앞을 막은 넝쿨을 움츠러들게 해 막힌 길을 열거나, 돌돌 말린 것을 펼쳐 발판을 얻는 식이다.
레이맨과 같은 플랫포머는 겉으로 보기에는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기민한 컨트롤과 반응 속도가 요구되어 꽤 까다롭다.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활용할 수 있는 편의 기능이 추가된다. 무적 모드라 할 수 있는 ’페어리 블레싱(Fairy Blessing)‘이다. 옵션에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공중에 뜬 상태로 모든 적을 자동으로 물리치며 스테이지를 돌파한다. 같은 구간에서 여러 번 사망할 경우 게임오버로 연결될 공격 두세 번 정도를 버틸 수 있는 ’황금 하트‘도 등장한다.
앞셔 이아기한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면 초보 유저도 수월하게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를 적응할 수 있다. 무적 모드로 모든 경로를 미리 살펴보는 것이 가능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수없이 많은 게임오버를 반복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경로를 찾아가는 시행착오 구간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처음에는 무적 모드로 전체 구성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무적 모드를 끈 대신 게임오버를 여러 번 버티는 황금 하트를 활용하며 스스로 극복하는 것을 반복한다. 두 가지를 이용해 ’플랫포머 근육‘을 점진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아울러 무적 모드는 버튼 하나로 실시간으로 켜고 끌 수 있어 필요한 구간에서만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톨드와 함께 4K 리마스터로 돌아온 레이멘 오리진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에는 레이맨 오리진이 인핸스드 에디션으로 포함된다. 리톨드의 원작인 레이맨 레전드에도 오리진 일부 구간이 보너스 콘텐츠로 포함됐는데, 이번에는 레이맨 오리진 전체가 4K 리마스터를 거쳐 리톨드에 온전히 담긴다. 프리뷰 행사에서 레이맨 오리진: 인핸스드 에디션도 살짝 맛볼 수 있었다. 15분간 2개 스테이지와 각종 아트워크를 담은 전용 공간을 둘러봤다.
리톨드가 다채로운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면, 레이맨 오리진은 직관적인 구성을 앞세웠다. 점프, 활공, 공격에 집중해 발판을 넘나들며 스테이지를 돌파해나가는 플랫포머 본연의 재미를 충실히 다뤘다. 리톨드를 즐긴 후, 오리진으로 넘어오면 플레이를 하며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압축되어 예전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임이 되레 쉬워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4K 리마스터를 그래픽이 한결 깔끔해졌고, 조작감도 개선되어 캐릭터가 패드 조종에 맞춰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플레이 체감이 개선된 점도 체감되는 난이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톨드에 추가된 편의 요소인 무적 모드를 오리진에서도 쓸 수 있다. 다만 이를 사용하더라도 좌우로 벌어졌다가 오므라드는 바위 사이를 넘어가는 것처럼 정확하고 기민한 통과가 요구되는 구간에서는 타이밍에 맞춰 레이맨을 이동시켜야 게임오버를 면할 수 있다.
한국어만 지원됐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렇게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를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새로운 엔진으로 자유로워진 카메라 시점과 강화된 연출로, 기존에 불가능했던 재미와 좀 더 깊이 있는 스토리를 전달한다.
플레이 타임은 약 12시간이지만, 모든 비밀을 파고든다면 더 길어질 수 있다. 메인 스테이지 외에도 쿵풋 모드, 일일, 주간, 월간 단위로 과제를 수행하며 각종 아이템을 모으는 수집도 건재하며, 로컬로도 진행 가능한 4인 협동 플레이까지 갖췄다. 고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고난도 모드 ’인베이디드 레벨(Invaded Level)‘도 여전하고, 입문자를 위한 편의성까지 보강했다.
레이맨 레전드 리톨드는 12월 3일 PC, PS5, Xbox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2, 유비소프트+, 지포스 나우로 출시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등 12개 언어를 지원하지만,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원작도 한국어 지원이 없었고, 언어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 특징인 강화된 스토리텔링을 국내 팬들은 온전히 느끼기 어렵게 됐다. 리메이크하는 김에 한국어 자막만이라도 제공했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