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S3 독점으로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생존을 중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지난 14일 자막 한글화돼 PS3 독점으로 국내 정식 출시됐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크래쉬 밴디쿳’과 ‘언차티드’ 시리즈 등 초창기 PS 플랫폼부터 현재까지 숱한 인기작을 만든 너티독의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차세대기 발매를 앞두고 PS3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마지막 작품이기에 발매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과연 너티독의 PS3용 마지막 액션 어드벤처 게임은 어땠는지, 직접 플레이해봤다. * 해당 리뷰에는 스토리 전개와 엔딩에 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스토리텔링’
출시 전부터 게임은 국내외에서 준비된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본 게임 역시 크게 실망스러운 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가장 호평할 부분을 꼽자면 바로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어 질서는 무너졌고, 자신만이 살고자 인간들끼리의 약육강식도 빈번하다. 밀수꾼인 주인공 조엘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바이러스의 면역력을 가진 소녀 엘리를 파이어플라이(단체)에게 운반해주는 역할을 맡으면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 공포가 핵심이 아닌, 사람과 사람 간의 인과응보를 토대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
한마디로 요약하면,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지구를 덮은 바이러스의 악몽을 끝내줄 백신 소녀를 목적지까지 배달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신선할 것 없는 뻔한 소재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소녀와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과 이를 절묘하게 풀어내는 전개가 비슷한 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통틀어도 베스트에 꼽을 만큼 높은 몰입도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속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연’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게임의 주인공 조엘과 엘리는 여행 중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처음 운반의뢰를 받아들인 드센 성격의 테스, 차량 렌탈을 위해 찾아간 유아독존 성향의 빌, 인간 사냥꾼을 피해 도망치던 중 동행하게 된 두 형제, 의견 차이로 헤어졌다가 재회한 친동생 토미, 그뿐만 아니라 낮과 밤 구분 없이 인육을 갈구하는 감염자들과 통제라는 명문 하에 살상도 서슴지 않는 군대(군인)까지 다채롭다. 흡사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와 갈등을 현실감 있게 그려 호평받고 있는 유명 미국 드라마 속 그 ‘재미’가 게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연이 얽히면서 비롯됐다
또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게임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봐 온 주인공 노엘이 백신으로도 이 사회의 일그러짐을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 돌발 행동에 이은 반전 결말로 이어져 충격에 충격을 거듭한다. 게임 시작부터 엔딩까지 예측 불허의 이야기와 반전의 연속이기에, 게이머로 하여금 플레이가 끝나도 스토리텔링의 강렬함이 뇌리에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이 밖에 플레이 중에는 로딩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자막 한글화로 언어 장벽도 없기에 게이머가 느낄 감동은 배가된다.
무엇보다 게임에서 눈길을 끈 것은 PS3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상미다. 게임 내 모든 이벤트는 배우들의 모션 캡처 기술을 토대로 제작돼 사실적인 움직임 및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져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함이 가득하다. 특히 기존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눈동자의 흔들림이나 입술을 파르르 떠는 등의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도 정교하게 그려내 감탄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이벤트 장면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캐릭터의 얼굴 그래픽만큼은 차세대 게임의 퀄리티라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한다.
▲ 캐릭터의 얼굴 그래픽 만큼은 PS3의 한계에 도전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뛰어나다
많은 이벤트 분량과 게임 플레이 시간이 더해져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평균 클리어 시간은 15시간 이상에 육박한다. 평균 10시간 내외인 여타 액션 어드벤처 게임과 비교해도 긴 편이며, 또 외길 진행에 멀티 엔딩이 존재하는 작품이 아님에도 싱글 캠페인의 콘텐츠 볼륨이 상당하다. 여기에 추가 목표 달성이나 특정 아이템 찾기, 그리고 더 높은 난이도로의 도전까지 병행한다면 웬만한 RPG의 플레이 타임과도 맞먹을 만큼 즐길 거리가 많다.
싸우기보단 피하라,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는 ‘스릴’에 초점을 맞추다
스토리텔링 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속 재미의 핵심은 생존 방식이다. 적과 싸우기보다 피하고 도망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게임이 지향한 바다.
실제 게임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도 꽤 제한적이다. 근접 무기들은 모두 내구력이 존재해 상대를 때릴 때마다 깎이면서 결국 부서진다. 여기에 총기 사용에 필요한 탄약은 별도 구매가 불가능하고 전리품 습득으로만 확보할 수 있는데 그 양도 많지 않다. 더욱이 적들(감염자와 인간 사냥꾼)의 머릿수는 항상 아군보다 많고, 감염자들에게 한 번 물리면 즉사(게임 오버)에 이른다.
▲ 반격하지 못하고 감염자에게 물리게 되면 즉사에 이른다
▲ 인간 사냥꾼들의 각종 위협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처럼 엄연히 불리한 입장에 있어 자칫 게임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게이머의 재량에 따라 이 위기를 극복하거나 벗어났을 때의 성취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장치(시스템)를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R2 버튼을 누르면 발동하는 청각 모드가 있다.
청각 모드에서는 강제로 앉는 자세에서 느리게 이동하게 되며, 주변이 어두워져 생명체(자신 포함 적)의 움직임만 흰 선으로 뚜렷하게 표시된다. 이를 활용해 감염자와 인간 사냥꾼의 이동 경로를 미리 읽을 수 있어 적이 지나간 틈에 해당 장소를 빠져나오거나 몰래 뒤로 다가가 암살을 시도할 수도 있다. 여기에 투척할 수 있는 공병과 벽돌을 먼 곳에 던져 시선을 분산시키고 그 틈을 엿봐 탈출하는 방법까지,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다양하다.
▲ 적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측할 수 있는 청각 모드를 활용해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
또한, 적의 인공지능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적에 따라 갑자기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쉽게 행동 양식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적의 인공지능은 단순하지 않아 플레이마다 긴장감이 감돈다. 여기에 난이도 밸런스에도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 어려운 난이도일수록 게임 내 획득할 수 있는 보급품의 양이 줄어들고 아군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적의 인공지능이 향상되므로, 어려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게임이 엔딩에 이르기까지 도망만 치다 끝날 만큼 단조롭지도 않다. 이벤트에 따라 밀려드는 적에 맞서 일정 시간 동안 생존해야 하는 미션이 있고, 게이머의 컨트롤에 따라 화끈하게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내 제공하는 무기는 근접 무기 외 총기류와 활, 그리고 폭탄(투척류) 등이 있다. 도구의 종류로만 20개 정도며, 이동 간 얻을 수 있는 각종 재료를 조합하면 적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성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 불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도망만 다니는 게임도 아니다
▲ 내구력의 약점을 업그레이드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이 밖에 외길 진행이라 플레이 중 막힘을 겪을 일은 적다. 이와 같은 일을 겪더라도 파트너 엘리가 항시 가야 할 방향으로 자동 이동해 뒤만 잘 따라가도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만약 엘리가 곁에 없더라도, 일정 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시 자동으로 지금 해야 할 목표가 화면에 표시되는 등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최소화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몇몇 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속 시간의 흐름은 약 1년 정도로, 게임 내에서 사계절을 두루 겪게 된다. 그럼에도 캐릭터는 복장이 바뀌는 것 외에 내용상 환경적 요인(비나 눈)으로 우여곡절을 겪는 모습이 이벤트 외 게임 플레이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이를 좀 더 활용했었다면 더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싶다.
▲ 대부분 지상에서의 이야기를 다뤄, 수심이나 포자가 살포된 밀폐된 공간에서의 이야기는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육탄전과 총격전 같은 전투나 파트너와 협동해 난관을 헤쳐나가는 플레이 방식은 ‘언차티드’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사가 같기에 당연한 부분이겠지만, 해당 시리즈를 즐겨본 게이머에겐 새로움보다 데자뷔만 느낄 것이라는 점이 못내 아쉽다. 대신 ‘언차티드’ 시리즈가 그랬듯, 게임에서 벽돌, 쇠파이프, 각목 같은 무기를 휘두를 때의 부드러운 모션과 타격감 그리고 때릴 시 클로즈업돼 처참하게 뭉개지는 적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희열과 짜릿함이 상당하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총평, 미드를 플레이 한 기분이 든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어느덧 차세대기 PS4 발매를 앞두고 있어, 너티독에서 PS3로 선보이는 마지막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될 듯 하다. 그 동안의 개발 노하우와 ‘언차티드’를 통해 검증된 재미를 신작에 모두 쏟아 부었기에, 그 결과물인 이 게임은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생존에 특화된 플레이 방식이 조화롭게 이뤄져 대작이라 평가하기 충분했다. 스토리를 플레이 한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탄탄한 내용 전개에, 잘 만든 미드를 플레이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 너티독의 개발 노하우를 한데 모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한편의 미드를 플레이 한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