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엇 게임즈 최영우 e스포츠 실장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은 프로게이머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라도 꿈꿀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기회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의 열기에 빗대 ‘롤드컵’이라 불리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 뜨거운 관심 속에 대결이 펼쳐진다. 즉, 롤드컵 우승팀은 이 시즌의 최강팀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다.
그리고 ‘롤드컵’ 직전에 열리는 지역 리그는 글로벌 대회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즉, 이번 리그마저 놓친다면 ‘롤드컵’으로 가는 문은 열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을 통해 높은 성적을 거두며 서킷 포인트를 충분히 확보해둔 팀들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롤챔스 스프링 시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우승까지 챙긴 MVP 오존처럼 신흥팀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게임넷이 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쉽 2013 서머 시즌 본선이 오는 3일 막을 올린다. ‘롤드컵 시즌3’를 향한 국내 프로게임단들의 숨막히는 혈전이 예상되는 이번 시즌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또한 이번 시즌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게임메카는 라이엇 게임즈의 최영우 e스포츠 실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년을 결산하는 서머 시즌, 더 화끈해진 경쟁 기대하시라
▲ 스프링 시즌을 통해 강팀으로 거듭난 MVP 오존
3일 개막하는 서머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본선 진출팀이 12팀에서 16팀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본선에 오른 팀이 4개 더 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첫 토너먼트에서 상대하는 팀이 5팀에서 3팀으로 줄며 맞춤형 전략을 쓰기 편해졌지만, 도리어 우리 팀이 맞춤 전략에 당할 위험도 높아졌다.
최영우 실장은 “게임단에서 느끼기에 6팀 중 4팀을 뽑는 것과 4팀 중 2팀을 선발하는 것은 체감상 많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 봐도 8강 진출 확률이 60%에서 50%로 낮아진 셈이다. 즉, 16강으로 개편되며 서머 시즌은 기존보다 같은 조 내에 속한 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더욱 짧은 호흡을 바탕으로 리그가 진행되며 긴박한 승부를 맛볼 수 있다.
기존 강자와 새로운 팀과의 맞대결 역시 관전포인트다. 특히 이번 서머 시즌에는 지난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한 MVP 오존을 비롯해 CJ, KT, 나진, SKT 등 기존 상위권 팀들이 건재한 가운데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흥 강자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요 팀으로는 전 ‘CJ’ 소속의 장건웅이 코치를 맡고 있는 ‘MiG’와 ‘래퍼드’ 복한규를 주축으로 한 ESG, 프로팀 킬러로 떠오른 ‘전남과학대’ 팀 등이 있다.
최 실장은 “올해도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신흥 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도 신흥 강자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이 기존 팀을 많이 위협하는 구도가 될 것 같다.”라며 “또한 서머 시즌은 신흥 팀들이 서킷 포인트를 노리고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시기다. 따라서 치고 올라오는 팀들과 기존 강자간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이번 시즌에 펼쳐지리라 전망한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좀 더 재미있게 리그를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선수 빼고 다 해봤다. 팬클럽 운영자에서 게임단 관계자까지 섭렵
▲ 9000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한 스프링 시즌 결승전 현장
현재 라이엇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총괄하고 있는 최영우 실장은 사실 업계에서 두루두루 경력을 쌓았다. 1세대 프로게이머 최인규의 팬클럽 운영자부터 시작해,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국에 몸을 담았다. 그 후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위메이드 폭스의 사무국에 종사하며 현장에서 뛰었다. 즉, 선수나 감독, 코치 등 일부를 제외한 e스포츠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직종을 섭렵했다고 볼 수 있다.
최 실장은 이처럼 다양한 입장에서 e스포츠를 접한 경력이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때로는 팬의 입장에서 또 다른 때는 한국e스포츠협회나 미디어의 눈으로, 현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과 게임단의 시선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간단하게 말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눈을 벗어나 좀 더 넓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입장을 아우르는 안목을 가진 것이다.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기 전 각 게임단 감독과 온게임넷, 나이스게임TV 등 방송사 관계자들과 만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듣기 위함이다. 그는 “최근에 이슈화된 선수들의 프로마인드도 주요 화제 중 하나다. 선수들이 유명세를 타며 경기장은 물론 일반 게임에서도 프로로서 팬들이 항상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이에 대해서도 서로 선수 관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영우 실장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협회나 게임단에 있을 때도 늘 생각하고 있던 부분인데 e스포츠는 일반 스포츠에 비해 데이터에 약하다. 팬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걸어온 역사에 열광한다. 그리고 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 전적을 데이터로 남겨 이에 얽인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라며 “여기에 데이터를 기반한 스토리를 알릴 프로모션이 병행된다면 팬들의 관심 역시 높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걸음마 뗀 리그 오브 레전드, 국민 스포츠를 꿈꾸다
▲ 팬들이 e스포츠를 주도하는 원동력이다
최영우 실장이 지난 경력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최인규의 팬클럽 운영자로 활동했던 것이다. 최 실장은 “그 시절은 e스포츠 사업을 진행하며 팬의 입장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하며 꿈을 키웠던 시기다. 그래서 지금도 순수했던 그 때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e스포츠에서 팬이 가진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처음 갔는데, 당시에는 야구를 하나도 몰라서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경기를 봤다”라며 “그렇게 몇 번을 같이 다니니 저절로 프로야구에 빠져들게 되더라. 그 때 기억이 아직도 남아 지금도 프로야구 광팬으로 자리하고 있다”라며 팬들의 힘을 프로야구에 빗대 설명했다.
e스포츠에도 이처럼 기존 팬들이 새로운 팬을 데리고 오는 구조가 통한다는 것이 최 실장의 말이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등장하는 챔피언의 수도 많고 ‘라인 스왑(맡은 라인을 바꾸는 플레이)’, ‘스플릿 푸쉬(기동력이 좋은 챔피언을 특정 라인에 보내 상대의 시선을 빼앗은 후, 빠르게 복귀해 한타에서 이점을 가져가는 전술)’ 등 전문용어가 많아 게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야구로 따지면 ‘아웃’이나 ‘볼’, ‘스트라이크’의 의미를 모르고 경기를 보는 셈이다.
최영우 실장은 “따라서 중계나 방송을 통해서 좀 더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가 워낙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기에 해설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설명에 집중하면 흐름을 놓쳐 경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이 때 팬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즉,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르는 상태로 경기장에 이끌려온 친구나 지인에게 게임을 알려주며 재미를 일깨워줄 메신저로 통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 역시 중요하다. 최 실장은 “스타1의 경우 처음에는 정말로 게임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경기장을 찾았다면 그 뒤에는 좋아하는 선수 혹은 팀을 보러 온 여성팬이나 학생팬들이 주를 이루더라”라고 밝혔다. 따라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장수를 위해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해내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환경을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최영우 실장이 생각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궁극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최 실장은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고 하면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길 꿈꾸고 있다. 경기를 본 팬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화제의 경기 혹은 유명 선수 몇 명 정도는 알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길 원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 메이킹 및 기업 후원 확대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좀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그래서 보다 다양한 수단으로 경기를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려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