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 열린 손인춘 의원의 토론회의 결론은 한 마디로 압축된다. 게임중독은 입시과열, 소통단절, 여가 부족 등 사회문제에서 비롯되지만, 어찌 되었든 게임 기업은 매출 일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게임중독 예방에 두 이익단체가 달려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바로 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다. 게임중독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같지만, 그 주인공은 우리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번 토론회는 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의 주도권 경쟁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한동대학교 신성만 교수는 이전부터 ‘게임중독은 정신 의료가 아닌 심리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중독을 통합해 치료하겠다는 4대중독법의 방식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해온 바 있다.
신성만 교수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토론회 현장에서는 4대중독법을 통해 중독관리센터를 만든다고 해도 청소년이 여기에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느냐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최용성 회장의 반응이다. 최 회장은 신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좌장이지만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의사로서의 입장을 피력했다.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주 이상의 병원치료가 필요하며, 의학이 아닌 심리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흑백논리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토론회를 중립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좌장이 이익집단 중 하나인 의사를 대변한 것이다.
게임중독 예방에 어떻게든 이름을 올려보려는 시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측은 질문을 하라고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 단체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만 집중했다. 중독예방강사 양성에 NGO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운 후, 본인들이 진행하던 ‘청소년 스스로 지킴이’ 일명 YP 프로그램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까지 이야기했으나 ‘특정 집단의 입장발표는 질의 중 받을 수 없다’는 좌장의 제지로 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일까? 스스로 사회의 골칫덩어리라 주장하는 게임을 끌어안지 못해서 안달일까? 손인춘 의원은 기업이 게임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비용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내 게임산업의 2013년 매출은 10조, 여기의 1%면 무려 1,000억이다. 지난 1월에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게임중독법을 ‘숙원사업’이라 표현한 사실이 밝혀지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기자는 법안 입법에 힘을 쏟고 있는 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의 목적이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게임중독에 관련한 이러한 토론회 현장에 가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는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임에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중독 해결을 위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다. 목적도, 용도도 불분명하고 무턱대고 ‘일단 돈을 내놓고, 나중에 알아서 좋은 데 사용하겠다’는 태도에 불신을 가지고 있다.
지난 10월, 소프트뱅크코리아 문규학 대표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세상 어느 곳에도 게임 세금이라는 것은 없다. 진정 창조경제 화두는 창조적 삥뜯기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것일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 대표의 발언을 빌어 표현하자면 정치권은 창조경제의 킬러 콘텐츠로 손꼽은 ‘게임산업’에서 돈을 받아내는 방법을 창조하고 있으며, 이익단체는 그 콩고물을 노리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 즉, 정신의학계와 심리학계는 누가 게임중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일명 '삥뜯기 금지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식 명칭은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공갈을 통한 기부금품 수수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지금이야 말로 '게임업체 삥뜯기 금지법안'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