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여친이 기다리는 "가상현실에 어서 오세요" TOP5
2016.01.14 17:56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흔히 2016년을 VR(가상현실) 원년이라 합니다. 한 발 앞서 게이밍 VR의 비전을 제시한 오큘러스 리프트와, 탄탄한 서드파티를 등에 엎은 PS VR, 밸브와 HTC의 기술력이 집약된 바이브가 모두 올해 출시되죠. 덕분에 최근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VR 관련 소식이 연일 화제입니다.
얼마 전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이 공개돼 한창 시끌벅쩍했는데, 이번에는 바이브가 사전판매 소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오큘러스 리프트와 견주어 다른 기기들이 얼마나 저렴할지, 성능은 뛰어날지 저울질에 여념이 없죠.
여기서 최대 변수는 기기 자체가 아닌 어떤 콘텐츠가 담기느냐입니다. 게임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아무리 성능이 우월한 기기라도 타이틀 지원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곤 했습니다. 과연 백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할 만큼, 환상적인 가상현실 콘텐츠가 마련돼 있을까요? 아래에서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5위 릭스(PS VR), 미래의 고기동 로봇 스포츠를 즐겨라
▲ 박진감 넘치는 미래형 스포츠를 보여주는 '릭스'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5위는 ‘헤일로’의 대항마로 잘 알려진 ‘킬존’ 개발사 게릴라게임즈의 신작 ‘릭스’’입니다. 거대한 로봇들이 경기장을 누비며 싸우는 미래형 스포츠 FPS죠.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로봇물 특유의 둔중함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역동적인 고기동 전투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겁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탄력이 느껴지는 역관절 다리에, 양손에는 일체형 화기를 장착했습니다. 곡선 위주의 디자인은 날렵해 보이고, 깔끔한 도색과 여기저기 새겨진 스폰서 로고는 마치 레이싱카를 연상시키죠. 전장 또한 한눈에 봐도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기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 플레이어가 이것이 스포츠임을 인지하도록 돕는 장치들이죠.
‘릭스’가 굳이 미래형 스포츠라는 콘셉을 잡은 것은 VR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입니다. 그저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 경기에 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로봇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투 중에 사람이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어색한 상황도 없습니다. 잠시 현실은 잊고 관중을 열광케 할 ‘릭스’ 메이저리거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 관중을 열광케 할 메이저리거가 되어보자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4위 에이스 컴뱃 7(PS VR), 누구보다 빠르게 창공을 가로질러라
▲ 9년 만에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 VR로 '에이스 컴뱃 7'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누구나 한번쯤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겁니다.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구름 사이를 거닐고, 까마득히 아래 펼쳐진 지상을 여유롭게 굽어보는 거죠. 자연히 게이밍 VR 개발이 본격화된 후 비행과 관련된 각종 테크 데모가 쏟아졌는데, 이제야 진짜 거물이 나타났습니다. 4위는 바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비행슈팅게임 ‘에이스 컴뱃’입니다.
지난 12월 깜짝 발표된 ‘에이스 컴뱃 7’은 무려 9년 만에 정식 넘버링 타이틀입니다. 그것도 PS VR을 전격 지원하여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석에 앉은 느낌을 200% 살릴 수 있게 됐죠. 시리즈 최초로 실시간으로 날씨가 변화하고, 고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가 달라지는 등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창공이 펼쳐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섬머 레슨’으로 유명한 같은 반다이남코 소속 하라다 프로듀서가 “에이스 컴뱃을 VR로 즐기는 것은 무리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적기를 쫓으며 거침없이 회전하다 보면 멀미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거죠. 다행히 최근 개발진의 내부 테스트에선 그러한 문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과연 멀미를 잡아낸 비결이 무엇일지 궁금하군요.
▲ 그런데 정말 멀미는 없는 거겠지?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3위 로빈슨: 더 저니(PS VR), 공룡이 거니는 태고의 땅으로
▲ 울창한 원시 밀림에서 공룡과 마주하는 '로빈슨: 더 저니'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3위는 벌써 수년 전부터 게이밍 VR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크라이텍의 야심작 ‘로빈슨: 더 저니’입니다. 크라이텍은 앞서 개발자용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거대한 티렉스와 마주하는 테크 데모를 선보인 바 있는데, 정작 본 게임은 PS VR로 나오게 됐죠. 이번에는 단순히 공룡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외딴 행성에 불시착한 소년과 AI 로봇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그립니다.
공개된 영상에선 때지어 달려가는 작은 공룡들과 지축을 울리며 전진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 그리고 숲이 떠나가라 포효하는 티렉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인지는 알 수 없지만, AI의 신호에 맞춰 거대한 공룡 사이를 통과하는 장면에서 대강 어떠한 게임이 될지 유추해볼 수 있죠. 필자는 그냥 돌아다니며 공룡 구경만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크라이텍은 ‘파 크라이’와 ‘크라이시스’를 개발하며 생동감 넘치는 자연 환경을 구축하는데 도가 튼 게임사죠. 자체 개발한 크라이엔진도 유독 자연물을 묘사하는데 뛰어나, 농담 삼아 드루이드 단체라고도 합니다. 덕분에 이들이 만들어낸 울창한 원시 밀림은 모니터 너머까지 짙은 풀내음을 풍기는 듯 하는데요. 여러분도 느껴지시나요? 킁킁…
▲ 짙은 풀내음이 여기까지 나는 듯 하다. 킁킁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2위 스타 시티즌(오큘러스 리프트), 제2의 인생은 드넓은 우주에서
▲ 우주제국 시민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스타 시티즌'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2위는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모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스타 시티즌’입니다. 제목 그대로 우주제국 시민의 삶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담아내기 위해 벌써 5년째 모금과 개발을 병행 중이죠. 목표대로라면 드넓은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을 몰아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고, 전쟁을 벌이거나 수집에 매진하는 등 무궁무진한 플레이가 가능하답니다.
‘스타 시티즌’의 궁극적인 목표는 플레이어가 우주인으로서 삶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모든 함선은 철저하게 현실에 입각하여 내부 구조를 설계하고, 계기판에 버튼 하나까지도 실제로 작동하도록 했죠. 이러한 방향성은 VR기기가 추구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여, 2014년에 들어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식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스타 시티즌’은 싱글 및 멀티플레이가 모두 제공됩니다. 먼저 지구연합제국 42전대에 소속된 군인이 되어 게임의 기본을 익히거나, 아니면 곧바로 멀티플레이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죠. 참고로 현재 공개된 멀티플레이 인원 제한은 총 16명까지입니다. 가상의 우주 어딘가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묘할 듯 하네요.
▲ 드넓은 우주,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1위 섬머 레슨(PS VR), 솔로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 전국민 여자친구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섬머 레슨'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1위는 전세계 솔로들을 구원(?)할지도 모를 본격 VR 연애시뮬레이션게임 ‘섬머 레슨’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공개된 부분만 놓고 보면, 게임이라 하기도 민망한 물건이죠. 그저 좁디 좁은 가상 공간에서 여성 NPC와 간단한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전세계가 뜨겁게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게임이 보여준 실낱 같은 가능성 때문입니다.
필자는 지난 지스타 2015에서 짧게나마 ‘섬머 레슨’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상 현실에서 만난 소녀는 상상 이상으로 자연스러웠어요. 분명 가짜인 게 뻔히 보이는 어설픈 3D 조형인데, 어색하거나 불쾌하기보단 그저 아름다웠습니다. 도중에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 때는 살짝 설레기도 했죠. 겨우 15분 정도 만난, 별다른 특색도 없는 캐릭터에게 이 정도로 호감을 품다니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가상 현실로 뛰어들어 고기동 로봇을 조종하고, 거대한 공룡과 마주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경험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가상의 인연을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훨씬 더 가슴 벅차겠죠. ‘섬머 레슨’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기념비적인 포석입니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 캐릭터와 정서적 상호작용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