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게임 신작 쟈오훈, 시간이 멈춘 마을로 초대하는 첫 트레일러 정리
2026.10.14 17:20:19 • 조회수 21

새벽에 본 영상 하나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날이 있는데, 이번 공포게임 신작 소식이 그랬습니다. 성냥 한 개비의 불빛 말고는 기댈 곳 없는 어둠,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마지막 한마디까지, 영상은 짧은데 남는 질문은 한가득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확인된 정보와 제 추측을 구분해서 하나씩 풀어 보려고 합니다.
쇼케이스의 첫 문을 연 작품

이 영상은 한국 시간 10월 9일 새벽 1시부터 약 45분간 진행된 인디 게임 쇼케이스 '더 트리플-아이 이니셔티브'에서 공개됐습니다. 데드셀을 만든 이벌 엠파이어가 여는 행사이고, 사회자나 광고 없이 신작 영상만 줄줄이 틀어 주는 담백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봄에 열리던 행사가 올해 처음 가을에도 열렸고, 이번 가을 에디션에서는 40개 타이틀이 소개되고 그중 8개가 월드 프리미어였습니다.

라인업에는 '마시나리움 2', '탈로스 원리 3', '디 이스케이피스트 3' 같은 속편이 이름을 올렸고, 국산 게임으로는 '데이브 더 다이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쟁쟁한 작품이 가득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온 영상이 바로 쟈오훈입니다.
달력이 멈춘 마을, 백수현 선녀마을

쟈오훈은 상하이 개발사 12AM 블랙아웃이 만드는 1인칭 심리 공포 게임입니다. 언리얼 엔진 5로 제작 중이고, PC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5로 2027년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무대는 2000년을 코앞에 둔 중국의 작은 도시, 백수현 선녀마을입니다. 큰길에서 한참 벗어난 외진 동네로, 시대가 바뀌는 동안 점점 뒤처지던 곳이라고 합니다. 새 세기를 앞두고 활로를 찾아보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고, 마을은 밀레니엄 전야의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다는 설정입니다.

플레이어는 이 마을로 돌아온 인물이 되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듬어 갑니다. 다만 그 인물이 누구인지, 왜 돌아왔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방식은 싸우는 쪽보다 걷고, 살피고, 풀어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탐색과 퍼즐, 워킹 시뮬레이션 성격이 중심이고, 개발사는 괴물로 놀라게 하기보다 익숙했던 장소가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불안을 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90년대 후반 중국 소도시의 생활 풍경을 소재로 삼고, 건물이나 거리뿐 아니라 집 안의 작은 물건까지 당시 분위기에 맞췄다고 합니다. 공포게임 신작치고는 무기도 전투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서, 오히려 더 기대가 됩니다.
제목에 담긴 한자, 叫魂

영상 초반에는 영문 JIAOHUN 뒤로 한자 '叫魂'이 겹쳐 보입니다. 우리 한자음으로 읽으면 '규혼', 글자 그대로 혼을 불러낸다는 뜻입니다. 중국 민간에는 아이가 크게 놀라 정신이 나갔을 때 그 아이의 이름을 외쳐 혼을 불러들이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 말이 바로 그 풍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영상에서 눈에 남은 장면들

트레일러는 성냥불을 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작은 불꽃이 비추는 범위가 전부인 어둠 속을 조심스레 걸어가는데, 화면이 아니라 손바닥 안의 불빛에 시선이 모이는 묘한 집중감이 있었습니다. 낯선 공포가 아니라 어린 시절 이불 속에서 느끼던 긴장감을 다시 꺼내 오는 느낌이었어요.

영상 속 공간은 특별할 것 없는 곳들입니다. 낡은 공동주택의 복도, 칠이 벗겨진 목재 문, 빗줄기가 떨어지는 좁은 골목 같은 장소들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소리와 배치가 조금씩 어긋날 때 오싹함이 올라옵니다. 피가 튀거나 극단적으로 기괴한 장면은 없는데도 영상이 끝날 때까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처는 한 가지 모습이 아니라 여러 형태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탐색 중심 게임은 단조로워지기 쉬운데, 마주치는 존재가 다양해 보여서 그 걱정은 덜었습니다. 그중 가장 오래 남은 건 얼굴에 국화가 피어 있는 존재입니다. 국화는 동아시아에서 조문 때 쓰는 꽃으로 알려져 있어서, '혼을 부른다'는 제목과 연결해 보고 싶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화면 비율과 필름 질감이 만드는 거리감

연출 면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입니다. 최신 엔진으로 만들었는데도 화면 비율이 4:3과 2.39:1 사이를 오가고, 필름과 VHS 테이프를 연상시키는 질감이 얹혀 있습니다. 좋은 그래픽 기술을 일부러 오래된 기록물처럼 보이게 쓰는 셈입니다. 덕분에 영상을 보는 동안 내가 게임을 구경한다기보다 누군가 찍어 둔 옛 영상을 우연히 발견해 재생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면 비율을 바꾸는 것만으로 시간이 흐른 듯한 거리감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마무리하며

쟈오훈은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하는 타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몸에 스며드는 타입의 공포게임 신작으로 보입니다. 비 오는 밤에 불을 끄고 혼자 천천히 걸어 다니기에 어울릴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시대 배경입니다. 무대는 중국이지만 새 천년을 앞두고 기대와 막연한 걱정이 뒤섞이던 분위기는 우리도 겪어 본 기억이라, 낯선 이야기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출시는 2027년이고, 스팀 상점 페이지가 이미 열려 있어 위시리스트에 담아 둘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정체, 마을에서 벌어진 일, 마지막 대사의 의미는 모두 아직 비공개입니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이어서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