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초보! 넥슨이 ‘GTA 개발자’를 선택한 이유
2016.03.15 18:1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레거시퀘스트' 개발자 인터뷰 영상 (영상제공: 넥슨)
락스타 게임즈의 대표작 ‘GTA’ 시리즈는 완성도와 상업성, 두 가지에서 모두 높은 성과를 거뒀다.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에 ‘범죄자의 삶’을 결합해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재미를 전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8월에는 ‘GTA’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2억 2,000만 장에 달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선이 굵은 ‘성인 게임’으로 무장한 락스타 게임즈 출신이 모여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차렸다. 오스트리아에 자리한 신생 개발사 ‘소셜스필’은 락스타 게임즈에서 ‘GTA’ 시리즈, ‘맥스페인’ 2편과 3편 제작과 로컬라이징에 참여한 마이크 보리스와 헬무트 후터러, 두 사람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곳이다.
그리고 이 개발사의 첫 모바일게임은 한국 퍼블리셔, 넥슨과 손을 잡고 세상빛을 봤다. 지난 11일 150여 국에 글로벌 출시된 모바일 액션 RPG ‘레거시퀘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넥슨이 왜 이 게임을 골랐냐는 것이다. ‘GTA’나 락스타 게임즈가 가진 명성은 높지만 이들은 모바일게임을 많이 만들어보지도, 성공시킨 적도 없다. 이번에 내놓은 '레거시퀘스트'는 소셜스필이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다시 말해 소셜스필은 모바일게임에서는 초보나 다름 없다. 즉, 모바일에서 검증되지 않은 서양 개발사를 선택한 넥슨의 의도가 궁금하다. 게임메카는 넥슨 해외모바일사업본부 김민규 팀장과 채송이 PM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넥슨 김민규 팀장(좌)와 채송이 PM(우)
‘CoC’와 ‘캔디 크러시’ 시리즈에서 찾은 교훈
일단 ‘레거시퀘스트’는 글로벌 원빌드다. 한국에서 ‘글로벌 원빌드’라 하면 콘텐츠는 동일해도 사업모델은 지역별로 따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레거시퀘스트’는 그렇지 않다. 게임성과 콘텐츠, 심지어 BM도 전세계에 모두 똑같이 서비스되고 있다.
채송이 PM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결제액에 따라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VIP 시스템’을 넣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레거시퀘스트’는 기본적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사업모델을 가져간다. ‘뽑기’ 시스템은 아예 없으며 부족한 골드나 에너지를 유료로 충전하는 것 등을 기본으로 가져간다”라고 말했다.
▲ 사업모델은 골드 및 소모성 아이템 유료 판매로 동일하게 서비스 중이다
(사진제공: 넥슨)
앞서 이야기했듯이 ‘글로벌 원빌드’는 지역별로 사업모델을 따로 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사실상 ‘완벽한 원빌드는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넥슨의 생각은 다르다. 김민규 팀장은 “글로벌 원빌드 자체가 실패한 전략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캔디 크러시 사가’는 모두 글로벌 원빌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가 강조한 것은 ‘게임 자체가 가진 재미’다. 김 팀장은 “클래시 오브 클랜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고,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개발사가 전에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게임이 아니라 ‘아이언맨’과 같은 마블의 ‘히어로 군단’은 서양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콘텐츠 자체에 특별히 ‘동양’을 타깃으로 한 요소는 없다”라고 말했다.
즉, ‘레거시퀘스트’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할 게임을 찾으며 사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동서양이 모두 좋아할만한 게임’을 찾는 것이다. 채송이 PM은 “레거시퀘스트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트’다. 배경은 지하 던전이나 감옥을 배경으로 해 어두침침하지만 캐릭터나 몬스터는 ‘레고’와 같은 3D 픽셀큐브로 디자인되어 유쾌한 인상이 강하다. 배경은 어둡지만, 캐릭터는 유쾌한 반대되는 이미지가 겹치는 ‘묘한 중첩’이 동양과 서양에 모두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 유쾌한 캐릭터와
▲ 어두침침한 배경이 만나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제공: 넥슨)
이와 함께 작용한 것이 ‘GTA’라는 걸출한 시리즈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 개발진의 ‘실력’이다. 김민규 팀장은 “플랫폼에 관계 없이 ‘재미있는 게임’을 잘 만드는 사람의 경험은 남다르다. 즉, 플랫폼이 아니라 이 개발사가 얼마나 좋은 게임을 만들 줄 아느냐가 핵심이다. 실제로 과거 콘솔 개발사로 유명했던 스퀘어 에닉스는 현재 모바일게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름’은 없어졌지만 ‘제작’은 남았다, 지스타 버전과 달라진 점
‘레거시퀘스트’는 지난 지스타 2015 현장에서 소개된 바 있다. 당시 내세운 특징은 ‘내가 죽으면 떨어뜨린 아이템을 다른 유저가 주어갈 수 있다’와 ‘내 캐릭터가 죽으면 능력과 아이템을 후손이 이어받는다’ 두 가지다. 그런데 지금은 이 부분이 없어지거나 축소됐다.
채송이 PM은 “작년 9월 소프츠론칭 당시 어렵게 만든 아이템을 다른 유저가 가져간다는 부분에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과 달리 던전에서 죽어도 아이템이 보존되며, ‘이름’을 남긴 아이템을 다른 사람이 주워간다는 부분도 없앴다. 여기에 던전에서 죽어도 ‘새 캐릭터’와 ‘부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모든 유저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 '새 캐릭터'와 '부활' 두 가지 선택을 주어 죽음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사진제공: 넥슨)
현재 ‘레거시퀘스트’의 주를 이루는 콘텐츠는 ‘제작’이다. 던전을 돌며 여러 재료와 게임머니 ‘골드’를 모으고, 이 둘을 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등장하는 클래스는 ‘전사’와 ‘마법사’, ‘암살자’ 3가지지만 직업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고, 무기마다 다른 손맛을 전하며 싸우는 재미를 더했다.
채 PM은 “뽑기를 넣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템 제작’이 핵심인데 유료로 장비를 뽑는 BM을 넣으면 핵심 재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비를 만들 때 결과물이 확률에 따라 나오기 때문에 ‘뽑기’가 들어가면 두 부분이 겹쳐 스트레스가 많아지리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던전을 공략해 모은 재료와 골드로 다양한 장비를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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