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너만 한 재미 또 없더라" 마성의 연어 게임 TOP5
2016.04.07 09:57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4월에 접어들며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는 여의도, 석촌호수, 청풍호, 경포대 등 여러 명소에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죠. 이맘때쯤 꽃을 보러 거리로 나가면 불현듯 어디선가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오곤 합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으흥흥~ 둘이 걸어요~”
그렇습니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인기 음악 1위를 석권해 ‘봄의 캐롤’ 혹은 ‘연금송’이라 불리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죠. 봄과 잘 어울리는 따스한 음색은 물론, 포크 록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다채로운 가락으로 여러 번 들어도 쉬이 질리지 않는 명곡입니다. 마치 산란기마다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사람들이 매년 ‘벚꽃엔딩’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4월에 접어들며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는 여의도, 석촌호수, 청풍호, 경포대 등 여러 명소에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죠. 이맘때쯤 꽃을 보러 거리로 나가면 불현듯 어디선가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오곤 합니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으흥흥~ 둘이 걸어요~”
그렇습니다. 벌써 4년째, 봄만 되면 인기 음악 1위를 석권해 ‘봄의 캐롤’ 혹은 ‘연금송’이라 불리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죠. 봄과 잘 어울리는 따스한 음색은 물론, 포크 록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다채로운 가락으로 여러 번 들어도 쉬이 질리지 않는 명곡입니다. 마치 산란기마다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사람들이 매년 ‘벚꽃엔딩’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 봄마다 보는데 참 볼 때마다 반가운 버스커 버스커
비단 음악만이 아닙니다. 게임 중에도 주기적으로 복귀하게 되는 그런 작품들이 있죠. 우리는 즐거웠던 과거가 그리워서, 아직 게임을 즐기는 옛 지인을 만나러, 혹은 신규 업데이트에 이끌려서, 그것도 아니면 달리 대체재가 없어서 접었던 게임을 다시 찾곤 합니다. 흔히 게임은 접는 게 아니라 잠깐 쉬는 거라고들 하죠. 마성의 연어 게임 TOP 5, 함께 보시죠.
5위 마비노기 영웅전, 잊을 수 없는 콜라곰의 봉산탈춤
▲ 눈이 오는 날에는 콜라곰과 추던 흥겨운(?) 봉산탈춤이 그립다
5위는 서비스 7주년에 접어든 넥슨의 온라인 액션RPG ‘마비노기 영웅전’입니다. 당시 ‘마비노기’ 성공으로 한창 주가가 오른 데브켓 스튜디오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죠. 전작의 밝은 색채를 먹빛으로 물들인 진중한 세계관에, ‘몬스터 헌터’를 벤치마킹한 하드코어한 게임성이 만나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 나왔습니다. 전설적인 FPS ‘하프라이프’에 쓰인 소스 엔진으로 개발된 점도 이색적이죠.
'마비노기 영웅전'은 흔하디 흔한 버튼식 스킬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일반 공격과 강타, 회피기만으로도 온갖 멋드러진 액션을 펼칠 수 있죠. 소스 엔진을 통한 뛰어난 물리 효과와 '몬스터 헌터'를 연상시키는 재료 수급 및 제작 방식도 꽤나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망치질 한 방에 아군을 쓸어버리는 압도적인 보스를 상대로 처절한 도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쾌감이란... 여느 게임에서는 쉬이 맛볼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하드코어한 게임성은 흥행에 걸림돌이었고, 높은 완성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추가 콘텐츠 생산에 부담으로 작용했죠. 이러한 악재는 곧 극도로 더딘 업데이트와 과도한 과금 유도를 낳았습니다. 개발진은 콘텐츠 부족을 난이도 뻥튀기로 메웠고, 어느새 컨트롤이 아니라 장비 성능에 따라 전투의 성패가 갈리게 됐죠. 이를 견디다 못한 수많은 유저가 게임을 등졌지만, 딱히 ‘마비노기 영웅전’을 대체할 게임은 없었습니다. 결국 콜라곰과 추던 봉산탈춤을 못 잊어 이따금씩 ‘콜헨’으로 발길을 돌린답니다.
4위 던전 앤 파이터, 키리의 약속과 믿음조차 견뎌내다니
▲ 키약믿은 잊을 수 없지만 새로운 직업이 나온다니 해봐야지
4위는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11년 차 장수게임 ‘던전 앤 파이터’입니다. 오늘날의 스타 게임사 네오플을 만든 ‘대박’ 출세작이죠. 제목에서 보듯 초기에는 오락실에서 즐기던 ‘던전 앤 드래곤’을 온라인으로 옮겨보자는 단출한 기획에서 출발했답니다. 네오플 스스로도 성공할 줄 몰랐다는 이 게임은, 그러나 호쾌한 액션성으로 십대부터 장년층에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2005년까지만해도 국내 게임계의 주류는 마우스 클릭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정적인 MMORPG였습니다. 키보드 조작이 주가 되는 게임도 있긴 했지만, ‘던전 앤 파이터’처럼 본격적으로 오락실의 찰진 손맛을 구현하진 못했죠. 20분 내외로 던전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가벼운 게임성도 MMORPG의 긴 호흡에 지친 이들을 끌어들이기에 적격이었습니다. 또한, 네오플의 장기인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은 게임에 2차 창작이라는 날개를 달아줬죠.
다만 ‘던전 앤 파이터’는 이 모든 장점을 상쇄시킬 만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게임입니다. 불안정한 서버와 잦은 해킹 및 허울뿐인 구제책, 부정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대부분 운영 이슈죠. 서비스가 장기화되며 과금 유도도 점차 심해졌는데, 그 절정이 바로 2011년 게임 사행성 논란의 상징과도 같은 '키리의 약속과 믿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워낙 독보적인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이고, 업데이트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미워도 다시 한번 찾게 되는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3위 리그 오브 레전드, 정신을 차려보면 또다시 소환사의 협곡
▲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정신수양과 인격도야의 현장
3위는 어느덧 5년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AOS ‘리그 오브 레전드’입니다. 2011년 혜성처럼 등장해 제2의 PC방 붐을 일으키고, 나아가 과거 ‘스타크래프트’ 인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민게임으로 발돋움했죠.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었던 AOS를 대세 장르로 끌어올린데다, 꺼져가던 e스포츠 불씨를 되살리는 등 ‘리그 오브 레전드’가 미친 영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AOS에서 영웅들이 팀을 이뤄 각자 역할을 수행하고, 전황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은 마치 RTS와 RPG를 섞어놓은 듯 하죠. 애초에 두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워크래프트 3’ 파생작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미 RTS와 RPG를 주로 즐기던 국내 유저들에게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그리 낯설지 않았을 겁니다. 여럿이 모여 단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방식은 PC방에 잘 어울렸고, 익히기 쉬운 게임성도 초기 흥행을 도왔죠. 이상할 정도로(?) 여성 유저가 많이 유입된 것도 호재였습니다.
문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저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겁니다. PvP게임에서 유저들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패배의 리스크가 너무 큰데다 부정 행위에 대한 족쇄도 헐겁기 그지 없습니다. 게임은 더 이상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감내하는 고행이 되어버렸고, 낙오자에게는 가차없는 폭언이 뒤따르죠. 이것이 인기 1위 게임에서 매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는 이유입니다. 그 가운데 대부분은 다시 소환사의 협곡으로 회귀하지만 말이죠.
2위 마비노기, 틀렸어 완전히 접기엔 이미 펫이 너무 많아
▲ 키트가 지긋 지긋해도... 이들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2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서브컬쳐계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넥슨의 MMORPG ‘마비노기’입니다. 앞서 소개한 ‘마비노기 영웅전’의 전작으로, 데브캣 스튜디오를 애증의 대상으로 만든 진정한 고전이죠.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미려한 겉모습 뒤에는, 서양 RPG의 대부 ‘울티마’를 참고한 하드코어한 게임성이 숨어 있답니다. 라이트 유저는 정말 ‘라이트’한 게임만 즐기던 시대에, 캐주얼의 탈을 쓴 한국산 ‘울티마’는 문화충격에 가까웠죠.
그렇다고 ‘마비노기’가 ‘울티마 온라인’의 아류작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쓸데없이 복잡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은 제거하고, 시나리오와 연출을 강화하여 차별화에 성공했죠. 특히 켈트 신화를 적극 차용한 신비로운 세계관이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데브캣이 내건 ‘판타지 라이프’라는 슬로건처럼, 유저들은 생동감 넘치는 NPC와 다채로운 생활 콘텐츠를 즐기며 저마다 자신만의 삶을 영위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린’에서의 꿈 같은 나날도 영원하진 못했습니다. 현실을 지나치게 모사한 탓일까요? 언제부터인가 ‘판타지 라이프’도 ‘리얼 라이프’마냥 각박해졌죠. ‘마비노기’ 자랑이었던 자유도 높은 무한 성장 시스템은 시간이 갈수록 신, 구 유저간 격차를 벌렸고, 과금으로 직결되는 콘텐츠만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판타지 라이프’를 충족할 수 없었던 유저들은 여전히 ‘마비노기’를 떠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 뿐이죠. 그나마 ‘마비노기 2’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기대를 걸었지만… 과연 언제쯤 ‘마비노기’의 대체재가 나타날까요?
1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와우는 접는 게 아니라 잠시 쉬는 것
▲ 새 확장팩에 '일리단'이 나온다니 일단 한 달 결제해볼까?
1위는 2005년 국내 서비스를 개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입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론칭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기념비적인 작품이죠. ‘워크래프트’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에버퀘스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등 해외 걸작들의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온라인게임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라 자부하던 국내 게임계에 경종을 울렸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작게는 조작 방식, UI부터 크게는 스토리 전개와 콘텐츠 구조까지 그간 국내 게임계가 쌓아온 MMORPG의 모든 것을 재정의했습니다. 유저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비로소 파티플레이의 묘미를 알고, 진정한 탐험을 즐겼죠. MMORPG에서 전투라고는 그저 때지어 싸우는 것이 전부이던 시절에, 일군의 모험가들이 힘을 합쳐 장대한 던전을 공략하는 ‘레이드’는 그야말로 한 차원 높은 재미였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최전성기였던 2010년 무렵에는 무려 1,200만 명에 달하는 유저가 다달이 월정액을 냈습니다. 사람들이 모였다 하면 레이드에서 겪은 무용담을 늘어놓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테레나스 2세’의 명언처럼, 결코 영원한 왕이란 없는 법입니다. 서비스가 10년이 넘어가자 필연적으로 유저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어갔고, 확장팩의 연이은 실패는 이탈을 더욱 부추겼죠. 결국 어느새 유료 가입자가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가슴 한 켠에 날카로운 칼과 도끼를 숨겨놓고 있답니다.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는 날, 다시금 영광스러운 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