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워: 워해머, ‘엔드타임’의 막을 화려하게 올렸다
2016.06.01 10:51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토탈 워: 워해머' 트레일러 (영상출처: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유튜브)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대표작 ‘토탈 워’ 시리즈는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는 국가를 다스리며 내정과 경제, 외교 등을 관리하고, 1,000명을 넘는 병력을 직접 지휘하는 대규모 전투가 특징이다. 그런데 지난 25일(수) 출시된 시리즈 최신작은 다소 독특하다. 바로 실제 역사가 아닌 판타지 세계관, 그것도 전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워해머 판타지’를 바탕으로 하는 ‘토탈 워: 워해머’다.
‘워해머 판타지’는 가상의 세계 ‘올드월드’ 패권을 두고, 여러 종족이 벌이는 치열한 전쟁을 담은 보드게임으로, 방대한 세계관과 설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 IP를 사용한 게임인 만큼 얼마나 세계관을 잘 녹여냈는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시리즈 최초 판타지 배경의 ‘토탈 워’인 만큼, 국가를 운영하는 전략과 대규모 전투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리느냐도 중요하다. 과연 ‘토탈 워: 워해머’는 두 작품의 팬을 모두 만족시켰을까?
▲ '토탈 워: 워해머'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워해머’ 설정 제대로 살린 5개 팩션
‘토탈 워: 워해머’ 캠페인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팩션은 인간이 세운 ‘제국’, 높은 과학 기술력을 자랑하는 ‘드워프’, 싸움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그린스킨’, 죽음의 힘을 다루는 ‘뱀파이어 백작’, 그리고 세상을 혼돈으로 빠트리려는 ‘카오스 워리어’가 있다. 각 팩션은 ‘워해머’ 설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개성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 다양한 팩션이 대립하는 '올드 월드'
이를 테면 주인공격인 ‘제국’은 외교에 능하다. 때문에 ‘카오스’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명의 수호자’가 되어 ‘그린스킨’을 제외한 모든 진영의 호의를 얻는다. 때문에 무조건 주변을 정복하지 않아도 외교를 통해 게임을 이끌어갈 수 있다. 아울러 ‘드워프’는 ‘원한의 책’이라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영토를 뺏기면 ‘원한’이 기록되는데, 이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다양한 페널티가 발생한다. 따라서 ‘드워프’는 무분별한 확장보다 영토를 착실히 방어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 '드워프'는 원한관리가 중요
이와 달리 ‘그린스킨’은 상황이 좋지 않아도 공격을 선택해야 한다. 전투를 통해 획득하는 ‘투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와아아아아(WAAAGH)’ 상태가 되며 유지비 없이 추가 병력을 모집하는 등 엄청난 혜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가 지속되면 내분이 일어나 피해를 입는 역효과도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전투 없이 못사는 ‘그린스킨’ 특징이 살아난다.
▲ '워해머' 팬이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와아아아아'
언데드와 괴물이 주력인 ‘뱀파이어 백작’은 상당히 이질적인 팩션으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유닛이 없다. 대신 죽어도 저렴한 비용으로 즉시 부활시킬 수 있는 언데드 유닛과 비교적 초반부터 사용할 수 있는 야수와 괴물, 다양한 마법으로 이를 극복한다. 여기에 살아있는 존재에게 피해를 주는 ‘뱀파이어 오염’을 발생시키며 콘셉을 확고히 한다.
▲ '망자 부활'은 병사를 즉시 충원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카오스 워리어’는 전작 ‘토탈 워: 아틸라’에 등장한 유목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들은 모든 팩션과 사이가 나빠 외교 비중이 낮고, 정착지도 점령할 수 없다. 때문에 약탈과 파괴를 반복하며 세계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여기에 ‘카오스 신’의 힘인 ‘카오스 오염’을 퍼트려 주변 부족을 ‘카오스의 노예’로 복속시킬 수 있다.
아울러 팩션마다 ‘전설적인 군주’를 선택해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전설적인 군주는 ‘워해머’ 세계관에서 유명한 영웅으로, 어떤 군주를 택했느냐에 따라 캠페인에서 발생하는 퀘스트가 달라진다. 또, ‘갈 마라즈’, ‘룬팽’, ‘왕의 살해자’ 등 ‘워해머’ 세계관에 등장하는 유명한 아이템을 획득해 장비하거나 스킬 포인트 투자에 따라 강력한 전사나 현명한 지휘관이 될 수 있는 등, 육성 요소도 훨씬 강화됐다.
▲ '퀘스트 전투'에는 배경을 설명하는 컷신이 등장
▲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해 군주를 육성한다
이처럼 ‘토탈 워: 워해머’는 등장 팩션을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각 팩션은 특징적인 플레이스타일과 위대한 영웅을 육성하는 감각을 제공한다. ‘워해머’ 세계관을 구현하는 과정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등장하는 팩션이 다소 적게 느껴지는 아쉬운 점도 남는다. 특히 기사도를 앞세운 문화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브레토니아’는 멀티플레이어 전투에서는 플레이할 수 있는데, 정작 게임 핵심 모드인 캠페인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전투에만 집중하셔도 됩니다, 간략화된 내정
이처럼 ‘토탈 워: 워해머’에서 세계관 구현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토탈 워’ 시리즈가 제공하는 거대한 전략의 재미는 어떻게 됐을까?
‘토탈 워: 워해머’ 흐름은 전작과 유사하다. 각 팩션에는 ‘특정 정착지를 점령하라’거나 ‘특정 팩션을 멸망시켜라’ 등의 승리 목표가 주어지고, 이를 달성하면 승리한다. 이를테면 ‘제국’은 ‘호흘란드’, ‘스터란드’, ‘오스터마르크’ 등 제국을 구성하는 제후국들을 소유하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카오스 영웅 ‘아카온’을 물리쳐야 한다. 다른 팩션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카오스 워리어’만 모든 팩션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다소 독특한 조건이다.
▲ 내정이 확실히 더 간편해졌다
물론 달라진 부분도 있다. 먼저 전작에서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정착지 청결도, 토양 비옥도가 삭제되고 ‘공공질서’ 하나만 남았다. 여기에 새롭게 ‘카오스 오염’과 ‘뱀파이어 오염’이라는 세계관에 어울리는 수치가 추가됐다. 이러한 오염이 내정에 미치는 영향은 공공질서 하락이기 때문에 관리하기 수월하다. 또, 오염 발생원인이 명확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정착지 관리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 이벤트와 함께 '카오스 오염'이 발생한다
여기에 휘하 장수들의 충성도도 사라졌다. 전작에서는 야심이 높은 장수의 경우, 업적을 많이 쌓으면 독립해서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일부러 능력치가 낮은 장수를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었는데, 충성도 삭제를 통해 이를 개선했다. 이처럼 내정이 개선되어 ‘토탈 워’ 핵심인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
팩션 차이로 발생하는 다채로운 전투
‘토탈 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전투는 예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투는 여전히 단단한 보병으로 적 본대를 막으며 기병 등 빠른 속도와 공격력을 앞세운 부대로 후방을 공격하는 ‘망치와 모루’ 전술이 기본이다. 하지만 팩션 간 특징이 명확해 전투 자체는 다채롭게 펼쳐진다.
▲ 정신을 놓고 있으면 탈탈 털리는 것도 여전
‘제국’은 보병과 궁병, 포병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평균적인 능력치를 지녔다. 여기에 강력한 ‘데미그리프 기병대’를 지니고 있어 기존 ‘토탈 워’와 유사한 전술을 펼칠 수 있다. ‘카오스 워리어’는 원거리 공격력이 부실하고 보병 성능이 뛰어나 ‘망치와 모루’를 사용하기 좋다. ‘그린스킨’은 전투를 반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모전을 펼치게 된다. 약하지만 저렴한 ‘고블린’과 비교적 강한 ‘오크’를 적당히 분배하며 전투를 펼쳐나가게 된다. 여기에 적의 포로를 포식하게 되면 병력이 충원되므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소모는 피할 수 없으니 포로를 먹고 빠르게 충원하자
‘제국’과 ‘카오스 워리어’, ‘그린스킨’이 형태는 달라도 ‘망치와 모루’라는 정석을 지킨다면, ‘드워프’와 ‘뱀파이어 백작’은 조금 다르다. ‘드워프’의 경우 기병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동력이 낮은 편이지만, 원거리 보병인 ‘퀴렐러’조차 근접전에서 쉽게 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여기에 ‘오르간 건’을 위시한 강력한 공성무기를 사용해, 적 공격을 버티면서 화력으로 압도하는 전술을 펼치게 된다.
▲ '드워프'와 싸울 떄는 공성무기를 먼저 노리자
또, ‘뱀파이어 백작’은 원거리 유닛이 없는 대신 소모품으로 마구 사용할 수 있는 언데드와 비교적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비행 유닛 ‘펠 뱃’, ‘바르게이스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여기에 적 물리공격을 무시하고 사기에 큰 피해를 주는 유령 유닛 ‘헥스 레이스’ 등도 있다.
▲ '좀비'는 그냥 고기방패로 던지는 역할
이번 작에 새로 추가된 마법은 적에게 피해를 주는 ‘나가쉬의 응시’, 적의 공격력을 낮추는 ‘납의 저주’ 등 다양하지만, 전황을 순식간에 뒤집을 정도로 위력적이지는 않다. 또, 워낙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다 보니 디버프 마법의 경우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보조적인 용도에 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마법을 의식하기 보다는 그냥 진격하는 것이 좋다
한국어 번역, 좀 더 나아지겠지?
‘토탈 워: 워해머’는 시리즈 첫 판타지 배경이라는 것 외에도 공식 한국어화 발매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워해머 판타지’ 자체가 워낙 방대한 세계관과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한국어를 지원한다는 것에 많은 팬이 열광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어 번역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못하다. ‘카오스 워리어’의 전설적인 군주 ‘지그발트 더 매그니피션트’는 ‘지그발트 왕자 장엄한’이라는 우스운 이름으로 번역되고, 게임 중 발생하는 몇몇 이벤트에는 ‘#(사건)’이라는 이상한 제목이 달렸다. 또, 전투 중 ‘퇴각’ 버튼을 ‘전송’으로 번역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소 어색한 번역을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유통을 맡은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하니 하루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
▲ 원래 다른 제목이 있지 않았을까...
▲ '지그발트' 혼자서 '모든 싸움: 전쟁망치'에 출연 중
‘토탈 워: 워해머’, 앞으로가 기대된다
당초 제작진은 ‘워해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토탈 워’ 시리즈를 3부작으로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번에 출시된 ‘토탈 워: 워해머’는 세계의 명운을 건 대전쟁 ‘엔드타임’ 시작을 알리는, 이른바 ‘프롤로그’인 셈이다.
그리고 프롤로그가 해야 할 일은 충족시켰다. 바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워해머’ 설정과 세계관은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토탈 워’ 특유의 전술도 여전했다. 남은 건 ‘엔드타임’이라는 거대한 스토리, 그리고 그 사건에 얽힌 수많은 종족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
▲ 대규모 전쟁은 역시 '토탈 워' 전매특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