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같이 극,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데... 그게 재밌다!
2016.06.02 18:31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용과 같이 극'이 지난 5월 26일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남자라면 한번쯤 동경할만한 ‘거친 남자’의 세계를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일본 조직폭력배 ‘야쿠자’를 주역으로 한 묵직한 스토리에 마작, 캬바레 클럽 등 수많은 즐길거리를 갖춰 200만 장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크나큰 인기를 끌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어 버전이 없어 여태까지 국내 게이머들은 이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리즈가 발매된 지 10주년이 되던 해, 국내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사실이 발표됐다. 바로 시리즈 최초로 최신작 ‘용과 같이 극’이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시리즈 첫 작품을 차세대 콘솔 PS4에 맞춰 리메이크한 작품이라 기존에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 게이머가 시작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규 요소로 무장해 기존 팬도 만족시키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사실 기자도 이 발표에 설렜던 게이머 중 한 명이다. 특히 개발자까지 직접 한국에 방문해 ‘궁극의 유희’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설레지 않을 사람이 어디겠는가? 여기에 과연 한국에서 ‘야쿠자’ 소재 게임이 통할지에 대한 호기심까지 겹쳐, 게임을 기대하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발매 당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야쿠자’들로 가득찬 밤거리로 떠났다.
▲ '용과 같이 극' 한국어판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스토리, 탄탄함 더했다
‘용과 같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스토리다. 특히 ‘용과 같이 극’이 리메이크한 초기작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보여줬다고 평가될 정도였다.
스토리는 도쿄 ‘카무로쵸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야쿠자 ‘키류 카즈마’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키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착한’ 조직폭력배라 생각하면 쉽다. 조직에는 언제나 충성하지만, 친구와 형제의 의리, 선을 중요시하는 강직한 모습은 영웅본색’에 나오던 ‘주윤발’에 준하는 매력을 뽐낸다. 실제로 게임에서 그는 남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돕고, 악인은 처단하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 강렬한 인상의 사나이...'키류 카즈마'
‘도지마의 용’이라 불리며 조직 내에서도 관록을 자랑하던 ‘키류’는 소꿉친구 ‘니시키야마’와 ‘유미’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의 보스를 살해했다는 용의를 덮어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키류’는 감옥에서 갇히고, 동시에 조직에서 파면 당한다
이후, 무려 10년 동안 세월을 복역하며, 그는 싸움을 그만두고 모범수로 조기 출소한다. 이 와중에 ‘유미’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를 옛 부하에게 들은 ‘키류’는 다시 한번 ‘카무로쵸 유흥가’로 향하게 되고, 조직이 이번 사건에 얽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로 자신이 몸을 담았던 조직에 맞서 싸우게 된다.
▲ 왼쪽부터 '니시키야마'와 '유미' 그리고 '키류'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막중한 책임을 진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마치 잘 짜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챕터 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동시에 다양한 내용들이 엮어가면서 커다란 하나의 흐름을 그려내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한 챕터 더’를 외치게 만든다. 초반에는 ‘야쿠자’ 세계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진행하면 할수록 여러 가지 단서가 모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완전한 음모가 드러나게 된다. 이 과정을 ‘키류’가 헤쳐나가는 모습에서는 ‘형사물’이 연상되기도 한다.
▲ 다양한 인물을 만나면서, '키류'는 점차 사건의 진실에 근접해간다
▲ 이번 작품에서는 '니시키야마'의 심경 변화도 세세하게 다룬다!
여기에 리메이크를 통해 덧붙여진 새로운 이야기는 기존에 다소 부족했던 내용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부가 스토리는 각 챕터 시작부분에서 볼 수 있는데, ‘키류’가 없던 10년 간 조직에 무슨 일이 있었고, 소꿉친구 ‘니시키야마’가 변모하는 과정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조폭무쌍이 아니라 '조폭소울'이잖아?
일단 ‘용과 같이 극’은 액션게임이다. 그리고 액션게임의 기본은 전투다. 이번 작품에서는 차세대 콘솔에 맞춰 그래픽 수준을 끌어올렸으며, 연출력이 높아지고 손맛도 한층 강렬해졌다. 또한, ‘용과 같이 제로’에서 호평을 받은 ‘스타일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액션을 골라 사용하는 재미를 더했다.
일단 ‘스타일’은 콤보 공격과 타격 모두 준수한 성능을 보이는 ‘불량배’, 권투처럼 빠르게 치고 받을 수 있는 ‘러쉬’, 막강한 파괴력과 공격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파괴자’, 그리고 10년 전 전성기 시절 ‘키류’에 가장 가까운 ‘도지마의 용’ 총 4가지가 있다. 이런 ‘스타일’은 전투 중에도 끊임없이 바꿀 수 있어, 자신이 원하는 액션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 액션게임에서...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수순
▲ 4가지 '스타일'로 적을 박살내자!
여기에 필살기도 ‘스타일’에 따라 분화된다. 새롭게 바뀐 필살기는 ‘극’ 액션이라 불리는데, 타격 중에 몸에 오오라가 생기면 버튼을 눌러 간단히 발동할 수 있다. 스타일에 따라 적을 바닥에 메다 꼽아버리거나, 적을 인정사정 없이 난타한 다음 강 펀치로 날려버리는 호쾌한 연출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직접 해보면 그 통쾌함에 속이 뻥 뚫릴 정도다. 이 외에도 주위 물건을 휘둘러서 적을 호쾌하게 날려버리거나 잡아서 그대로 던져버리는 등 ‘상남자 액션’의 진수를 볼 수 있다.
▲ 어느 정도 타격한 후에는, 강렬한 필살기를 발동할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비행기를 태워주거나, '호우'를 외치는 장면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주인공 ‘키류’가 너무 강해서 그냥 단순히 ‘조폭무쌍’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다크소울’이 연상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게임이다. 노멀모드인데도 툭하면 몰려오는 적에게 둘러싸여 몽둥이 찜질을 당하거나, 조금 센 보스만 나와도 주인공 뺨치는 콤보 어택을 펼치면서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오죽하면 게임오버 중 ‘난이도를 ‘쉬움’으로 바꾸시겠습니까?’라고 메뉴가 따로 튀어나올 정도다.
▲ 다 드루와! 드루와봐!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그러나 현실은 무한 재도전...
이런 어려움에도 전투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성장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투를 반복하면 경험치를 얻어서 능력치를 올리거나 새로운 액션을 익힐 수 있는데, 이때 보이는 변화가 확 느껴진다. 특히 육성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액션은 대부분 유용한 편이라, 존재 유무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 달라지게 된다. 가령, 최대 3연타까지 가능했던 기본 공격이성장에 따라 4연타까지 늘어나거나, 잠시 기를 모아서 적을 내동댕이치는 ‘래리어트’, 적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 칼이나 무기가 튕겨져 나가는 흡사 ‘금강불괴’를 연상시키는 패시브 효과도 익힐 수 있다.
▲ 육성을 할수록 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
이 외에도, ‘도지마의 용’처럼 특수 ‘스타일’은 ‘마지마 고로’와의 인물을 통해서만 성장시킬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다. 10년 전의 강력함을 되찾는다는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거는 ‘마지마 고로’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전투를 이어나가다 보면 최강의 ‘스타일’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외의 '조력다'다. 여기에 틈틈이 캬바레 걸 혹은 아이돌로 분장하는 등 기상천외한 개그까지 덤으로 보여줘 유쾌함까지 더한다.
▲ 초반에는 부담스럽지만...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나중에는 '마지마'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서브 콘텐츠의 즐거움... 끝없이 파고드는 재미가 있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방대한 ‘서브 콘텐츠’로 유명하다. 미니게임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기, 볼링, 당구 외에도, 유흥가를 무대로 한 작품답게 캬바레 클럽과 도박, 쇼펍 등 다채로운 밤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맵을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는 ‘서브 스토리’는 밤의 거리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용과 같이 극’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큰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미니게임만 해도, 바둑, 장기, 주사위 놀이, 노래방, 캬바레 클럽, 볼링, 포켓서킷 등 즐길거리가 수두룩하다. 특히 이런 미니게임이 단순히 1회성에 끝나는게 아니라 다양한 수집 요소나 달성 목표가 있어서 본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각 콘텐츠마다 확실히 보여준다.
▲ 미모의 여인과 술을 나누는 '캬바레 클럽'은 건재하다
▲ 이게 모두 돈입니다 여러분...
마치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처럼 진행되는 ‘캬바레 클럽’에서는 아름다운 미녀들과 술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호감도를 올리는데 열중하고, 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는 ‘곤충여왕 메스킹’은 다른 사람과의 대전 외에도, 좋은 ‘메스킹’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 거리의 바닥을 구석구석 찾아야 한다. 콘텐츠 양으로 따져봤을 때, 미니게임 하나 하나가 간단한 캐주얼게임 수준의 길이를 가진 것이다.
▲ 너무 비장한 나머지 할말을 잃었다
▲ '메스킹' 카드를 모으는 재미도 나름 쏠쏠한 편
▲ 아니야... '야쿠자'라고...
미니게임 외에도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별한 ‘서브 스토리’도 경험할 수 있다. 길을 가던 도중에 ‘키류’에게 뜬금없이 병원비를 내놓으라고 공갈치는 ‘공갈범’부터, 갑자기 ‘보이스 피싱’을 시도하는 사람들, 심지어 이상한 물건을 강매하려는 일당들까지 등장한다. 스토리 자체는 본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이런 서브 스토리에서 간혹 특별한 보상도 받을 수 있어 쏠쏠하다.
가장 큰 장점은, 이런 ‘서브 콘텐츠’만으로도 육성에 필요한 경험치나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자금까지 모두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게임 안에서 이야기는 진행하지 않고, 다른 콘텐츠를 즐기면서 놀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궁극의 유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 치한으로 오해받다가, 바로 태세전환하는 못되게 생긴 여자
▲ 이미 조직의 흥망따윈 안중에도 없는 진정한 놀이꾼 '키류'
야쿠자 역할도, 노는 재미도 모두 대만족
‘용과 같이 극’을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었다. 아무래도 일본 야쿠자를 소재로 한 게임이기 때문에, 국내 유저에게는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직접 해보니, 그런 불안감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우선 게임에서 보여주는 스토리와 액션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스토리는 마치 드라마처럼 몰입도 있게 진행되고, 인물 묘사도 섬세하다. 전투도 차세대 그래픽으로 연출과 타격감 모두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을 도입해 원하는 액션을 고르는 재미를 더했다. 이런 점에서 ‘용과 같이 극’의 완성도는 이전작을 리메이크했다기보다는 신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 액션게임으로서의 기본기는 정말 탄탄하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여기에 ‘서브 콘텐츠’는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옆길로 샜다가, 나중에는 본편은커녕 서브 콘텐츠만 하느라 시간을 다 소비할 정도다. 덩치 큰 야쿠자가 노래방에서 추임새 넣으면서 노래에 굵은 목소리로 호응하고, 미니카 레이싱 코스에서 기합을 외치는 장면은 아직도 떠올릴 때마다 큰 웃음을 줄 정도다.
이처럼 ‘용과 같이 극’은 그야말로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야쿠자’나 일본 문화가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불안감을 이기고 이 게임을 잡는다면 확실한 ‘궁극의 유희’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진정 놀고 싶다면, 이번 작품... 추천합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