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의 땅 '머드'에서 테라 'VR'로, 김지호 PD의 도전
2016.07.19 10:32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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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PC통신 시절을 거쳐온 게이머라면, 국산 MUD(Multi User Dungeon)게임 ‘단군의 땅’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픽이랄 것도 없는 텍스트로 구성된 화면에, 직접 모든 행동을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 고전 중의 고전 게임. 그럼에도 전성기 시절에는 동시접속자가 수백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다.
‘단군의 땅’은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인 카이스트 출신 괴짜들의 작품이었다. 이들은 MUD에 그치지 않고 최초의 국산 웹게임 ‘아크메이지’를 만드는 등 도전을 이어나갔다. 어떠한 이윤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재미를 쫓은 결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지호 PD가 있었다.
▲ '테라' VR 액션RPG '프로젝트 제로'를 이끄는 1세대 개발자 김지호 PD
94년 처음 업계에 발을 들여 ‘단군의 땅’과 ‘아크메이지’를 개발했고, 이후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여성용 게임 ‘얼터라이프’를 만들었으며, SK로 자리를 옮겨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모사하는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이후 잠시 자신만의 회사를 차려 페이스북 소셜게임 ‘플레이가든’을 만들었다가, 넷마블에 투신하기도 했다.
20년 경력의 개발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도전의 연속,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블루홀에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PD가 이끄는 ‘프로젝트 제로’는 블루홀 대표작 ‘테라’를 계승한 1인칭 액션RPG로, 이동부터 공격까지 모든 행동을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여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 '테라' VR은 공격과 이동까지 전부 유저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출처: 블루홀)
패러다임이 바뀐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이어 VR로 만나는 ‘테라’
“이제껏 업계에 머물려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두 번 봤습니다. 첫 번째는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었고, 두 번째는 모바일의 등장이었죠. 그리고 다가올 세 번째 미디어가 바로 VR이라 봅니다. VR은 ‘내가 다른 세계에 직접 들어간다’는, VR만이 가능한 강력한 체험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 하드웨어 개선이 많이 이루어져야겠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언제나 한발 앞서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해온 그가 새로운 먹거리로 VR을 택했다. 김지호 PD가 VR에 눈독을 들인지는 어느덧 10년이 되었다고. “2006년에 SK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다분히 VR스러운 기획이었어요. 덕분에 VR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쉽사리 게임에 접목하기 어려운 기술이었죠.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 펀딩 이후에야 VR게임을 위한 토양이 마련됐습니다”
“이제껏 업계에 머물려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두 번 봤습니다. 첫 번째는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었고, 두 번째는 모바일의 등장이었죠. 그리고 다가올 세 번째 미디어가 바로 VR이라 봅니다. VR은 ‘내가 다른 세계에 직접 들어간다’는, VR만이 가능한 강력한 체험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 하드웨어 개선이 많이 이루어져야겠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언제나 한발 앞서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해온 그가 새로운 먹거리로 VR을 택했다. 김지호 PD가 VR에 눈독을 들인지는 어느덧 10년이 되었다고. “2006년에 SK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다분히 VR스러운 기획이었어요. 덕분에 VR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는데 당시에는 쉽사리 게임에 접목하기 어려운 기술이었죠. 2012년 ‘오큘러스 리프트’ 펀딩 이후에야 VR게임을 위한 토양이 마련됐습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비로소 '테라' VR을 개발할 토양이 마련됐다
(사진출처: 오큘러스VR)
김지호 PD가 블루홀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말, VR게임 개발이 가능한 곳을 물색하던 차에 마찬가지로 VR에 의욕적이던 블루홀과 만나 의기투합했다. 블루홀 VR팀은 아직 한창 인재를 모집하는 중이라 ‘프로젝트 제로’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지만 ‘하드웨어 한계 내에서 최상의 VR경험을 주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고.
전인미답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VR 액션RPG 개발이 그리 순탄할 리가 없다. 김 PD는 “VR이라 하면 영화 ‘매트릭스’처럼 뭐든지 가능할거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발을 해보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재미있는 것과 몹쓸 것이 섞여있어요.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겠구나 이런 예측이 전혀 안 됩니다. 기존 개발 문법은 아무것도 통하지 않아요”라고 토로했다.
▲ 이런 걸 기대했다면 아쉽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도, 개발 프로세스면에서도 무리다
(사진출처: 워너 브라더스)
MMORPG ‘테라’와 VR ‘테라’는 다르다, 밑바닥부터 새롭게 “VR를 위한 개발 문법을 처음부터 확립해나가야 합니다. 화면에 아이콘을 배열해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사물로 보여줘야 하고, 마우스로 칼을 끌어다 장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을 뻗어서 쥐어야 하죠. RPG하면 성장, 장비 획득, 탐험 등 구성 요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걸 기존 방식 그대로 VR에 적용할 수가 없어요. 캐릭터 육성은 어떻게 하지? 장비는 어떻게 얻지? 그것보다 일단 어떻게 움직이지? 고민투성이죠”
김지호 PD는 VR게임 개발에 첫째이자 가장 큰 난관으로 ‘이동’을 꼽았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소가 VR에서는 곤혹스러운 장애물이 됐다. 캐릭터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확보할 수 있는 실제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냥 키보드나 게임패드 같은 컨트롤러로 움직이는 방법도 있지만, 김 PD는 “그건 VR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호 PD는 VR게임 개발에 첫째이자 가장 큰 난관으로 ‘이동’을 꼽았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소가 VR에서는 곤혹스러운 장애물이 됐다. 캐릭터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확보할 수 있는 실제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냥 키보드나 게임패드 같은 컨트롤러로 움직이는 방법도 있지만, 김 PD는 “그건 VR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VR은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조차 큰 난관이다, 사진은 전후진이 가능한 VR FPS '파포인트'
(사진출처: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VR에 몰입한 상태에서 모션 트래킹이 아니라 컨트롤러 조작으로 시야가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에요. 좌우 이동도 쉽지 않고 회전이라도 했다간 그야말로 죽음이죠. 그나마 전진 후진 정도가 멀미가 덜합니다만 활용도가 너무 낮죠.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 VR게임은 텔레포트(원하는 지점을 선택해 순간이동)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제대로 된 RPG 구현이 어려워요”
‘프로젝트 제로’ 또한 이동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던한 연구와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VR게임 개발만의 특징(?)을 발견했는데, 무조건 일정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이나 시야를 시험해본 후에는 무조건 북받치는 구역질을 억누르기 위해 잠시 쉬어줘야 한다고. 아무리 강행군을 펼치고 싶어도 도저히 방법이 없단다. 김 PD는 “안 좋을 점을 점점 개선해가는 과정이니까 어쩔 수 없죠”라며 웃었다.
이처럼 VR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인칭이 적합할 듯 한데, 김 PD는 의외로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가 접한 최고의 VR게임 중 하나로 3인칭 플랫포머 ‘럭키테일’를 꼽으며 마치 피규어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라 묘사했다 이외에도 리듬게임 오디오 쉴드’, 퍼즐게임 ‘판타스틱 컨트랩션’, 잠입게임 ‘버젯 컷’이 훌륭한 체험을 제공한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체험에 어울리는 구성을 취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 김지호 PD가 추천한 1인칭 VR게임 '버젯 컷', 혹시 '테라' VR에 대한 힌트가 될지도?
(사진출처: 니트 코퍼레이션)
대세가 된 후에는 늦다, ‘테라’ VR 개발은 지금이 적기
김지호 PD가 추천한 작품들은 아쉽지만 모두 해외에서 만들어진 VR게임이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VR콘텐츠 개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김 PD는 “사실상 국내 VR시장이랄게 없어요. 현재로서는 ‘스팀’ 혹은 ‘오큘러스’ 스토어에 입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리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수익성이 부족하죠. 올해 국내 VR 보급률이 PC, 콘솔 다 합쳐서 100만 대쯤 될 전망인데, 이 10배는 되야 기업 입장에서 유의미한 플랫폼이에요. 그러니 다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라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이야말로 VR게임에 도전해야 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크게 일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출발선상에 자리를 잡으라는 것. “앞서 얘기했듯 VR게임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개발 문법이 필요한 분야에요. 이러한 경험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을 바라보고 투자를 해야 패러다임이 변화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게임 업계를 되돌아오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융성하던 기업이 무너지고 신흥강자가 들어섰다. 아무리 기존 개발 문법을 탄탄히 쌓아놓더라도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이라는 방증이다. 김 PD는 “VR이 대세가 된 후에 진입해서는 늦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호 PD가 추천한 작품들은 아쉽지만 모두 해외에서 만들어진 VR게임이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VR콘텐츠 개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김 PD는 “사실상 국내 VR시장이랄게 없어요. 현재로서는 ‘스팀’ 혹은 ‘오큘러스’ 스토어에 입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리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수익성이 부족하죠. 올해 국내 VR 보급률이 PC, 콘솔 다 합쳐서 100만 대쯤 될 전망인데, 이 10배는 되야 기업 입장에서 유의미한 플랫폼이에요. 그러니 다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라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이야말로 VR게임에 도전해야 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크게 일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출발선상에 자리를 잡으라는 것. “앞서 얘기했듯 VR게임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개발 문법이 필요한 분야에요. 이러한 경험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을 바라보고 투자를 해야 패러다임이 변화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 게임 업계를 되돌아오면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융성하던 기업이 무너지고 신흥강자가 들어섰다. 아무리 기존 개발 문법을 탄탄히 쌓아놓더라도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이라는 방증이다. 김 PD는 “VR이 대세가 된 후에 진입해서는 늦다”라고 강조했다.
▲ 이미 전파인증 단계에 돌입한 VR기기들, 국내에도 VR시대 개막이 멀지 않았다
(사진출처: HTC, 오큘러스VR)
‘테라’ VR은 속전속결로, 사용자와 소통하며 완성해가는 게임
다만 그렇다고 ‘프로젝트 제로’ 개발을 5년씩 끌겠다는 것은 아니다. VR은 실사용자와 소통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기술인 만큼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한다. 일단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면 ‘앞서 해보기(Early Access)’로 출시한다는 것이 김지호 PD의 목표다. VR은 아직 개발 환경이 체계화되지 않은 만큼 무작정 인원을 늘리기보단 소수정예로 똘똘 뭉쳐 개발에 임하겠다고.
끝으로 “프로젝트명을 ‘제로’라 지은 것은 아직 1.0이 되지 못한 ‘미생’이란 의미입니다. 그만큼 VR게임 개발은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죠. 설령 VR를 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알 수 없는 미래에 열린 마음으로 함께 도전할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라며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 주인공이 된듯한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아가 이 작품을 통해 VR 액션RPG의 개발 문법을 정립하고자 합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프로젝트 제로’ 개발을 5년씩 끌겠다는 것은 아니다. VR은 실사용자와 소통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기술인 만큼 최대한 빨리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한다. 일단 어느 정도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면 ‘앞서 해보기(Early Access)’로 출시한다는 것이 김지호 PD의 목표다. VR은 아직 개발 환경이 체계화되지 않은 만큼 무작정 인원을 늘리기보단 소수정예로 똘똘 뭉쳐 개발에 임하겠다고.
끝으로 “프로젝트명을 ‘제로’라 지은 것은 아직 1.0이 되지 못한 ‘미생’이란 의미입니다. 그만큼 VR게임 개발은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죠. 설령 VR를 해본 경험이 없더라도, 알 수 없는 미래에 열린 마음으로 함께 도전할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라며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 주인공이 된듯한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아가 이 작품을 통해 VR 액션RPG의 개발 문법을 정립하고자 합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 '테라' VR은 '앞서 해보기(Early Access)' 형태로 빨리 선보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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