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떠나버린 사람없는 우주, 노 맨즈 스카이
2016.08.23 18:22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노 맨즈 스카이' 메인 이미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우주를 탐험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끝을 모르는 방대한 우주를 여행, 지구와는 다른 별에서 만나는 미지의 존재... 근데, 이런 상상을 게임에 고스란히 구현해낸 작품이 올여름 나왔다. 바로 지난 8월 9일(월), 출시된 어드벤처게임 ‘노 맨즈 스카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노 맨즈 스카이’는 영국 인디 개발사 헬로게임즈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출시 전부터 인디게임 치고는 높은 완성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전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서 선보인 1,800경 개에 달하는 방대한 우주, 미지의 행성에서 펼치는 모험, 그리고 우주에서 펼치는 거대한 함대전 등은 당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본 기자 역시, 이런 매력적인 세계관에 푹 빠져버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서 게임이 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체하지 않고 그 방대한 우주를 향해 몸을 던졌다.
▲ '노 맨즈 스카이'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눈과 귀 모두 만족시키는 ‘이색 우주 여행’
드넓은 우주를 탐험하는 재미야말로, 이번 ‘노 맨즈 스카이’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알고리즘을 통해 무한에 가깝게 생성된 광활한 우주, 행성마다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환경과 동식물, 독특한 외형을 지닌 외계인과의 만남 등 우주 탐험에서 꿈꾸던 거의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다.
‘노 맨즈 스카이’에서 플레이어는 낯선 행성에 조난된 주인공의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우주선 잔해 주위에 있던 인공지능 ‘아틀라스’의 도움으로, 플레이어는 행성 주변의 자원을 수집해 부서진 우주선을 수리하게 되고, 이후 잃어버린 동료를 찾고, 인공지능 ‘아틀라스’가 언급한 창조의 기원에 대해 알아내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서게 된다.
▲ 외딴 행성에서, 플레이어는 조난된 채 깨어난다
▲ 은하수 중심을 향한 기나긴 여정에 나서보자!
게임 기본 틀은 SF판 ‘마인크래프트’ 혹은 3D판 ‘스타바운드’를 떠올리면 쉽다. 처음에는 지상에서, 나중에는 우주 단위로 열심히 자원을 끌어 모으고, 점차 더 멀리 여행하기 위한 장비 제작과 업그레이드를 하게 된다. 이후 처음 시작 위치를 기점으로, 주위 항성계를 탐사하며 행동 반경을 넓혀가는 게 주된 플레이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방문하는 다양한 환경의 행성에서 탐험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이번 작품 최대 매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세계관은 다른 샌드박스게임과 비교하더라도 뛰어난 편에 속한다. 무려 1,800경개에 달하는 행성은 삼림, 황무지, 설원, 바다 등 모두 고유한 환경을 선보이며, 그 지형도 높은 산맥부터 비정상적으로 꼬여있는 협곡까지 천차만별 다르다. 때로는 지하 깊숙한 곳까지 이어지는 지하동굴도 발견되어, 플레이어의 탐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여기에 먼저 도착한 외계 종족들이 세운 ‘거점’과 고대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적지인 ‘모노리스’도 존재한다. ‘거점’에서는 외계인 NPC와 만나 새로운 강화 파츠 도면을 받을 수 있으며, ‘모노리스’에서는 고대의 보물이 숨겨진 좌표나, 외계인 세력과 관련된 특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발군이다
▲ 가끔은 외계인이 남긴 고대 유적도 발견할 수 있다
우주로 나가면, 또 다른 이야기와 모험이 펼쳐진다. 자신의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우주선부터, 갑자기 ‘광속 운행’으로 나타나는 우주 함대 선단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마치 ‘스타워즈’의 거대한 ‘데스스타’를 연상케하는 ‘우주정거장’은 플레이어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특히나 그 모양도 방문하는 항성계마다 모두 천차만별이니, 초반부에는 구경만으로도 바쁠 지경이다.
아울러 이런 세계관에 곁들여진 배경음악 연출도 그야말로 일품이다. 우주선을 수리하고 처음으로 대기권을 돌파했을 때는 기대감으로 가득찬 노래가 들려오고, 다양한 생물체가 거주하는 삼림 행성에서는 짐승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웅장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처럼 환경마다 다른 배경음악을 적절히 배치해, 각 환경마다 주는 분위기를 표현해내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우주로 처음 나갔을 때의 짜릿함... 그야말로 역대급!
▲ '데스스타'를 연상케하는 우주 정거장도 볼거리 중 하나
매력적인 세계관에, 탐험하는 즐거움까지 꽉!
구경할 거리로 꽉 찬 ‘노 맨즈 스카이’의 세계관은 초반에 돌아다니는데만 5시간을 소비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이렇게 거대한 세계관을 구현한 게임일수록, 플레이어 피로도가 빠르게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탐험에 다양한 재미 요소를 더해 이런 부분은 미연에 방지했다.
가장 먼저 ‘발견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저 단순히 보물이나 숨겨진 요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행성의 모든 동식물과 바위, 심지어 행성 그 자체와 항성계까지 모두 발견물에 포함된다. 보통 발견물은 초기에 지니고 있는 ‘스캐너’를 이용해 조사하거나, 해당 지역에 도달하면 정보를 획득하게 되고, 만약 최초 발견자라면 그 정보가 플레이어 이름으로 도감에 등록된다.
▲ 탐험 중 발견한 물품은 도감에 등록된다
‘발견물’의 최초 발견자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발견물’에 보고할 때, 그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권리다. 나중에 이름을 변경해서 보고하면 그 이름이 해당 사물에 모두 적용되어, 나중에 다른 플레이어가 보더라도 그 이름으로 나타난다. 간단한 예로, 발견한 행성 이름을 ‘게임메카’라고 쓰고 보고하면, 그대로 ‘게임메카’ 행성이 된다는 소리다.
조금 더 세계관에 대한 탐구를 원하는 사람은 고대 유적인 ‘모노리스’를 찾으러 다니면서, 게임 내 등장하는 종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다. ‘모노리스’를 발견하면 해당 세력의 평판이 일정 수준 오르며, 때로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배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처음에는 외계어처럼 들리던 말도 나중에는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익힐 수 있다.
▲ 이 바위는 이제부터 '게임메카'입니다...!
▲ 고대의 유물로부터는 외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가끔은 무너진 거점에서 특별한 장비 업그레이드 도면을 습득하거나, 인벤토리를 늘려주는 보너스를 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에서 선보이는 ‘탐험’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행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게 만들 명분을 제공한다.
탐험에 긴장감 더하는 전투, 어디에도 없었다
‘노 맨즈 스카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탐험’의 재미는 수준급이다. 그렇다면 이런 ‘탐험’ 중에 방문한 낯선 환경에서 벌어질 ‘전투’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만약, 영상에서 보여준 긴박감 넘치는 전투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 기대를 접어라. 실제 게임에서 선보이는 ‘전투’는 오히려 게임의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투’는 크게 ‘지상’과 ‘우주’로 나뉜다. 먼저 지상에서는 대부분 호전적인 생물 혹은 주위 생태계를 감시하는 ‘센트리’와의 전투가 주를 이룬다. 아마 야생을 탐험하는 중에 동물에게 공격을 받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 광경은 펼쳐지지 않는다.
일단 동물의 전투 패턴이 아주 단순하다. 처음 동물과 조우했을 때만해도, 이들이 가시를 뱉을지, 아니면 독 구름을 내뿜을지 두려워서 건들지 않았지만, 생김새와는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동물이 몸집이 크건, 작건, 전투 중에는 ‘몸통박치기’만 한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높은 장소에서 공격하면 그냥 무력하게 쓰러지기 일쑤다. 그나마 행성을 순찰하는 ‘센트리’는 대등하게 겨룰만한데, 주위 생태계를 과도하게 파괴하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아서 굳이 싸울 이유도 없다.
▲ 큰놈이든, 작은 놈이든 공격은 '몸통박치기'만 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센티넬'도 과도한 생태계 파괴만 안한다면야, 싸울 일이 없다
‘우주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우주 해적’과의 소규모 교전만 간간히 벌어질 뿐, 영상에서 보던 대규모 함대전은 찾아볼 수 없다. 전투 자체도 뛰어난 컨트롤을 요구하기보다는, 단순한 아케이드 슈팅게임에 가까워 큰 만족감을 주지도 않는다. 나중에 우주선을 바꾸거나 개조하더라도 크게 전투에 큰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도 역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다.
전투 자체에서 큰 매력이 없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불편한 인터페이스마저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전투 중 보호막을 충전하고, 무기 탄약을 채우기 위해서 일일이 인벤토리를 열어서 장비에 연료를 넣어야 한다는 점은 큰 고역으로 다가왔다. 특히 인벤토리를 열어놔도 시간이 실시간으로 흐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어버리면 바로 게임오버 화면이 반겨주기 때문에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처럼, 전투 부문에서는 여러모로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 내심 이런걸 기대했는데...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막상 해보면 '우주전'도 별거 없다
돈을 벌어도, 쓸 곳이 없네
이렇게 방대한 세계관을 누비다 보면, 때로는 단순히 발견물에 이름을 새기는 행위를 넘어 나만의 건축물을 건설하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외계인들과 교류하는 거상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 맨즈 스카이’에서는 이런 부분을 충족시켜줄 생활 콘텐츠가 전무하다. 실제로 후반부에는 돈과 자원을 넉넉하지만 이를 투자하거나, 사용할 장소가 별로 없다. 그나마 남은 돈으로 ‘우주선’을 구매해보거나, 장비 강화 혹은 연료를 구매하는데 쓸 뿐이다.
▲ 열심히 자원을 모아 돈을 벌어도...
▲ 딱히 구매할만한 물품도 없다
▲ 우주선도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바꾼다
자본을 밑천 삼아서 큰 돈을 만져보려고 해도, 게임에 구현된 ‘교역’도 자원을 사고 파는 수준으로만 구현됐다. 운만 좋다면 항성계마다 시세 차익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발견물’ 보고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다. 더군다나 항성계를 돌아다니려면 ‘워프셀’이라는 특수한 연료가 필요한데, 그 가격을 빼고 나면 그야말로 발톱의 때만큼만 남게 된다.
물론, 앞으로 ‘노 맨즈 스카이’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하우징’ 요소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만 봤을 때는 조금 더 플레이어가 세계관에 몰두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역을 꾸밀 수 있는 ‘생활 콘텐츠’가 절실한 상황이다.
드넓은 우주 구현했지만, 채워 넣을 콘텐츠 까지는 담지 못했다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만 해도, 이번 ‘노 맨즈 스카이’가 수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할수록 그 재미는 반복되는 플레이에 퇴색되고 말았다. 무려 1,800경개에 달하는 행성과 제각각 보여주는 고유한 환경을 선보였음에도, 결과적으로 ‘탐험’ 하나만으로 이 거대한 작품을 이끌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방대하지만, 얇은 콘텐츠의 깊이는 결국 플레이어에게 ‘지루함’과 ‘피로도’만을 남기고 말았다. 실제로 전투와 상업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예고했지만, 결과적으로 일회용 콘텐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진짜 구경하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우주 탐험’만 남은 셈이다.
물론, 아직 ‘노 맨즈 스카이’가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추후 업데이트 내역 중에는 자신의 거점을 만드는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될 예정이다. 다만, 지금 나온 걸로 봤을 때, 만약 당신이 방대한 우주에서 깊이 있는 모험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작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 방대한 우주를 그려내도, 채워넣은 콘텐츠는 조금 아쉬운 편
▲ 앞으로 더 나아질 '우주 모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