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벗기지 마! 있는 그대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TOP5
2016.10.13 20:36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누리꾼 사이에선 여성 캐릭터 묘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종래의 여성 캐릭터가 예쁘장한 외모에 야한 옷을 입고 남성 주인공을 보조하는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보다 현실적이고 주체적이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여성 게이머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섹스어필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오릅니다. 인간의 본능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겠습니다만, 서브컬처계에 소위 ‘비니키 아머’가 등장한 것은 이즈음부터죠. 아무래도 주소비층인 남성의 취향을 중시하다 보니 여성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어져 왔죠.
먼저 변화에 나선 것은 북미와 유럽 게임업계였습니다. 아무런 당위도 없이 헐벗은 여성 캐릭터에게 옷을 입혀주고, 보다 폭넓은 연령대와 인종을 표현하기 시작했죠. 반면 서브컬처계 전반에 에로티시즘 문화가 뿌리깊은 일본과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등은 여전히 이러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회에는 섹스어필 없이도 매력적인 게임 속 여성 TOP5를 꼽아봤습니다.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섹스어필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오릅니다. 인간의 본능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겠습니다만, 서브컬처계에 소위 ‘비니키 아머’가 등장한 것은 이즈음부터죠. 아무래도 주소비층인 남성의 취향을 중시하다 보니 여성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어져 왔죠.
먼저 변화에 나선 것은 북미와 유럽 게임업계였습니다. 아무런 당위도 없이 헐벗은 여성 캐릭터에게 옷을 입혀주고, 보다 폭넓은 연령대와 인종을 표현하기 시작했죠. 반면 서브컬처계 전반에 에로티시즘 문화가 뿌리깊은 일본과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 등은 여전히 이러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회에는 섹스어필 없이도 매력적인 게임 속 여성 TOP5를 꼽아봤습니다.
5위 페이스(미러스 엣지 카탈리스트), 섹스심벌의 틀 너머로 달려간 러너
▲ '봉선스 엣지'라 부르지 마시라 '페이스 코너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가장 먼저 소개할 캐릭터는 ‘미러스 엣지 카탈리스트’의 러너 ‘페이스 코너스’입니다. 러너(Runer)란 말 그대로 도시의 마천루를 두 발로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나르거나 어딘가에 몰래 침입하는 등 법망을 벗어난 존재이죠. 게임의 무대인 글래스 시티가 엄격한 정부 통제로 자유를 옥죄는 사회이다 보니 일종의 ‘의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평화시위를 주도한 부모님이 총살당하는 것을 목도한 ‘페이스’는 홀로 살아남아 강인하고 독립적인 러너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건 달리기를 하고 있죠.
‘페이스’는 여느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형 캐릭터가 아닙니다. 러너 활동에 적합한 활동적인 복장과 짧은 머리칼,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선이 굵은 인상까지 여러모로 미소녀와는 거리가 멀어요. 이 때문에 국내에선 한때 ‘봉선스 엣지’라는 해당 연예인에게나 캐릭터에게나 바람직하지 못한 별명이 돌기도 했습니다만. 여기에는 그녀가 단순한 섹스심벌이 아닌 저항의 아이콘이 되길 바라는 개발진의 바람이 담겨있답니다. EA처럼 거대 게임사가 이처럼 선도적인 시도를 한 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4위 오가미 사쿠라(단간론파), 미소녀 총본산 일본이 낳은 이색 여고생
▲ 이정도는 되어야 초고교급 격투가 '오가미 사쿠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음은 ‘단간론파: 희망의 학교와 절망의 고교생’에 등장하는 초고교급 격투가 ‘오가미 사쿠라’입니다. 건장한 체격과 강인한 눈빛, 전신의 흉터와 붕대까지 한눈에 보아도 고도로 단련된 인물임을 알 수 있죠. 미국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대회에 진출해 여성부 챔피언에 올랐고 이제껏 400회가 넘는 대련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았답니다. 근육을 다지기 위해 단백질보충제를 수시로 먹는데 감기에 결려도 약 대신을 쓸 정도로 몸매(?) 관리에 열심이에요.
험악한 겉모습만 봐서는 주인공을 막아서는 악역 졸개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힘 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경멸하는 올곧은 무인입니다.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내걸 정도로 신의도 깊죠. ‘오가미 사쿠라’의 행적은 게임의 중요한 반전이므로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그녀가 ‘단간론파’에서 단연 입체적이며 인상적인 존재임은 확실합니다. 미소녀 문화의 총본산 일본에서 이색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3위 첼(포탈), 성별이 아닌 행동으로 스스로를 정의한 과묵한 주인공
▲ 세상만사는 의지의 문제임을 몸소 입증하는 '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어서 ‘포탈’ 시리즈의 주역 ‘첼’입니다. 개발사 벨브의 또 다른 간판 캐릭터 ‘고든 프리먼’과 마찬가지로 대사가 한 줄도 없는 과묵한 주인공이죠. 과학 연구소 ‘애퍼쳐 사이언스’에 근무하는 부모님을 따라 견학 왔다가, 미친 AI ‘글라도스’가 벌인 살인극에 휘말려 온갖 고생을 합니다. ‘글라도스’는 사람들을 재워놓고 한 명씩 꺼내 죽음의 실험을 벌이는데, 생존자 ‘더그 랫맨’이 몰래 ‘첼’을 명단 맨 앞에 놓아 둘의 대결을 유도합니다. ‘랫맨’이 주목한 ‘첼’의 성격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은 고집이 굉장히 강함. 절대 포기하지 않음. 절대로”
포기를 모르는 의지의 ‘첼’은 ‘랫맨’이 의도한 데로 ‘글라도스’의 살인 함정을 돌파하여 활로를 찾아갑니다. 벨브가 의도적으로 캐릭터성을 희석시켜놓아 플레이어의 행동이 곧 ‘첼’을 정의하게 되죠. 엔딩을 향해 우직하게 달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가 활동적이며 영리하고 지치지 않는 인물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어떤 점에선 ‘고든’의 여성버전 같기도 하고요. 애초에 게임에 나오는 유일한 인간이다 보니 남성에게 의존하거나 섹스어필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일본과 브라질계 혼혈을 모델로 삼은 개성적인 외모도 눈길을 끕니다.
2위 자리야(오버워치), 상남자란 표현을 뒤집어엎은 강한 여성의 선봉
▲ 다부진 어깨에서 느껴지는 러시아의 기상 '자리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요즘 ‘강한 여성’ 트렌드를 주도하는 캐릭터하면 역시 ‘오버워치’의 ‘알렉산드라 자리야노바’죠. 195cm에 달하는 거구에 울퉁불퉁한 팔 근육, 짧게 쳐올린 투블럭 헤어스타일과 이마에 십자 흉터가 매우 강렬합니다. 뿐만 아니라 온 몸을 감싸는 튼튼한 파워아머와 거대한 입자포까지 FPS 속 여성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과 정면으로 배치되죠. 이 때문에 실루엣이 선행 공개됐을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연남성일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자 모두들 뒤집어졌죠.
‘자리야’는 본래 전도유망한 역도 선수이자 보디빌더였지만, 기계의 반란 ‘옴닉 사태’가 벌어지자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모든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군에 투신했답니다. 행동에 절도가 베어있고 승리 포즈로 근육은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죠. 트레이드마크인 “아곤! 빠가또!”도 본래 군에서 쓰는 표현이에요. 완전히 대놓고 ‘상남자스러운’ 설정이지만 블리자드는 여기에 여성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융화시켰습니다. 가장 멋진 점은 ‘자리야’가 스스로의 매력에 200%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며 작중 아무도 그녀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1위 사무스 아란(메트로이드), 80년대 게임업계 편견 깨부순 원조 우주영웅
▲ 역삼각형 파워드 슈트에 여성이 들어 있을 줄은… '사무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을 장식할 캐릭터는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사무스 아란’입니다. 어릴 적 우주해적에게 부모님을 잃고 외계인의 손에 자랐으며, 이들에게 각종 생존기술과 특별한 파워드 슈트를 계승 받았죠. 처음에는 재주를 살려 은하연방 경찰로 근무하다 시리즈가 지나며 권력 상층부와 사이가 틀어져 프리랜서로 전향합니다. 나름 몇 차례나 범우주적 사건을 해결한 능력자인지라 해외에서는 ‘마스터 치프’와 ‘아이작 클라크’ 등 쟁쟁한 슈트 가이와 동급으로 쳐주는 우주영웅이죠. 사실 등장 년도로 따지면 ‘마스터 치프’가 아니라 ‘둠가이’보다도 10년 앞선 대선배입니다만.
보통 게임 속 여성 캐릭터는 부득불 갑옷을 걸치더라도 어딘가 허전해(…)보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사무스’의 파워드 슈트는 역삼각형 상체에 거대한 헬멧까지 여성적인 굴곡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메트로이드’가 처음 나온 80년대에는 남성이 주인공인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던 시기라 아무도 그녀의 진짜 성별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엔딩에서 처음으로 슈트를 벗자 그제야 다들 까무러친 거죠. 외계행성을 누비며 괴물의 엉덩이를 걷어차던 ‘사무스’가 여성이라는 반전은, 액션게임 주인공은 반드시 남성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더없이 효과적이었죠. 즉, 훗날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준 장본인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