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사이코?, 앨리스!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2001.02.02 11:01이형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디즈니 버전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한 만화, 영화, 소설 및 동화는 게임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들은 대개 얼마나 원작에 충실한가 하는 것에 평가의 잣대가 주어졌다. 그러나 꼭 원작 그대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디자이너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원작을 재해석한 그런 게임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발매된(해외 기준) ‘앨리스’는 그러한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될 것이다.
설마 그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게임 앨리스는 이 귀엽고 깜찍한 판타지의 세계를 괴기스럽게 비틀어놓고 있다. 아니, 단순히 파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인 각색으로 새롭게 태어나 게이머들을 환상(?)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제작사인 로그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 깨진 거울 앞에 데려다놓고 거기 비치는 잔뜩 일그러진 모습을 스케치해 게임을 제작한 듯하다.
게임에서 앨리스의 가족은 그녀가 어렸을 때 갑작스러운 화재사고로 모두 죽게 된다. 그로 인해 정신분열 증세가 생긴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다. 공포감을 떨쳐버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서서히 미쳐간다. 어느날 앨리스는 시계를 찬 토끼(원작은 귀엽지만 게임에서는 굉장히 험악하게 묘사된다)를 따라 공포와 위험에 가득 찬 환상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이곳은 앨리스가 예전에 경험했던 경이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다. 심기가 비틀어진 트럼프의 여왕은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즐긴다. 여왕의 취미는 살인과 고문. 앨리스와 시계를 찬 토끼를 비롯해 고양이 카터필러, 모크 터틀 등 원작에서 친숙해진 모든 캐릭터들은 기괴하고 공포스런 모습으로 바뀐 채 게이머를 반긴다.
3D 그래픽과 게임성은 충격 그 자체다
3인칭 액션 어드벤처인 앨리스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환상적인 3D 그래픽이다. 플레이한 지 1∼2분만에 앨리스는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놀라운 그래픽으로 필자를 게임에 깊이 몰입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부의 그래픽은 시작에 불과하다. 플레잉 타임 1∼2시간째에 접어들면서는 처음의 놀라움이 감동으로 바뀔 지경이다. 퀘이크 3 엔진으로 제작된 앨리스는 게이머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극치에 이른 정교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확실히 로그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앨리스의 3D 그래픽이 이 정도로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탁월한 시각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그래픽 기술과 결합되어 앨리스가 여행하는 환상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앨리스가 약을 먹고 조그맣게 변했을 때 게이머는 자신이 정말로 작아졌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발에 밟히던 버섯들은 어느새 거인들처럼 거대해져 앨리스를 위압한다. 춤을 추듯 흔들리는 거대한 성의 이미지와 주위 배경을 구성하는 4차원의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텍스처의 연속 사용은 대단히 역동적이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조그만 집들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핏줄이나 혓바닥처럼 생긴 구조물들의 움직임은 게임을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공중에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지만 눈 딱 감고 앞으로 걸어가면 발밑에 다리가 놓이기도 한다(왕년의 고전 명작 ‘페르시아 왕자’에서 쓰였던 트릭이다. 대선배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현일까?).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게이머들은 더 많은 놀라운 이벤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앨리스의 싱글플레이는 이렇게 깊은 몰입감을 주는 여러 장치들의 사용과 정밀한 구성으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그의 게임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항상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상상해왔던 세계, 초현실적인 상상과 현실의 세계 그리고 게임의 세계를 적절히 혼합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독특한 퍼즐 체계와 잔인함의 극치
액션 어드벤처답게 게임 곳곳에 수많은 퍼즐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 퍼즐들은 다른 액션 게임들에 등장하는 것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앨리스의 퍼즐은 대개 ’A로부터 B까지 가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미로와 갈림길을 헤매지는 않으며 길을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과정도 별로 없다. 게이머의 눈앞에 목표지점을 보여주고 거기까지 가는 중간과정에 다시 몇 개의 퍼즐을 준비해두고 있는데, 소리의 음계에 맞춰 문을 열거나 서고에서 책을 찾아 공중에 다리를 놓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리 어렵지 않아 초보자들도 도전해볼만 하지만 그렇다고 매니아들이 유치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즉 적절한 난이도와 구성으로 최대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뛰어난 그래픽은 퍼즐을 푸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체스판 위를 통과하거나 물속을 수영하는 장면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전투에 대해 말하자면 그 횟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단히 화끈하고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화끈함이 지나쳐 대단히 잔인하다. 앨리스는 확실하게 잔인한 게임이다. 목이 잘려나가고 허리가 끊어지며 피를 뿜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드고어(Hard gore) 매니아들에게는 환영을 받을 테지만 국내 심의를 통과하기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들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무기에 따라 강하고 약한 차이가 너무 심하다. 혹 초보자들도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으면 어렵지 않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작사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찌됐든 향후 패치 등을 통해 밸런스를 조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앨리스에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퀘이크 3 엔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의외다. 하지만 앨리스가 툼레이더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네트웍보다 싱글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룬’처럼 액션 어드벤처이면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도 있지만 반드시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훌륭한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앨리스의 싱글플레이를 해보면 왜 이 게임에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깊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싱글플레이는 네트웍에 대한 미련을 갖게 하지 않는다. 앨리스에 불만이 있다면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후속작의 소식을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한 만화, 영화, 소설 및 동화는 게임의 훌륭한 소재가 되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들은 대개 얼마나 원작에 충실한가 하는 것에 평가의 잣대가 주어졌다. 그러나 꼭 원작 그대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디자이너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원작을 재해석한 그런 게임은 없는 것일까? 얼마 전 발매된(해외 기준) ‘앨리스’는 그러한 질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될 것이다.
설마 그 유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게임 앨리스는 이 귀엽고 깜찍한 판타지의 세계를 괴기스럽게 비틀어놓고 있다. 아니, 단순히 파격적이다 못해 엽기적인 각색으로 새롭게 태어나 게이머들을 환상(?)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제작사인 로그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 깨진 거울 앞에 데려다놓고 거기 비치는 잔뜩 일그러진 모습을 스케치해 게임을 제작한 듯하다.
게임에서 앨리스의 가족은 그녀가 어렸을 때 갑작스러운 화재사고로 모두 죽게 된다. 그로 인해 정신분열 증세가 생긴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낸다. 공포감을 떨쳐버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서서히 미쳐간다. 어느날 앨리스는 시계를 찬 토끼(원작은 귀엽지만 게임에서는 굉장히 험악하게 묘사된다)를 따라 공포와 위험에 가득 찬 환상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이곳은 앨리스가 예전에 경험했던 경이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다. 심기가 비틀어진 트럼프의 여왕은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즐긴다. 여왕의 취미는 살인과 고문. 앨리스와 시계를 찬 토끼를 비롯해 고양이 카터필러, 모크 터틀 등 원작에서 친숙해진 모든 캐릭터들은 기괴하고 공포스런 모습으로 바뀐 채 게이머를 반긴다.
3D 그래픽과 게임성은 충격 그 자체다
3인칭 액션 어드벤처인 앨리스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환상적인 3D 그래픽이다. 플레이한 지 1∼2분만에 앨리스는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놀라운 그래픽으로 필자를 게임에 깊이 몰입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초반부의 그래픽은 시작에 불과하다. 플레잉 타임 1∼2시간째에 접어들면서는 처음의 놀라움이 감동으로 바뀔 지경이다. 퀘이크 3 엔진으로 제작된 앨리스는 게이머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극치에 이른 정교함과 화려함을 자랑한다.
확실히 로그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앨리스의 3D 그래픽이 이 정도로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탁월한 시각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그래픽 기술과 결합되어 앨리스가 여행하는 환상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앨리스가 약을 먹고 조그맣게 변했을 때 게이머는 자신이 정말로 작아졌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발에 밟히던 버섯들은 어느새 거인들처럼 거대해져 앨리스를 위압한다. 춤을 추듯 흔들리는 거대한 성의 이미지와 주위 배경을 구성하는 4차원의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텍스처의 연속 사용은 대단히 역동적이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조그만 집들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핏줄이나 혓바닥처럼 생긴 구조물들의 움직임은 게임을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공중에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지만 눈 딱 감고 앞으로 걸어가면 발밑에 다리가 놓이기도 한다(왕년의 고전 명작 ‘페르시아 왕자’에서 쓰였던 트릭이다. 대선배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현일까?).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게이머들은 더 많은 놀라운 이벤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앨리스의 싱글플레이는 이렇게 깊은 몰입감을 주는 여러 장치들의 사용과 정밀한 구성으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그의 게임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항상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상상해왔던 세계, 초현실적인 상상과 현실의 세계 그리고 게임의 세계를 적절히 혼합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독특한 퍼즐 체계와 잔인함의 극치
액션 어드벤처답게 게임 곳곳에 수많은 퍼즐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 퍼즐들은 다른 액션 게임들에 등장하는 것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앨리스의 퍼즐은 대개 ’A로부터 B까지 가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미로와 갈림길을 헤매지는 않으며 길을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과정도 별로 없다. 게이머의 눈앞에 목표지점을 보여주고 거기까지 가는 중간과정에 다시 몇 개의 퍼즐을 준비해두고 있는데, 소리의 음계에 맞춰 문을 열거나 서고에서 책을 찾아 공중에 다리를 놓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리 어렵지 않아 초보자들도 도전해볼만 하지만 그렇다고 매니아들이 유치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즉 적절한 난이도와 구성으로 최대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뛰어난 그래픽은 퍼즐을 푸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체스판 위를 통과하거나 물속을 수영하는 장면들은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전투에 대해 말하자면 그 횟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단히 화끈하고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화끈함이 지나쳐 대단히 잔인하다. 앨리스는 확실하게 잔인한 게임이다. 목이 잘려나가고 허리가 끊어지며 피를 뿜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드고어(Hard gore) 매니아들에게는 환영을 받을 테지만 국내 심의를 통과하기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들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무기에 따라 강하고 약한 차이가 너무 심하다. 혹 초보자들도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으면 어렵지 않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작사의 의도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어찌됐든 향후 패치 등을 통해 밸런스를 조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앨리스에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없다는 사실이다. 퀘이크 3 엔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의외다. 하지만 앨리스가 툼레이더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네트웍보다 싱글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룬’처럼 액션 어드벤처이면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도 있지만 반드시 모든 것을 다 갖춰야 훌륭한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앨리스의 싱글플레이를 해보면 왜 이 게임에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없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깊이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싱글플레이는 네트웍에 대한 미련을 갖게 하지 않는다. 앨리스에 불만이 있다면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후속작의 소식을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