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년 인류 역사의 대서사시(엠파이어 어스)
2001.12.05 20:24윤주홍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이라는 장르 안에서 인류 역사의 50만년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개념은 더 이상 게이머에게 큰 매력으로 어필할만한 장점은 못될 것이다. 게이머는 어느 장르에서나(특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선) 선구적인 역할을 주도한 게임만을 기억하며 동종의 같은 개념을 추구하는 종류라면 ‘아류작’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불편한 자세로 게임을 조목조목 살펴보는 것이다.
역사를 재현하는 RTS 게임의 선두주자는 분명 게이머의 머리 속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이하: AOE)’라는 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이며 불행하게도 엠파이어 어스는 ‘AOE의 아류작’이라는 색안경 속의 시각에서 예보 없는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저 그런 모방작은 아닌…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어스는 AOE의 중추적인 개발 멤버였던 릭 굿맨(Rick Goodman)이 선두에서 제작을 지휘한 RTS 게임이다. 릭 굿맨은 1998년 앙상블 스튜디오에서 AOE 속편의 제작에 착수할 당시 독립을 선언하고는 스테인리스 스틸 스튜디오를 설립, ‘보다 광활한 좀더 포괄적인’이라는 자신의 생각 아래 50만년의 역사를 한곳에 집약시킬 수 있는 RTS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게임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역사는 초기 원시문명을 이룩한 50만년 전부터 현재의 200년 후가 될 나노 시대까지 무려 12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에 따른 엄청난 숫자의 유니트의 등장과 시나리오를 감안해본다면 엠파이어 어스는 분명 장르의 탄생 이래 가장 방대한 크기의 RTS 게임으로 손꼽힐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가 엠파이어 어스를 직접 체험해보기 전까지 항상 가져왔던 생각은 앞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그저 그런 아류작”에서 더 이상 진전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할 필요는 없는 일이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RTS의 계보에 있어선 더 이상의 울궈먹기식의 작품은 단물이 빠진 껌을 씹는 듯한 느낌만이 들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직접 한시간 두시간 플레이 하면서 “그저 그런 아류작”으로 각인되었던 생각은 재창조에 대한 경외감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RTS의 생명은 유니트의 밸런스!
물론 시대를 거쳐오며 전투를 치룬다는 점은 AOE에서와 같이 상당히 익숙한 개념임에 틀림이 없지만 시대별로 뚜렷하게 나뉘어진 유니트의 상성관계와 사실에 근거한 능력치가 이른바 ‘아류의 원조’와 뚜렷한 구분을 지어주는 가장 큰 특징으로 보여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재창조에 대한 경외감”이라는 말은 AOE에서 못다한 꿈이었던 “문명”을 실시간의 개념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는 표현이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방대한 개념으로 형성된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엠파이어 어스는 이를 RTS가 추구하는 제 1의 목표인 “전투”에 초첨을 맞춰 군더더기 없는 작품으로 재창조 해낼 수 있었다.
엠파이어 어스는 영웅 캐릭터를 제외, 육?해?공군을 총망라하는 약 200여개의 유니트가 오랜 기간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거쳐 오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상의 전장에서 게이머는 원시시대에 돌을 던져가며 싸우다가도 중세시대로 올라가 발석차로 커다란 성문을 파괴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며 2차대전에 있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수백명의 해병 유니트로 재현할 수도, 레이저가 하늘에서 난무하는 미래의 메크까지 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싱글플레이를 거쳐 자연스럽고 친숙한 모습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빠른 속도의 진행이 필요한 멀티플레이에서는 일종의 토너먼트 형태로 기마병과 팬저탱크가 싸움을 벌이는 엽기적인(?)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역사에 근거하여 시대별로 관심의 집중이 되었던 유니트를 선택, 세기에 따라 철기병이나 머스킷티어, 유보트, B-29 전폭기, 셔먼/팬저탱크, A-10, F-117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유니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보병에는 궁병, 비행기에는 스팅거 미사일’의 형태로 이루어졌던 단순한 유니트 조합으로는 전쟁의 승기를 기울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에서 엄청난 활약상을 벌인 기마병은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보병에게 추풍낙엽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며 원거리 공격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궁병이라 할지라도 방패와 칼 그리고 갑옷으로 중무장한 검투사의 위력 앞에는 무릎을 꿇게 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던 야포의 경우 포화를 뚫고 들어온 해병 한명에게 1개 부대가 전멸하기도 하며 종횡무진으로 대양을 휩쓰는 전함 역시 잠수함의 어뢰에는 맥을 못추기 마련이다.
과거에 등장했던 유명한 전사와 현대의 기갑전에 쓰이는 다양한 무기, 그리고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첨단 장비를 직접 조종하고 또 다양한 형태의 유니트를 조합해야만 승리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게이머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힐만한 요소가 될 것이다.
50만년을 가로지르는 시나리오
엠파이어 어스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역사기반의 시나리오는 약 50만년전의 태초 문명시대부터 22세기로 불려지는 나노시대까지 36가지의 미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나리오는 그리스, 영국, 독일, 러시아를 배경으로 각국에 배정된 8가지 미션을 통해 실제로 존재했던 영웅들의 일화를 3D로 구성된 게임화면을 통해 리얼하게 연출해 내고 있다.
이곳에서 게이머는 알렉산더 대왕이 겪었던 세계 정복 과정이나 윌리엄왕이 고난을 딛고 재림했던 순간, 1차대전 뒤에 숨겨진 독일군 장교의 일화 등 역사책의 주류를 장식하는 인물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빛나게 만들어주었던 숨은 공신들의 이야기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본연의 재미를 최대한도로 충족시켜주는 선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지만 카멘센디에고나 저니맨 시리즈 이후 게임을 통해 역사의 단면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는 거의 전무했던 바가 아니던가?
게임의 비중을 함부로 판가름 할 수는 없겠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놓고 본다면 멀티플레이보다 패키지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100% 이상 높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안정성 있는 멀티플레이
엠파이어 어스의 멀티플레이는 유통사인 시에라측의 서버지원을 받고 있다. 서버는 4개의 분리된 형태로 표기되어 있으며 상당히 많은 숫자의 채널을 지원, 베타시절에 증명한 게임의 안정성을 자랑하고 있다.
멀티플레이는 말그대로 게이머간의 연결고리만을 존속시켜줄 수 있게끔 최소화된 형태로 유지되어 있다. 여기서 호스트 역할을 맡게 될 게이머는 접속된 인원의 의견을 조율하여 “장기전”이나 “단기전”형태의 게임 옵션을 선택한다. 옵션 자체가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접한 초보자에게는 익히기가 버겁다는 것이 단점. 다분히 경쟁심리를 촉발시킬만한 랭킹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게임이 앞서 말한 단점을 적절하게 보완하고 있다.
항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게임에 거부감을 가진 게이머라면 옵션을 적절히 선택하여 동일 시대를 위주로 장기전을 펼칠 수도 있으며 토너먼트 방식을 선택, 무려 5~6시대를 넘나드는 스피디한 게임을 즐겨볼 수도 있다.
‘자신있는 종족’이 아닌 ‘자신있는 시대’를 선택하여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이 색다른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옷매무새는?
우선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선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에 비교해 꽤 평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2D를 보는듯한 유화풍의 그래픽은 렌더링된 화소 특유의 거부감을 없애는 데에는 일조를 담당하고 있지만 3D 엔진을 이용했다면 카메라 시점을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는만큼의 시각적인 효과 정도는 살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간단한 확대/축소 기능은 지원하고 있다).
이 점은 3D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자유시점변환을 2D 형태로 고정하여 게이머의 시각적인 혼동을 막으려는 조치로 판단되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투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보려는 욕심은 포기해야 할 듯 하다.
그러나 엄청난 숫자의 유니트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속도를 보여주는 점과 전투시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운드 효과만큼은 앞서 거론된 단점을 완전히 뒤덮을 수도 있을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엠파이어 어스의 전투는 시대의 발전에 따른 육?해?공중전을 모두 다루고 있으며 부드러운 비행기의 선회장면이나 야포의 시원스러운 포격 소리, 굉음을 내며 바다로 침몰하는 항공모함 등 전장의 느낌을 사운드로 하여금 충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3D RTS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담당할 게임
속도전 양상으로 치닫는 최근의 RTS 게임과는 달리 엠파이어 어스의 전반적인 게임 속도는 느린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자원이 부족하고 시대 업그레이드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토너먼트 모드’를 이용할 시에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은 느긋한 게임진행방식이 멀티플레이의 인기향상에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스피디한 게임이 RTS의 표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 특유의 허구성을 무리하게 배제하여 사실성을 높인 점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일종의 부담감을 안겨주는 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AOE와 너무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엠파이어 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뛰어난 게임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시대별로 32가지의 미션을 제공하는 시나리오 모드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역사적 사실과 영웅들의 일대기까지 ‘싱글’과 ‘멀티’의 어느 한 방향에도 치우쳐지지 않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RTS 게임이 추구하는 제 1의 목표는 전쟁이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장르의 형식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만큼 RTS의 생명은 이러한 전장의 느낌을 얼마나 완벽하게 실제와 같이 재현해내는가에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엠파이어 어스는 게임 본연의 역할에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가 미처 느껴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제작사의 세세한 노력이 스며들어 있는 수작, 아류의 그림자를 벗어나 게임 자체로 이러한 충실한 노력의 대가를 받아보기를 기원한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이라는 장르 안에서 인류 역사의 50만년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개념은 더 이상 게이머에게 큰 매력으로 어필할만한 장점은 못될 것이다. 게이머는 어느 장르에서나(특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선) 선구적인 역할을 주도한 게임만을 기억하며 동종의 같은 개념을 추구하는 종류라면 ‘아류작’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불편한 자세로 게임을 조목조목 살펴보는 것이다.
역사를 재현하는 RTS 게임의 선두주자는 분명 게이머의 머리 속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이하: AOE)’라는 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이며 불행하게도 엠파이어 어스는 ‘AOE의 아류작’이라는 색안경 속의 시각에서 예보 없는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저 그런 모방작은 아닌…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엠파이어 어스는 AOE의 중추적인 개발 멤버였던 릭 굿맨(Rick Goodman)이 선두에서 제작을 지휘한 RTS 게임이다. 릭 굿맨은 1998년 앙상블 스튜디오에서 AOE 속편의 제작에 착수할 당시 독립을 선언하고는 스테인리스 스틸 스튜디오를 설립, ‘보다 광활한 좀더 포괄적인’이라는 자신의 생각 아래 50만년의 역사를 한곳에 집약시킬 수 있는 RTS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게임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역사는 초기 원시문명을 이룩한 50만년 전부터 현재의 200년 후가 될 나노 시대까지 무려 12단계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에 따른 엄청난 숫자의 유니트의 등장과 시나리오를 감안해본다면 엠파이어 어스는 분명 장르의 탄생 이래 가장 방대한 크기의 RTS 게임으로 손꼽힐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가 엠파이어 어스를 직접 체험해보기 전까지 항상 가져왔던 생각은 앞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그저 그런 아류작”에서 더 이상 진전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할 필요는 없는 일이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RTS의 계보에 있어선 더 이상의 울궈먹기식의 작품은 단물이 빠진 껌을 씹는 듯한 느낌만이 들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직접 한시간 두시간 플레이 하면서 “그저 그런 아류작”으로 각인되었던 생각은 재창조에 대한 경외감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RTS의 생명은 유니트의 밸런스!
물론 시대를 거쳐오며 전투를 치룬다는 점은 AOE에서와 같이 상당히 익숙한 개념임에 틀림이 없지만 시대별로 뚜렷하게 나뉘어진 유니트의 상성관계와 사실에 근거한 능력치가 이른바 ‘아류의 원조’와 뚜렷한 구분을 지어주는 가장 큰 특징으로 보여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재창조에 대한 경외감”이라는 말은 AOE에서 못다한 꿈이었던 “문명”을 실시간의 개념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는 표현이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방대한 개념으로 형성된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엠파이어 어스는 이를 RTS가 추구하는 제 1의 목표인 “전투”에 초첨을 맞춰 군더더기 없는 작품으로 재창조 해낼 수 있었다.
엠파이어 어스는 영웅 캐릭터를 제외, 육?해?공군을 총망라하는 약 200여개의 유니트가 오랜 기간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거쳐 오묘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상의 전장에서 게이머는 원시시대에 돌을 던져가며 싸우다가도 중세시대로 올라가 발석차로 커다란 성문을 파괴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며 2차대전에 있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수백명의 해병 유니트로 재현할 수도, 레이저가 하늘에서 난무하는 미래의 메크까지 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싱글플레이를 거쳐 자연스럽고 친숙한 모습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빠른 속도의 진행이 필요한 멀티플레이에서는 일종의 토너먼트 형태로 기마병과 팬저탱크가 싸움을 벌이는 엽기적인(?)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한 역사에 근거하여 시대별로 관심의 집중이 되었던 유니트를 선택, 세기에 따라 철기병이나 머스킷티어, 유보트, B-29 전폭기, 셔먼/팬저탱크, A-10, F-117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유니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보병에는 궁병, 비행기에는 스팅거 미사일’의 형태로 이루어졌던 단순한 유니트 조합으로는 전쟁의 승기를 기울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에서 엄청난 활약상을 벌인 기마병은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보병에게 추풍낙엽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며 원거리 공격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궁병이라 할지라도 방패와 칼 그리고 갑옷으로 중무장한 검투사의 위력 앞에는 무릎을 꿇게 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던 야포의 경우 포화를 뚫고 들어온 해병 한명에게 1개 부대가 전멸하기도 하며 종횡무진으로 대양을 휩쓰는 전함 역시 잠수함의 어뢰에는 맥을 못추기 마련이다.
과거에 등장했던 유명한 전사와 현대의 기갑전에 쓰이는 다양한 무기, 그리고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첨단 장비를 직접 조종하고 또 다양한 형태의 유니트를 조합해야만 승리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게이머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힐만한 요소가 될 것이다.
50만년을 가로지르는 시나리오
엠파이어 어스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역사기반의 시나리오는 약 50만년전의 태초 문명시대부터 22세기로 불려지는 나노시대까지 36가지의 미션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나리오는 그리스, 영국, 독일, 러시아를 배경으로 각국에 배정된 8가지 미션을 통해 실제로 존재했던 영웅들의 일화를 3D로 구성된 게임화면을 통해 리얼하게 연출해 내고 있다.
이곳에서 게이머는 알렉산더 대왕이 겪었던 세계 정복 과정이나 윌리엄왕이 고난을 딛고 재림했던 순간, 1차대전 뒤에 숨겨진 독일군 장교의 일화 등 역사책의 주류를 장식하는 인물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빛나게 만들어주었던 숨은 공신들의 이야기를 체험해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본연의 재미를 최대한도로 충족시켜주는 선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지만 카멘센디에고나 저니맨 시리즈 이후 게임을 통해 역사의 단면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는 거의 전무했던 바가 아니던가?
게임의 비중을 함부로 판가름 할 수는 없겠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놓고 본다면 멀티플레이보다 패키지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100% 이상 높게 발휘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안정성 있는 멀티플레이
엠파이어 어스의 멀티플레이는 유통사인 시에라측의 서버지원을 받고 있다. 서버는 4개의 분리된 형태로 표기되어 있으며 상당히 많은 숫자의 채널을 지원, 베타시절에 증명한 게임의 안정성을 자랑하고 있다.
멀티플레이는 말그대로 게이머간의 연결고리만을 존속시켜줄 수 있게끔 최소화된 형태로 유지되어 있다. 여기서 호스트 역할을 맡게 될 게이머는 접속된 인원의 의견을 조율하여 “장기전”이나 “단기전”형태의 게임 옵션을 선택한다. 옵션 자체가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접한 초보자에게는 익히기가 버겁다는 것이 단점. 다분히 경쟁심리를 촉발시킬만한 랭킹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게임이 앞서 말한 단점을 적절하게 보완하고 있다.
항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게임에 거부감을 가진 게이머라면 옵션을 적절히 선택하여 동일 시대를 위주로 장기전을 펼칠 수도 있으며 토너먼트 방식을 선택, 무려 5~6시대를 넘나드는 스피디한 게임을 즐겨볼 수도 있다.
‘자신있는 종족’이 아닌 ‘자신있는 시대’를 선택하여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모습이 색다른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옷매무새는?
우선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선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에 비교해 꽤 평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2D를 보는듯한 유화풍의 그래픽은 렌더링된 화소 특유의 거부감을 없애는 데에는 일조를 담당하고 있지만 3D 엔진을 이용했다면 카메라 시점을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는만큼의 시각적인 효과 정도는 살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간단한 확대/축소 기능은 지원하고 있다).
이 점은 3D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자유시점변환을 2D 형태로 고정하여 게이머의 시각적인 혼동을 막으려는 조치로 판단되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투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보려는 욕심은 포기해야 할 듯 하다.
그러나 엄청난 숫자의 유니트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속도를 보여주는 점과 전투시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운드 효과만큼은 앞서 거론된 단점을 완전히 뒤덮을 수도 있을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엠파이어 어스의 전투는 시대의 발전에 따른 육?해?공중전을 모두 다루고 있으며 부드러운 비행기의 선회장면이나 야포의 시원스러운 포격 소리, 굉음을 내며 바다로 침몰하는 항공모함 등 전장의 느낌을 사운드로 하여금 충실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3D RTS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담당할 게임
속도전 양상으로 치닫는 최근의 RTS 게임과는 달리 엠파이어 어스의 전반적인 게임 속도는 느린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자원이 부족하고 시대 업그레이드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토너먼트 모드’를 이용할 시에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은 느긋한 게임진행방식이 멀티플레이의 인기향상에 큰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스피디한 게임이 RTS의 표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게임 특유의 허구성을 무리하게 배제하여 사실성을 높인 점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일종의 부담감을 안겨주는 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AOE와 너무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엠파이어 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뛰어난 게임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시대별로 32가지의 미션을 제공하는 시나리오 모드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역사적 사실과 영웅들의 일대기까지 ‘싱글’과 ‘멀티’의 어느 한 방향에도 치우쳐지지 않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RTS 게임이 추구하는 제 1의 목표는 전쟁이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장르의 형식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만큼 RTS의 생명은 이러한 전장의 느낌을 얼마나 완벽하게 실제와 같이 재현해내는가에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엠파이어 어스는 게임 본연의 역할에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가 미처 느껴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제작사의 세세한 노력이 스며들어 있는 수작, 아류의 그림자를 벗어나 게임 자체로 이러한 충실한 노력의 대가를 받아보기를 기원한다.